여불위 열전 3 - 이제부터 우리는 원 팀(One Team)입니다.

2009. 10. 6. 00:01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여불위는 자초 이인과의 대화에서 충분히 기선제압을 했고 분위기도 자기 쪽으로

가져왔기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분위기는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인들에게 술상을 가져오라 합니다.

일단, 상대의 기를 꺾고 기선을 제압했으니 이번에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상대를 다루는 것이 여불위만의 대화의 기술입니다.

 

여불위 수하가 준비해온 저 술병과 잔은 예전에 궁에서만 사용하던 고가 수입품으로

애지중지 소중하게 관리했는데 여불위는 그냥 일회용처럼 휴대용을 들고 다니나 봅니다.

코쟁이 나라인 서양 궁궐에서나 유행하고 사용한다는 바로 그 술병과 술잔입니다.

 

이제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난 후 대권을 향한 브리핑이 시작되었습니다.

술이 돌고 나니 역시 분위기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브리핑 내용은 여불위가 경영하는 상단의 기획실에서 작성한 내용으로

자초 이인을 위한 제안서입니다.

큰 상단의 기획실에서 작성한 계획서라 대단히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계획으로

착오가 전혀 없는 듯합니다.

 

 

"진나라 왕은 연로하셨습니다.

왕이 죽고 나면 태자 안국군이 왕위에 오를 텐데, 그는 화양 부인만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화양 부인에게는 자식이 없습니다.

바로 우리는 그 점을 파고 들어갈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용을 우리가 창조해낼 겁니다"

대단히 간결하면서도 핵심만 찍는 찍기 도사처럼 여기서 바로 답이 나왔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One Team입니다."

이렇게 한 팀을 강조하며 우리 팀에서 강점, 약점, 기회 그리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위협까지도 완벽하게 S W O T 분석까지 구분하여 명쾌하게 브리핑으로 끝내버립니다.

 

역시 여불위 상단의 기획팀은 완벽한 준비와 계획을 마쳤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여불위 에셋 투자회사의 가치 투자 전문 팀에서 발굴해 낸 최고의 상품인

자초 이인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안전한 국내 투자보다는 더 큰 위험이 있지만, 위험요인만 해결할 수 있다면

상상 이상의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해외 투자라는 의미입니다.

당시에는 환율이라는 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으니 환 헤지도 필요 없었다고 합니다.

원래 기화가거(奇貨可居)라는 새로운 용을 창조하는 상품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이 나면 빈 깡통으로 남을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상품이지요.

 

 

"자식이 없는 화양 부인은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죠.

그래도 아무리 빛만 좋은 개살구라도 후사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은 개살구라는

화양 부인 밖에는 없습니다.

왜? 바로 화양 부인이 지금은 가장 권력이 강하고 자초의 아비인 태자 안국군은

 화양 부인만 좋아하니까요.

 

지금 공의 형제는 무려 20명이 넘고(이게 무슨 왕자 생산 공장도 아니하지만,

당시에는 보통 수준이지요.)

공은 장자도 아니고 사랑도 받지 못하고 게다가 남의 나라에 볼모로 와 계시는 쭉정이입니다."

아픈 말이지만, 그러나 현실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기에 아파도 끝까지 들어야 합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안국군이 진나라 왕에 즉위를 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지근거리를 지키는 다른 형제에게 밀려

공은 태자의 자리에서 이미 멀리 밀려 리스트에도 빠져버렸습니다.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 공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대권에 가까이 가기도 어렵습니다."

국가 대표팀에 뽑혔더라고 선발이 아니라 교체 멤버로도 출전하지 못하고

귀국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이 말은 정확한 이야기로 여불위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초 이인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죠.

그러니 한 마디로 너는 개털이고 또 가능성도 제로인데 내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인데. 여기까지 말이 오고 가는 도중 벌써 술병의 술이 떨어졌습니다.

아까는 달콤한 와인이었는데 새로운 술병에 이번에는 독한 스카치위스키가 담겨있네요.

 

이제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들은 자초가 얼굴이 벌게지는 이유는 여불위가 가져온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와인이라는

낮술을 먹은 이유만 아니겠죠?

사실 자신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라리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이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게 자초의 속은 편합니다.

여불위가 이번에 왜 달콤한 와인에서 독한 스카치위스키로 바꾼 줄 아시겠지요?

 

 

사실, 지금까지 권력의 중심에 선다는 일을 꿈도 꾸지 않고 다만, 이곳에 볼모로 지내는

자신에게 고국에서 잊지 않고 매달 생활비나 꼬박꼬박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 크고 작은 전쟁 때문에 지원금이 끊긴 지

벌써 수삼년이 지났습니다.

 

이미 대권이니 태자니 하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고 외계인의 단어로

생각한 지 오래되었잖아요.

조금 전까지 고국에서 혹시 주재비라도 보내주었으면 복날 된장 바른

큰 누렁이 놈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그냥 개꿈이 되고 말았잖아요.

 

아까도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 생각하고 있었던 생각이 '혹시나'였습니다.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의 심정이 바로 '혹시나'이지만 결과는 늘 '역시나'거든요.

 

 

"과연 그러하오. 선생! 그러면 어쩌면 좋겠소?"

독한 술의 효과가 나타나 바로 이실직고하네요.

이미 자초 이인의 눈빛이 달라지고 말투가 달라집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누구나 솔직해지지요.

사람이란 속내를 감추고 있을 때가 불안하지만, 모두 알아버려 털어버리고 나면

오히려 편안해지고 쉽게 진행됩니다.

이제는 갑자기 여불위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마치 여불위가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를 것 같습니다.

 

체면만 지키지 않을 수 있다면 바로 무릎 꿇고 '저 좀 밀어주세요.

제가 견마지로를 다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불위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울며 불며 매달리면서요.

그러나 용의 찌꺼기라도 조금 튄 일국의 공자라는 체면이

여불위 앞에 무릎 꿇는 일을 막고 있습니다.

 

"저는 가난한 데다 객지에 나와 있어 부모를 섬길 수도 없고 또 제게 힘을 실어 줄

빈객들을 사귈 힘도 없습니다."

(당시 전국시대에는 사공자가 있어 그들이 경쟁적으로 거느린 빈객이

각각 3천 명이 넘었다고 하지요.)

이제 자기 입으로 술술술 이실직고하는 것은 술의 힘만은 아니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속내를 들키면 다 털어놓습니다.

 

 

여불위가 답을 합니다.

""이런 노랫가락이 있지요.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중략)

우린 모두 타향인걸... 외로운 사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아가자~~(중략)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그렇습니다.

인생은 원래 미완성이고 우리 모두 타향에 와 있기에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하고

곱게 마지막 퍼즐을 새겨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공자와 함께 인생을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만들어 보고

마지막 조각을 맟추어 보려고 합니다.

왜?

우리는 원 팀이니까요.

 

저는 가난하나 공을 위해 천 금을 내어 서쪽으로 가 안국군과 화양 부인을 받들며

공을 후사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헉!!! "나를 후사로 세우겠다고요?

그리고 천 금이라고요?"

천 금이나 투자하는 거상인 여불위가 가난하답니다.

그리고 능력도 없데요...

일단 한 번 빼 보는 겁니다.

그래야 나중에 공자에게 들이밀 계산서에 적을 게 많고 받아낼 것이 많다는 의미지요.

 

이 이야기는 내 말에 맨입 말고 확실한 답을 달라는 말입니다.

나중에 두 사람 사이에 정산할 가격이 세다는 말입니다.

답만 주면 제대로 들이대겠다는 말이지요.

장사꾼이 이문이 남지 않는 일에 들이댈 일이 전혀 없잖아요.

 

 

드디어 어둠 속에서 희미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 투자금 천 금을 그곳에 쓰지 말고 이곳에서 평생 동안 그 1%만이라도

쓰면 자초 이인은 해피할 텐데...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잖아요.

 

방금 공을 후사로 세우겠다는 말이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며 피어오릅니다.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고 자식 입으로 밥이 들어가고 마른논에 물이 들어가는 농부의 마음입니다.

어렴풋이 오색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번에도 갑자기 하늘로부터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가 들립니다.

오늘 베토벤이 여러 번 찬조 출연합니다.

용이란 세상에 아버지 용으로부터 이렇게 많은 용이 생산되지만, 제대로 된 한 마리의 용은

그냥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되는 게 아니라 여러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겁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구룡벽의 9 마리 용이 오늘 새롭게 용의 자리에 도전할

자초 이인을 위해 춤을 추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자초가 답을 할 차례입니다.

 

"그대의 계책대로 성사된다면 진나라 땅을 그대와 함께 나누어 다스리겠소, "

그럼 나라를 통치하는 공동대표가 되겠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여불위는 이 말을 佳人에게 굵은 글자로 기록해 달라고 부탁 합니다.

 

올레!!!

그렇지요?

바로 이 답을 여불위는 듣고 싶었던 겁니다.

여불위는 장사꾼이라 철저하게 남지 않으면 투자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도 자초 이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용의 국물이 한 방울이라도 튀었다는

사실 때문에 반은 자기가 먹겠다는 말이 아닌가요?

 

이제 둘이서 서류를 꾸미고 손도장을 찍고 공증사무소를 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자초는 여불위라는 매니저와의 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계약 잘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연예인처럼 평생 노예계약이 됩니다.

자초가 바로 훗날 중국 중원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아비 되는 장양 왕이 됩니다.

 

 

"여 선생. 우리가 만난 지 이제 몇 번 되지 않았지만, 저는 선생께서 제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갈 데 없는 제가 선생 같은 지기를 만난 것도 삼생의 행운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제가 화양 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황금색 곤룡포를 입은 듯한 황제 용이 자초 이인을 향해

어서 내 품에 안기라고 빙그레 미소 짓는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벌써 말투가 달라졌습니다.

때문에~ 때문에~~ 선생이라고 존칭을 쓰기 시작하고

그리고 애원하는 말투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X구멍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한 나라의 공자이기에 그놈의 체면 때문에

목에 힘만 주고 살았던 이인도 구체적인 계획에 미래의 무지갯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여불위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으려고 합니다.

바짓가랑이가 찢어지도록 잡고 개처럼 끌려가도 절대로 놓고 싶지 않습니다.

놓으라고 눈탱이 밤탱이 되도록 쥐 터져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쥐 터져도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을 겁니다.

 

 

"그 문제라면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굽니까?

제가 바로 천하의 가치 투자 전문가인 여불위입니다.

모든 일처리는 그동안 고생하며 모아둔 제 돈으로 제가 합니다.

사교에 관한 비즈니스는 매니저가 직접 뛰면서 합니다.

공자께서는 그저 나중에 조명빨 받으며 무대에 올라 모든 사람에게 손만 흔들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고 가끔 손 키스 날리고 민초를 향해 미소만 지으면 됩니다.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말을 극히 아끼셔야 합니다.

 

재물이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은 들어 보셨는지요?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습니다."

한 배의 의미는 오월동주가 아니라 한마음으로만 헤쳐나가야 하기에

나중에 헛소리하면 안 된다라는 말이지요.

 

 

자초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합니다.

큰 소리로 "올레~~"를 외칩니다.

따봉이라고도 외칩니다.

자초의 눈에는 여불위가 하늘에서 내려온 수호천사로 자기에게 온 것입니다.

 

여불위는 우선 자초에게 500금을 착수금으로 주어 빈객들을 사귀는 데 사용하라고

선투자를 과감히 하고 영수증 처리 없이 그냥 임의로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진정 선투자란 이렇게 조건 없이 내 던지는 겁니다.

물론, 이 돈이 시드머니가 되어 나중에 어마어마하게 불어서 되돌아오겠지만...

끼니 걱정으로 날밤 까며 살아왔던 자초 이인은 양놈 지갑 주운 기분입니다.

아울러 지금 살던 곳에서 새로 큰 곳으로 옮기며 하인 수백 명을 보내고

제법 이름난 명사와 가신에 빈객까지 붙여주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머지 500금으로 진귀한 보물을 준비하여 진나라로 돌아가 그동안 닦아 놓은

인맥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고 우선 화양 부인의 남동생인 양천군(陽泉郡)을 만나

첫마디부터 다짜고짜로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갑니다.

장차 군에게 큰 화가 미칠 것이라고 공갈부터 칩니다.

이게 점쟁이들이 사용하는 상투적인 수법이지요.

처음부터 세게 나가야지 머뭇거린다면 일이 틀어지고 말지요.

 

 

양천군이 그 이유를 묻자 "누나인 화양 부인에게 후사가 없습니다.

안국군이 죽고 나면 안국군의 아들 중에 어느 하나가 왕위를 계승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모친의 가족인 외가와 처가 쪽부터 챙기는 게 순리며 눈에 보이는 일이지요."

정곡을 정확하게 찌르는 팩트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용이 지금은 우리를 바로 쳐다보며 아양을 떨지만,

상황이 바뀌면 입에서 불을 뿜으며 우리부터 잡아먹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화양 부인 일가는 그들의 걸림돌이 되어 제거 1순위에 올라 개털이 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왕위에 오른 저 용 때문에 멸문지화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태자의 처가가 득세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화양 부인과 그 일족을 제거하려 들 것입니다.

권력이란 원래 무상하여 있다가도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잖아요.

 

 

양천군이 들어보니 기분은 더럽지만 전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사실 그런 문제가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사람에게는 늘 고민거리가 아닌가요?

권력의 세계란 끈 떨어지면 바로 끝장이 나는 일이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폐족이 되면 세상은 정말 허무하잖아요.

 

바로 가장 총애받는 화양 부인일지라도 자식이 없기에 태자가 다음 왕의 보위에 오르면

그의 외가부터 챙기지 아비가 사랑했다는 화양 부인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에

제거해야 하는 1순위가 아니겠어요?

하물며 화양 부인도 그럴진대 화양 부인의 친인척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양천군이 여불위에게 묻습니다.

"그럼 그 화를 피할 묘책이라도?" 

여불위의 장기자랑이 시작됩니다.

세 치 혀로 마음껏 지껄입니다.

그동안 장돌뱅이로 살아오며 갈고닦은 혀 놀림이 아니겠어요?

장사로 지금까지 천하를 다니며 단련한 혓바닥이 아니겠어요?

 

 

세상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 여불위에게는 곱게 자란 양천군이

사실 깜도 되지 않습니다.

"화양 부인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제가 묘책을 일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무심한 듯 미끼를 툭 던져야 합니다.

공연히 이 대목에서 미주알고주알 하다가는 발 없는 말이 새 나가며

새끼를 치기에  일이 잘못 틀어질 수도 있지요.

공명의 비단 주머니도 곤경에 닥칠 때 열어보아야 더 극적이잖아요.

 

지금까지 양천군에게는 늘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던 걱정이 바로 다음 세대의 일이었는데...

가끔 자다가 한밤중에 깨어 이런 생각이 들면 날밤 까며 고민했던 일이 아니겠어요?

그에 대한 대책이 있다니 꿈에라도 그리던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요?

이 지경이 되면 양천군이 먼저 서둘러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 세계 업자의 전문 용어로 나놀저일이라고 나는 놀아도 저들이

더 열심히 일하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하여 마련된 자리에서 여불위는 화양 부인의 언니를 통하여 화양 부인에게 먼저

선뜻 진귀한 보물들을 바치고  또 세 치 혀를 놀립니다.

사실 푸로 장삿꾼 여불위에게는 고객이 어떤 진귀한 물건을 정신을 빼앗기는지 이미 알고 있지요.

세상에 일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재물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결국 화양 부인의 남동생과 언니에게 공갈과 뇌물이 빛을 발하여 화양 부인을 만납니다.

 

여불위 혼자 만나는 것보다 이렇게 화양 부인의 동생과 언니도 대동하고 만나게 되면

일이 훨씬 쉽고 빨리 진행되지요.

왜?

내가 한 마디만 하면 동생과 언니가 두세 마디 거들며 내 말에 맞장구쳐 주잖아요.

그 이유는 이런 권력의 세상에서는 누구나 권력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으니까요.

 

 

만약, 손 놓고 있다가는 다음 태자가 왕위를 계승하고 나면 그냥 평생을

허리 굽히고 눈치나 보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전에 대비책을 세워두어 허리 곧게 펴고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전자의 경우 최악의 경우도 허리 곧게 펴고 무덤 안에 누워 지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숨은 쉬지 못하겠지만요.

 

"자초는 어질고 슬기로우며 여러 제후의 빈객들과 널리 사귀고 있습니다."

갑자기 웬 자초 이야기입니까?

이 정도의 말로는 자초를 어필시키기가 부족합니다.

 

사실 지금 여불위에게 자초의 이름을 들어 기억을 되살리며 생각했지만,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있는 자초를 기억하는 사람은 진나라에서는 화양 부인이나

다른 사람조차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처음 듣는 듯한 이름을 여불위가 화양 부인에게 어필하기 시작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기에 오히려 거기에 묘책이 있는 겁니다.

 

 

이미 이인 자초는 진나라에서 잊힌 사람입니다.

우선 시작은 매우 미약하나 점점 여불위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지요.

여불위 말이 따르면 이인은 화양 부인을 어머니라고 생각해 이름마저도

화양 부인의 고향인 초나라를 생각해 초나라의 아들이라는

자초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또한, 자초는 화양 부인을 하늘처럼 받들어 밤낮 태자와 부인을 그리며 눈물을 흘립니다."

누가 들어도 아부의 결정판인데도 사람은 참 이상합니다.

이런 말을 듣고 화내는 사람을 여태 보지 못했습니다.

평소 볼모로 떠나기 전 얼굴 한번 마주친 적이 없는 자초가

왜 자기를 그리워 눈물 흘린단 말입니까?

그래도 자기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린다는 말에 우선 20% 정도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머지 80%는 무엇으로 여불위가 채울까요?

 

 

더군다나 진귀한 뇌물을 받은 자리에서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해도요.

'아니... 내 자식도 아니고 그저 먼발치에서 예전에 보았을 뿐인데

지가 왜 나를 그리며 눈물을 흘려요?'

이렇게 말을 하면 더는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화양 부인은 크게 기뻐합니다.

20%에서 뇌물의 힘이 30% 정도 보태져 50%가 되니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입니다.

화양 부인도 드라마의 흐름을 읽는다는 말이지요.

 

그래야 또 佳人의 내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잖아요.

내일 이야기는 순전히 화양 부인 덕분에 쓸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