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 텀이라고 불리우는 파인애플

2009. 7. 16. 00:14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우리가 파인애플이라고 부르는 과일을 베트남 남부지방에서는 짜이 텀(Trai Thom)이라고 부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파인애플을 팔 때 솔방울처럼 나선형으로 칼집을 내어 먹기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런 칼집은 먹기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실은 버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다.

먼저 껍질을 얇게 깎고 사이사이에 박힌 눈만 도려내다 보니까 이런 나선형의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새콤달콤 맛난 파인애플에도 베트남에는 사연이 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베트남 남부지방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짜이 텀이라는 소녀가 있었다.

어린 소녀는 평소에 노래 부르기 좋아했고 놀러 다니기를 좋아해 집안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갑자기 병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워 지내게만 되었다.

어린 소녀는 할 수 없이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소에 집안일을 거들지 않고 놀러 다니기만 좋아했던 소녀에게 집안일이란 어렵기만 했다.

평소에 모든 집안일을 어머니만 도맡아 하시고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만 먹던 소녀는 그릇이며 쌀이며

반찬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 소녀에게는 모든 게 어렵기만 했다.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물어가며 집안일을 하다 보니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아가며 일을 했지만, 나중에는 아파서 누워 계시는 어머니에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신경질적으로 "젠장.... 눈이 백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버렸다.

 

그런데 마침 소녀의 집을 지나던 신령님이 그만 소녀가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

신령님은 소녀의 말을 듣자마자 "그렇게 되리라."라고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소녀는 바로 눈이 백 개나 달린 파인애플로 변해버렸다.

베트남 신령님은 성질이 급하기도 하셔라.....

 

그 후 베트남 남부지방 사람들은 파인애플을 소녀의 이름인 짜이 텀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과일에 빗대어 아이들 교육을 위한 이야기겠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후 佳人은 파인애플을 먹을 때마다

신경질을 부리는 소녀가 째려보는 느낌이 들어 새콤달콤한 파인애플의 맛이 반감되는 기분이 든다. 

 

세상을 살다 보면 佳人도 힘들고 어려울 때 쉽게 푸념을 한다.

그런 짜증도 신령님이 계시지 않을 때 해야 한다.

성질 급한 신령님이라도 佳人 곁에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푸념한 대로 즉시 만들어 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베트남 신령은 우리나라까지는 신통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