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이야기 하나

2008. 12. 3. 01:00중국 여행기/소주, 항주, 상하이 여행

오늘은 서호에 왔으니 중국이 자랑하는 4대 미녀중 왕언니 뻘인 서시(西施)나 만나보자.

서호는 항저우 시내에서 볼때 서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서호다.

또 다른 말은 서시의 아름다움에 비유해서 서동파가 서자호라고도 불렀단다.

동파는 끼지 않는 곳이 없다.

 

서시야~~

佳人 오빠가 멀리 한국에서 왔다.

 

그녀는 춘추전국시대에 월(越)나라의 저라산(苧羅山) 근처에서 나무장수의 딸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이광(夷光)이다.

중국 4대 미인이라고 하는 여자들 대부부이 출생성분이 평탄치 못한것 같다. 

어릴 때부터 천성이 곱고 용모가 아름다워 항상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고 한다.

이런 소리 들으면 속 뒤집어 진다.

왜 용모도 아름다운 여자가 마음까지 곱냔 말이다.

 

하루는 서시가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맑은 강물에 비쳤다.

이때 물고기가 물에 비친 아름다운 서시의 모습에 도취되어 헤엄치는 것도 잊어 버리고

구경하다가 점점 강바닥으로 가라 앉았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서시를 침어(沈魚:미모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것을 감상하던 물고기를 강밑으로

가라앉게 했다는 의미임)라고 하게 되었다.

역시 중국인다운 발상이다.

중국 물고기가 농약 먹었냐? 미쳤어~~

 

중국 4대 미인은 다 그렇다.

왕소군은 멀쩡하게 날아가던 기러기가 떨어져 낙안(落雁)이라고 하고 초선은 달이 부끄러워

구름사이로 숨었다고 폐월(閉月)이라 한단다.

양귀비는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고 수화(羞花)라고 한단다.

왜 멀쩡한 자연의 이치를 이렇게 왜곡하지?

물고기가 그만 냅두란다.

 

그러면 여기서 서시 그림이나 한번 보고 가자.

 

뭐 사실 꽃밭에서 좋은 옷 입고 화장에 몸치장까지 하고 사진 찍으면 다 이정도는 나온다.

지금은 사진발이지만 그림발은 더 왜곡이 심하지 않겠는가?

누가 서시의 실물은 보고 그린게 아니니까....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서시가 어릴 적부터 가슴앓이 병이라는 지병이 있었는데 가슴이 아플 때마다 얼굴을

몹시 찡그렸다.

그 병이 위궤양인지 협심증인지 그건 모르겠다.

좌우지간 속병이다. 

그러나 그 찡그리는 모습은 오히려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자태가 되어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 대목에서 신경질 난다.

이쁜 여자는 찡그려도 더 이쁘다.

 

이 소문이 퍼지자 어느 마을 아주 못생긴 추녀(醜女)가 자기도 찡그리면 예쁨을 받을까 하여

항상 얼굴을 몹시 찡그리고 다녔단다.

푸~ 하하하하하~~~

그러자 인근 동네 사람들이 그 추녀의 찡그린 모습을 보고 모두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가 대분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단다.

뭐 대문까지 걸어 잠그었겠는가...

효빈(效嚬:찡그린 것을 본뜬다), 또한 빈축(嚬蹙)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이 말은 "장자"에 기록으로 남아 있단다.

佳人도 오늘부터 찡그리고 다녀볼까?

그러면 빈축을 사겠지?

그럼 울 마눌님 찡그리고 다녀~~

 

무조건 좋다고 다른사람 따라하지 마라.....

동네사람들 모두 문 걸어 잠그고 안 나온단다.

이쁜 여자들은 찡그리고 다녀도 오케이~~~

 
수저우 지방에 오(吳)나라와 항저우 지방의 월(越)나라의 전쟁 중에 모국인 월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서시는 적국의 군왕 부차(夫差)를 유혹하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부차의 위장

애첩이 되어 그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인계의 주인공이 된다.

부차도 서시 이쁜건 알아 가지고...... 

 

춘추시대 후기 제후들의 쟁패의 중심은 장강(長江) 유역 하류와 절강 지역으로 옮겨진다.

이에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던 오나라와 월나라는 끊임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된다.

 

오왕(吳王) 합려(闔閭)의 통치 시기에 오나라는 초(楚)나라에서 귀순한 대신 오자서(伍子胥)와

유명한 병법가 손무(孫武)의 보좌로 국력이 강성해졌다.

이에 오나라는 초나라를 공격하여 대파하고 승리를 눈앞에 둔 순간 그만 월나라의 공격을

받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구천(勾踐)이 월나라 왕에 즉위했다.

오왕 합려는 이때를 틈타 월나라를 공격하여 지난날의 원한을 갚고자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오왕 합려는 손에 화살을 맞고 큰 부상을 입었으나 그 화살에는 독이

있어  결국 죽게 되었으며 그때 그는 아들 부차(扶差)에게 반드시 월나라를 평정하여 원수를

갚아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오나라 왕에 오른 부차는 한시도 아버지의 원한을 잊지 않고 "땔나무 섶에 누워자면서(臥薪)"

복수의 날을 기다렸다.

부차는 문 밖에 부하를 세워놓고 부차가 드나들때 마다 부하에게 "부차야! 애비의 유언을

잊었느냐~~"하고 큰 소리로 말하게 함으로 작심 삼일이 되지 않게 하였다.

참 독한 놈이다.   

때가 되어 부차는 필사의 각오로 월나라를 공격하여 구천의 군대를 대파하고 회계산(會稽山)

에서 월왕 구천을 사로잡는데 성공하였다.

이 말은 나중에  회계지치(會稽之恥)라는 말로 굴욕적인 강화를 맺었다는 뜻으로 인용된다.

   

이에 구천은 대부 문종(文種)과 범려(范蠡)의 건의를 받아들여 미녀 8명과 금은보화를 오나라

태재(太宰) 백비에게 보내어 매수하고 오왕 부차에게 화의를 주선주도록 청하였다.

결국 화의는 성사되고 약정에 따라 구천은 오나라의 신하가 되었다.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 하겠다는 말을 하며....

심지어 구천은 자신의 충성맹세를 보이기 위해 부차의 똥을 먹기까지 했단다.

그 이유는 자기가 부차의 부친인 합려를 죽게 하였으니 그 잘못을 구명받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한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정말 징그러운 놈들이다. 

구천은 겉으로는 오나라를 섬기면서도 안으로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였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백성들을 독려하고 인재를 널리 모집하는 등 월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부차에게 당한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서 쓸개를 걸어두고 그 맛을 보면서(嘗膽)

복수의 날을 기다렸다.

쓸개가 얼마나 쓴데 이 놈은 더 징그럽게 독한 놈들이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구천은 보약 먹은 것이다.

웅담이 얼마나 비싸고 좋으냐?

요즈음 웅담 좋다고 돼지 쓸개나 개 쓸개도 비슷하게 만들어 가짜도 유통되고 곰 쓸개에다

호수를 끼워놓고 한국사람들 빨대로 직접 빨아 먹는다.

 

이때 구천은 부차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매년 많은 금은보화와 미녀들을 예물로 바쳤는데

서시도 그러한 목적으로 오왕 부차에게 바쳐진 미녀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때 월나라 대부 범려는 여러 차례 오나라에 미녀를 선사하였음에도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직접 전국 각지를 돌면서 절색의 미녀를 찾아 나섰다.

하루는 범려가 저라산(苧蘿山) 기슭에 이르렀는데 약야계(若耶溪)라고 하는 곳에 두 명의

미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두 미녀는 바로 서시(西施)와 정단(鄭旦)이었다.

 

범려는 그녀들의 자태를 보자마자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세상에 보기드는 물건이 되어 반드시 오왕 부차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월나라의 미래는 저 여인들에게 달려 있도다!"

그러니 먼나는 순간 범려는 서시에게 필이 꽃혔다는 이야기다.

범려는 그녀들을 만난 다음 자기의 신분을 밝히고 그가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

서시와 정단은 무릎을 꿇어 절을 올리고 연약한 시골 여자의 몸으로 이렇게 중요한 국가의

대사를 맡게 될 줄 몰랐다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을 다짐한다.

이에 범려는 회계산 부근에 안가를 마련하여 미인계를 성공시킬 계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갔다.

 

여기에는 서시와 정단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미녀 10여명이 더 있었는데 교육 내용은

먼저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한 후 그 다음으로 일반적인 지식을

전수하였다.

특히 가무(歌舞), 몸가짐, 예절과 사람을 유혹하는 기교 등을 중점적으로 지도하였으며

정보수집 지식과 기술도 필수과목이었다.

그리고 방중술(房中術)등 온갖 교육을 받아 그야말로 재색을 겸비한 미녀가 되었는데

그녀가 근처 냇가에라도 나갈라치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려고 몰려와서

온통 길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한다.

범려는 서시를 보려고 몰려오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나라의 비자금으로 충당했다는데

이 돈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범려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 와중에 장사까지? 

 

이러한 집중적인 교육을 통하여 단기간에 그녀들은 충성심과 고귀한 품성을 갖춘

공작요원으로 양성되었다.

현대적 의미로 말한다면 서시는 바로 유명한 여자 스파이였던 것이다.

서시와 정단은 많은 스승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발군의 재능을 나타내어 3년만에 가무를

완벽히 섭렵하고 우아한 자태와 교태로운 정취를 뽐낼 수 있게 되었다.

월왕 구천은 이들을 시험한 후 대단히 만족하였다.

이에 범려는 날을 잡아 서시와 정단 등을 데리고 오나라로 향하였다.

 

그런데 어느새 범려는 서시와 사랑에 빠져 버렸고 일을 저질러 서시도 임신을 한 몸인지라

두 사람은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 어떻게 이 배부른 서시를 오왕에게 바칠 수 있었겠는가?

사람이 양심이 있지....

佳人은 벌써 서시를 저자거리에 내놓고 장사할때 부터 알아 봤다.

사고 칠줄 알았지.....

 

그런데 서시가 울 마눌님 몰래 佳人에게 한마디 하더라...

 

全 是 因 为 爱 沉 默 不 能 讲 我 就 是 你的 女人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无 论 你离开 我 多 漫 长 你 还 是 我 的 男人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요

 

서시야~~

佳人은 이미 결혼한 몸이란다.

 

오잉~~ 이건 애모라는 노래의 중국어 가사인데?
서시가 너무 이뻐서 서시의 이야기는 내일 하루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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