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 열전 2 - 염장부터 먼저 강하게 지르고 들어갑니다.

2009. 10. 3. 00:27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어느 날 자기 처지를 생각하며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홀아비 냄새가 진동하는

골방에 쳐 박혀 눈물을 흘리는 자초에게 사람이 찾아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에 혼자 생활을 하며 지원도 변변히 받지 못하니 자기 처지가....

이렇게 끈 떨어진 사람에게는 동네 똥개도 무시하고 쳐다만 보고 지나갑니다.

 

사실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그를 낳은 어머니는 권력 다툼에 밀려

왕의 눈 밖에 나버려 존재조차 희미하니 자기를 알아주고 지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외가라도 든든하면 좋았겠지만...

사실 권력다툼이라는 말은 자기 위안의 마음이고 권력도 쥐뿔도 없었던

미천한 출신이었기에 자초 이인은 태어날 때부터 모태 볼모로 태어난 겁니다.

 

 

그러니 사실 자초 이인의 어머니는 변변한 외가의 힘도 받을 수 없는 처지였지요.

그녀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왕궁에 들어와

무수리보다도 못한 일을 하며 지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졸지에 갑자기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안국군을 만나 부지부식 간에 승은을 입어 일을 저지르고 덜커덕 임

신을 한 덕분에 후궁의 지위에 올랐지만, 외가의 힘이 없기에 차츰 후궁 간의

권력다툼에서 조차 도움도 받지 못해 밀리기 시작해 지금은 완전히 잊힌 여인으로

살아가는 아주 딱한 처지입니다.

 

자초는 얼른 눈물을 닦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이때까지는 이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이인이었지 자초는 아닙니다.

나중에 초나라 출신 화양 부인과의 연을 강조하기 위해 초나라 초자를 사용해

자초라고 하고 다녔지요.

 

 

얼마 전, 한 번 만났던 여불위가 찾아온 것입니다.

지난번 우연한 기회에 만나 위의 사진처럼 저녁 한 끼 잘 얻어먹고 술까지 대접받고

약간의 돈까지 받은지라 자초 이인은 여불위가 싫지는 않습니다.

여불위가 찾아왔다는 말에 입안에 침이 고이고 목구멍에 기름기도 도는 이유는 뭘까요?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공자라고는 하지만, 이름뿐으로 끼니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처지라

거지근성이 저절로 몸에 배었지요.

 

여불위는 물론, 거상이라 돈 씀씀이가 놀랄 정도로 그 주변에 돈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하이에나 같은 인간도 보였고 또 봄버들처럼 하늘거리는 예쁜 꾸냥도 많이 따라다녔기에

혹시나 여불위가 흘린 꾸냥이라도 없나 유심히 살펴보기까지 했던

바로 그 부잣집 사내 여불위가 아닌가요?

 

 

오늘 이렇게 누추한 곳에 찾아왔지만, 오늘 끼니는 여불위 덕분에 간단하게

배달의 민족으로 전화해 청요리 정도로도 때울 수 있고 아니면 요정에 가서 거하게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침이 고이고...

게다가 잘하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저 놈을 폭 고아 닭곰탕이라도 만들어 따끈한

닭국물은 마시고 다리 살에 붙은 고기를 소금에 찍어 아웅~ 하며 한 입에 넣고

탁배기까지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 다음 말만 잘하면 자리를 옮겨 조명빨로 휘황찬란한 살롱이라는 2차까지 간 후 그다음까지도?

이런 생각에 미치자 정말 이인 자초는 미친놈처럼 입가에 미소마저 떠오릅니다.

도대체 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 왕궁을 떠난 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해 큰돈을 번 여불위는 지금 자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눈물 찔찔 짜며 사내자식이 혼자 골방에 처박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울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눈치로 알고 있습니다.

춘삼월 봄눈마저 녹아내리고 여기저기 만화방초가 피어나는 이 아름다운 봄날에 말입니다.

 

방에 들어서자 퀴퀴한 홀아비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지지리 궁상이 바로 이 모습이죠.

왜 이리 사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여불위는 우선 선제공격으로 이인의 마음에 불을 붙여 염장부터 지르고 들어갑니다.

이렇게 기선 제압을 한다는 것은 주도권을 무조건 가져오게 하는 묘약이잖아요.

 

"아니 이렇게 화창한 봄날 산책이나 하시며 꽃구경도 하시고 예쁜 기생이나 끼고

풍류라도 즐기시지 이렇게 컴컴한 방구석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이인 공자께서는 자신이 헤겔이나 칸트나 된다고 지금 이러고 계십니까?"

염장도 이렇게 지르면 제대로 지른 겁니다.

 

 

사실 몰라서 묻는 게 아닙니다.

쩐이 있어야지요?

아무리 공자라도 끈이 떨어진 공자를 누가 알아주기나 한답니까?

돈이 있습니까?

아니면 권력이 있습니까?

외상은 감나무 연 걸리듯 걸려있어 이제 어느 누구 하나 상대도 하지 않는걸요.

 

 

사실 하루 세 끼도 모두 찾아먹지 못해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지내는 걸요.

그 꼴에 요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무슨 말이고 꽃구경이 눈에 들어오기라도 하겠어요?

이런 것도 모두 배부터 채우고 여유가 있어야 눈에 들어오고 품에 안아보기라도 하지요.

 

꼴에 공자라고 답하는 꼬락서니를 들어 볼까요?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지요.

밖에 나갔다가는 공연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 더 사무칠까 봐 이렇게 집 안에서

조용히 사색이나 하는 겁니다."

이게 G랄 옆차기 하는 소리입니다.

 

지금 사색이라고 했습니까?

웃기고 자빠져있습니다.

조용히 사색이나 하려고 궁상떨고 자빠졌습니까?

 

 

화려했던 황궁을 떠나 이곳에서 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무위도식하는

처지에 무슨 사색입니까?

골방에 처박혀 사색만 하다 보면 얼굴이 누렇게 떠 사색이 됩니다.

당장 오늘 아침은 건너 뛰고 점심도 굶었는데 저녁은 또 어떻게 해결하나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겠지요.

 

'인마! 너 돈도 없고 배경도 죽어버렸으니 누가 너를 가까이하겠니? 너는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지? 고향에 반겨줄 사람도 없는데 고향 생각했다고라?'

여불위는 이런 생각을 하며 염장을 지른 것인데 이번에는 속을 확 뒤집어 놓습니다.

 

 

"공자 조나라에 계시는 것이 하루 이틀로 그칠 게 아니시고 이렇게 처량하게

세월만 보내실 겁니까?

어서 방법을 마련하여 빨리 진나라로 돌아가 하늘과 땅이 놀랄 만한 큰 위업을

이루시어 만대에 이름을 빛내셔야죠?

꿈도 꾼자만이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꿈조차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누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까?

 

 

자초 이인이 생각해보니 장삿꾼인 여불위 이 자식이 오늘 완전히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비록 적은 양이지만, 위의 기둥을 감싸고돌아 오르는 용의 국물이라도

흘렀던 공자가 아니겠어요?

자세히 보면 이무기가 아니고 용이 분명합니다.

 

어찌합니까?

용의 국물이라도 튀었던 공자라도 끈 떨어지면 이렇게 장사꾼에게도 이무기도

쉽게 당하지 않는다는 개망신을 당하는 겁니다.

그래도 동네 똥개에게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거상에게 당하는 게 낫기는 하겠죠?

 

여기서 더 망신을 주면 틀림없이 토라져 일이 어려워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여불위는 표정관리에 들어가 진지하게 낚싯밥을 던집니다.

역시 들었다 놨다...

여불위는 노련하게 상대를 손아귀에 틀어잡고 흔들며 마음대로 요리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여불위는 자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공의 가문을 크게 빛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G랄 옆차기가 아니라 앞차기입니까?

 

자초가 가만히 들어보니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입니다.

일개 장사치에 불과한 녀석이 그래도 진나라의 공자 중 한 사람인 자기를 보고

가문을 빛내주겠다고요?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이랍니까?

용의 국물조차 구경도 못한 장사치가 말입니다.

당시 장사치라는 게 천한 직업인데 감히 용의 국물을 눈곱만큼이라도 먹고

태어난 몸이 공자가 아닌가요?

 

 

그래서 웃으며 비꼬듯이 한 마디 던지지요.

꼴에 자존심은 있다는 말이겠네요.

"나의 가문은 천하가 모두 알고 있기에 그대의 가문을 먼저 빛낸 다음

나의 가문을 빛내 주시구려."

이 말은 '너나 잘하세요! 따식아~'라는 말입니다.

꼴에 자존심은 자유당 때 그대로입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오늘 공자가 지렁이 처지가 된 겁니까?

 

그래도 현재 G7 중 제일 잘 나가는 진나라 소양 왕의 손자이고

그의 아들인 태자 안국군의 아들입니다.

이미 광은 뻔쩍이며 냈습니다.

비록 뻥 광이지만요.

서열에서 밀리고 처져서 볼모로 이곳에 와 있지만요.

 

 

이제 여불위는 기선 제압은 끝내고 더 끌었다가는 정말 이인이 토라져

일을 그르칠까 봐 바로 말대꾸가 들어갑니다.

"공은 모르고 계십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가문을 빛나게 하는 광택 전문가입니다.

그러니 광택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저의 가문은 공의 가문을 빛낸 다음이라야

빛날 수 있습니다"

 

지금 두 사람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게임을 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선투자를 하고 그 이상을 빼먹겠다는 말이지요.

여기서 광이란?

정의하자면 공자에게는 권력을 잡는 일이요, 장사꾼에게는 돈을 버는 일이지요.

 

그러니 속으로 "너 볼모로 붙잡혀 와 오래 이곳에서 지내더니만 감이 많이 죽었구나!

세상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살아서 나중에 무슨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겠니?"라는 말이지요.

승자는 눈을 치우며 전진하고 패자는 눈이 녹을 때를 기다린다는데...

 

왕의 아들로 태어나 광을 내는 일은 권력을 쟁취하는 일이고

장사꾼이 광을 내는 일은 돈을 버는 일입니다.

佳人이 광을 내는 일은 화투판에 광을 파는 일이 아니라 글을 많이 써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일이지요.

 

 

수년간 볼모로 눈칫밥만 먹고 살아온 눈치의 달인 자초는

퍼뜩 그 말의 뜻을 알아차립니다.

아직 감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군요?

그래도 어려서 공자랍시고 제대로 교육은 받았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난데없이 찾아온 여불위의 말을 풀어보면 자기를 위하여 광을 내주겠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것도 광택 전문가가 말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여불위가 자신에게 펀딩을 한다는 말인데...

 

 

가만히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여불위가 그냥 지나가는 인사치레로

지껄이는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이런 생각이 이르자 갑자기 눈 앞에 오색빛 영롱한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귓가에는 환희의 찬가가 들리는 듯하고요.

머릿속으로는 이번에는 곤룡포를 입고 여러 명의 후궁을 거느리고

위의 사진 속으로 걷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이제 자초는 여불위에게 무릎을 가까이 대고 주위의 사람들을 모두 물려야겠죠?

사실 골방에 혼자만 살고 있기에 물릴 사람도 전혀 없습니다.

마당에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릴 뿐입니다.

 

이름만 공자지 잊힌 지 오래된 모태 쭉정이니까요.

돈도 없어 고향인 진나라에 한 번 다녀오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처지니까요.

어디 그뿐입니까?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하며 지내는데요.

 

 

이제부터 여불위는 자초와 합작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브리핑을 바로 들어갑니다.

제목이 '대권 쟁취를 위한 세부적 단계별 액션 플랜'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겁니다.

그러니 천하를 내 품에 안는 도전이라 지금의 대권 도전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는 말이겠지요.

 

당시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만 있었던 이야기를 마치 사마천이 CCTV를 보며

두 사람 사이의 대화까지 말입니다.

 

 

“공자여, 제가 귀하의 가문을 크게 높여드리겠습니다.” 여불위가 말했습니다.

“우선 당신의 가문을 크게 한 뒤 내 가문을 크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라고

실소와 함께 힘없는 어조로 이인이 말했고요.

“공자는 모르시겠지만, 내 가문은 당신의 가문이 커진 후에야 커질 것입니다.”라며

여불위는 눈을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을 하니 이인이 관심을 보이자

여불위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갑니다.

“제게 공자를 왕위에 올릴 계책이 있습니다.”

헐!!! 쭉정이를 왕위에 올릴 계책이 있다고요?

 

다음 편에서 그 계책을 구경해보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