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2. 00:17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어제 이야기는 자초 이인이 여불위의 애첩이었던 조희를 희롱하다 현장에서 딱 걸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던 이야기까지 했지요?
정말 진나라 공자의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두컴컴한 골방에서만 지냈던 자초가 아니겠어요?
그래도 꼴에 용의 국물이 조금 흐른 황금 혈통이라고 했는데...
모처럼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위에량산에 뜬 달처럼 아름다운 조희를 본 순간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그만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런 자초가 산해진미에 향이 좋은 술까지 마련된 곳에서 천하의 미인 조희를 보는 순간
이성을 잃고 뻑 소리 나게 가버린 사건은 자초만 야단칠 일이 아니겠지요.
혈통만 좋으면 무엇하나요?
인간의 본성은 혈통과는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아무리 골방에 처박혀 지냈어도 그래도 피가 끓고 왕성한 욕정을 지닌 젊은이가 아니었나요?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고 청춘이니까 아픈 겁니다.
자초 이인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그를 지배했을 뿐 사랑이 죄는 아니지요.
다만, 그 상대가 임자가 있는 아름다운 조희였다는 게 문제였을 뿐...
게다가 여불위가 진나라에 다녀온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고 분위기 죽여주는 술상에
맛난 안주에 천하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조희가 옆에서 술잔을 따르며 3:7의 콧소리까지
유혹하는데 여기서 살아남을 사내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지금은 쭉정이로 지내지만, 한때는 진나라 용의 국물만 먹었던 공자들이 공부했던
진나라 명문 왕립 서당 출신이 아니었나요?
여불위가 차분하게 말합니다.
"모름지기 펑여우(朋友)라면 처음과 끝이 한결같아야 하지요.
술 선전 처음처럼이 아니고요.
한 번 뱉은 말은 여섯 마리가 끄는 마차라도 되돌릴 수 없지요.
그러나 두 가지 약조를 하세요."
이 말은 약조만 하면 탕감받고 재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가 아닌가요?
우리나라 정치인이 좋아하는 사면에 복권까지?
그리고 친구라는 펑여우라고 부르는 게 뭔가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잘못 입력한 내용을 Delete 키 한 방에 ㅋㅋㅋㅋ
"무엇입니까? 제 목숨을 던지는 일만 아니라면....."
급합니다 자초가... 아무리 급해도 그래도 목숨까지 버린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우선 나중에 제왕의 자리에 오르시면 무조건 조희를 왕후에 앉히셔야 합니다.
그다음 조희가 아들을 낳는다면 반드시 그 아이를 위의 사진 속에 꿈틀거리는
용으로 만들 태자로 옹립하셔야 합니다."
푸 하하하하하.... 이게 무슨 약조입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리 할 텐데요?
술 먹고 하는 말이 취중진담이라고 평소 심중에 있는 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여불위도 화가 나지요.
모든 재산을 털어 그에게 '올 인'했는데 이번에는 애첩까지 달라고요?
어찌합니까?
문득, 만상의 홍득주가 상도에서 했던 말인 장사란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말대로...
사실 여불위는 화가 난 척만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여불위의 인생관은 모름지기 사람이란 자신의 디자인한 대로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그리 살지 못한다면, 생활의 노예가 되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과 살아가는 대로 적당히 생각하는 사람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결과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불위는 지금까지 장사를 하며 몸소 터득했던
일이기에 따라서 무조건 인생은 자신이 디자인한 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에 와서 안 한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인데...
속으로 '젠장...
세상에 남의 애첩을 달라고 하는 미친 녀석은 세상에도 이놈밖에는 없을 게야~
하며 그래 너 먹어라!'라고 하며 애첩까지 상납했다고요?
맞습니다.
이게 바로 여불위의 철저하게 계산된 디자인이었지요.
이렇게 완벽하게 여불위는 자초 이인의 코를 확실하게 꿰어버렸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면 못 먹어도 고를 외쳐야 합니다.
스톱했다가는 돈 잃고 성질 더러워지고 속 좁은 사람이 되고 마니까요.
그러나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은 끝까지 숨겨야겠죠?
사실은 여불위가 사랑하는 애첩인 조희를 할 수 없이 주었을까요?
여기에 많은 뒷담화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여불위의 애첩인 조희가 임심을 했고
그런 조희를 두 가지 약조만으로 자초에게 보냈다는 점입니다.
그 아이가 태어나 훗날 중국 중원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 영정입니다.
아버지는 누구인지 몰라도 어머니는 분명히 조희였으니까요.
두 가지 약조가 바로 조희를 황후의 자리에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들을 태자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인데 이 대목에서는 영정의 출생년월일을 대조해 보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냥 佳人의 이야기는 부담 없이 재미로 읽자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영정은 태어나며 이렇게 외쳤답니다.
"나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비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왕권을 튼튼히 하며
밖으로 중원을 모두 통일해 통일 진나라의 시작인 시황이 될 것이다."
연회를 마치고 자초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론 조희도 따라서 갔고 아마도 그날 밤은
자초에게는 인생 최고의 날이 되었을 것이고 속으로 "Oh happy day~"라는 노래를
흥얼거렸을 것인데 코가 제대로 꿰어버린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조희는 타고난 능력과 재능에다가 그동안 갈고닦은 기교를 총동원하여
자초를 조희의 남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조희의 부가세 10%에도 뻑 소리 나게 가버린 자초는 풀 코스를 받았다면 분명 조희의
노예가 되었을 것이기에 자초의 여자 조희가 아니라 조희의 남자인 자초로 말입니다.
그러나 자초는 조희를 자기의 여자로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 것입니다.
사랑의 포로로 만드는 과정의 자세한 내용은 모두 아시는 일이라
여기서는 당연히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며칠이 지난 후 자초 이인을 제가 만나보니 눈이 퀭하니 들어갔고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이다.
며칠 사이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오버페이스를 했다는 것만은 분명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면을 보아야 진실이 보입니다.
둘이 술을 먹는데 왜 애첩인 조희가 눈에 띕니까?
그렇게 아끼던 여자를 술판에 왜 슬쩍 보여준답니까?
진정 노름꾼은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하는데 자기가 아끼는 패를 보여주었다고요?
다 작전이고 전략입니다.
천하의 장삿군 여불위가 말입니다.
남자가 남자의 마음을 휘어잡기에는 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불위는 생각했을는지도
모르기에 그래서 확실한 약속을 할 때 요즈음 아이들도 새끼손가락을 걸어 맹세를 하고 엄지
손가락으로 도장을 찍어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복사까지 하여 공증까지 하고 싶은 일과 같습니다.
미인계란 이렇게 남자들 세계에서 약속을 더 확실하게 만들 때도 이용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자초와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초 사후까지도 내다보고 경영하기 위함입니다.
미래경영... 가치투자자였던 여불위는 이렇게 다른 사람과는 달리
다음 세대까지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한 겁니다.
결국,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태어나고 자초는 아이의 이름을 정(政)이라고 정하며
"아이고 예쁜 내 새끼!"라고 했다고 후일 장양 왕이 되는 자초의 아들로 호적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이때 태어난 영정이 바로 훗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됩니다.
이 문제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시안에 있는 시황의 무덤을 까보고 유전자 검사라도 하면 속시원히 밝혀지겠지요.
그러나 무덤 안은 수은으로 채워졌기에 유전자 검사도 어렵고 수은 중독이 무서워
아직까지도 진시황의 무덤은 해체를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정과 여불위 두 사람의 무덤은 아직 건재해 있으니 유전자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부자임을 증명할 수 있지 싶습니다.
아마도 아무도 없을 때 여불위가 정을 보고 "정아~ 깍꿍!!! 내가 진짜 네 아빠야~
어디 아빠라고 해봐~ 아빠~"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를 이화접목(移花接木)이라고 한다는군요.
여불위의 씨앗인 영정을 조희에게 심은 후 잉태하여 자초에게 패스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초는 헬렐레~~ 정말 여불위의 방법은 놀랄만큼 철두철미하네요.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어머니에게 대한 효도는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효도는 별로
없는데 그 이유는 워낙 전쟁이 많았고 북방 장성 너머에 사는 흉노라고 불렀던 오랑캐들이
수시로 침범하여 중원을 유린하였기에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아버지는 누군지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북방 오랑캐는 가을 추수철만 되면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살찐 말을 타고 중원으로 내려와 백성이 가을걷이를 한 곡식을 마치
맡겨둔 것을 찾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중행사로 가져갔으며 그냥 가지 않고
고맙다고 그들의 씨앗을 중원의 여인들에게 남겨놓고 갔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만리장성까지 쌓아 막아보려고 했을까요?
중국의 4대 미녀 중 하나라는 왕소군까지 바치고 조공까지 바치며 말입니다.
이러니 중국의 화하족이란 짬뽕과도 같은 유전인자를 지녔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중국은 족보를 따진 다는 일이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요?
천고마비란 우리에게는 책을 읽고 인생을 논하는 좋은 계절이지만, 중국에서는
식겁하는 계절로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모두 사용하는 천고마비라는 말은 이렇게
나라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겁니다.
시간이 흘러 진나라는 자초가 머물고 있는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을 공격합니다.
진나라 소양왕 50년, 진나라는 왕의(王齮)를 보내 한단을 포위하게 됩니다.
툭하면 진나라는 동네 양아치처럼 이렇게 조나라를 괴롭혔습니다.
한단이 풍전등화에 휩싸이자 조나라에서는 볼모로 와 있는 자초를 죽이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래 자초의 목적이 보험용으로 바로 이런 경우 화풀이를 위해 죽이기 위한 일이었으니까요.
사실 죽인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진나라 군사들이 물러 가는 것도 아니지만
단지 자기들 스트레스 푼다는 생각뿐이지요.
당시의 중원에서는 이렇게 서로를 의심해 공자 중 쭉정이가 볼모로 이웃나라에 잡혀가
살았는데 전쟁으로 볼모로 있던 공자가 죽었다고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원래 볼모로 간 공자는 그런 용도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초는 여불위와 상의하여 성문을 지키는 관리에게 금 6백 근을 주고
두 사람만 우선 진나라 군영으로 달아납니다.
여불위의 처지에서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야 없지요.
지금까지 투자한 게 얼마인데 여기서 투자한 물건이 부도나면 깡통계좌만 남는 꼴이 됩니다.
자초는 여불위와 상의하지 않아도 여불위가 알아서 탈출을 시켜 주었을 겁니다.
조희와 그녀가 낳은 아들 영정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한단에 숨어버립니다.
물론 자초의 부인이 된 여불위의 애첩이 한단에서는 한가락한다는
호족 집안의 출신이기도 했고요.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B.C. 251년 진소왕이 죽고 태자 안국군이 즉위하자, 화양 부인은
왕후가 되었고 자초 이인은 태자의 자리에 올랐고 정은 태자의 아들이 되었으므로
조나라는 모자를 순수히 진나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공연히 조희와 그의 아들인 영정에게 작은 문제라도 생긴다면 나라가 화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며 당시 국력으로 보았을 때 진나라는 전국 칠웅 중 일진이었고
조나라는 눈치나 보며 심부름이나 하는 정도였을 겁니다.
만약 이때 조나라에서 조희와 그녀의 아들인 영정을 죽였더라면 중국 통일은 더 늦어졌을 겁니다.
영정이 바로 진시황이 되었기 때문이죠.
진나라의 중원 통일을 늦어졌을지라도 여불위의 계산서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제 그동안의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합니다.
그 맛난 결실을 구경하려면 우리도 따라서 또 내일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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