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타 고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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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인과 레콩키스타(트루히요)
웬 선돌 무더기입니까? 트루히요 언덕 위에는 무어인에 건설했던 알카사바가 있습니다. 그 앞에 이곳이 역사 유적지(Ciudad Monument)라는 의미의 기념 공원이 있네요. 그 기념 조형물이 바로 입석이라는 선 돌입니다. 선 돌의 앞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워낙 추상적인 예술작품이라 난해합니다. 오늘은 어제 이야기에 이어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이야기가 어디까지였죠? 그냥 아무 이야기나 이어가겠습니다. 아! 그래요. 점차 북으로부터 밀고 내려 오는 기독교 세력이 이 근처까지 내려와 그동안 정들었던 이 성의 방을 빼라 합니다. 어쩌겠어요? 주변의 모든 무어인 동족이 하나둘씩 보따리만 챙겨 남으로 남으로 가버렸는걸요. 지금까지 숨 죽이며 시키는대로 움직이던 마을 주민의 숨소리와 눈초리가 변했습니다..
2015.07.30 -
트루히요 알카사바를 향하여
이 도시는 기원전에 이 지방에 살았던 원주민 이베리아 사람이 세운 도시라 합니다. 로마는 이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주변의 여느 도시와는 달리 로마 유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곳은 그들의 목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변두리 중에서도 변두리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그때는 깡촌이지 싶네요. 촌놈들이 사는 외진 곳 말입니다. 덕분에 오래도록 옛 모습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그 대신 이곳의 맹주였던 이슬람 무어족의 흔적만 잔뜩 남아있는 곳이죠. 그 후 이슬람이 이곳에 들어와 제대로 된 도시건설을 하게 되었다네요. 지금의 알카사바가 바로 그 흔적이겠지요. 이제 알카사바를 향해 언덕길을 오릅니다. 그 후 1232년 이베리아 반도를 휘몰아친 국토회복운동인 레콩키..
2015.07.27 -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고향 트루히요 가는 길
위의 사진은 트루히요의 중심 광장인 마요르 광장 한가운데 시내를 굽어보며 서 있는 청동으로 만든 기마상인데 말 근육을 보니 아주 다이내믹한 모습입니다. 스페인 정복자가 들어가기 전까지 당시 남미에는 말이 없었다 합니다. 그렇다면 스페인에서 말을 배에 실어 남미로 옮겼다는 말이 아닌가요? 어디 말뿐이겠어요? 무서운 맹견도 끌고 들어가 두 짐승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저런 모습으로 잉카 제국에 나타나니 말을 처음 본 잉카 사람들의 눈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라는 켄타우로스(Centauros) 또는 센토(Centaur)처럼 생각되고 그들 전설에 하늘에서 내려오리라는 그런 신으로 생각되어 처음에는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였지 싶네요. 게다가 무서운 개까지 데리고 나타났으니... 올려..
2015.07.21 -
메세타 고원은 축복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아침 내내 바다호스의 구시가지를 구경했네요. 바다호스는 제법 느낌이 좋았던 도시였습니다. 알카사바며 푸엔테 데 빠르마스, 즈그라피토 기법의 알타 광장 그리고 시내에 아직도 남아있는 이슬람 풍으로 지은 집 등 구경거리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게 입장료도 하나도 없는 곳이기에 더 좋았네요. 원래 바다호스는 스페인으로 다시 들어오기 위해 선택한 여정 중 한 곳으로 생각했기에 더 느낌이 좋았나 봅니다. 11시 45분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챙겨 천천히 걸어서 버스 터미널로 갑니다. 숙소에서 터미널을 물어보니 천천히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기에 걸어서 갑니다. 오늘 갈 곳은 바로 카세레스라는 중세의 도시입니다. 카세레스에서 일박하고 먼저 피사로의 고향인 트루히요로 이동해 구경한 후 아침 일찍..
2015.07.10 -
에스트레마두라는 콩키스타도르의 고향
위의 사진은 알카사바 성벽 위에서 푸엔테 데 빠르마스(Puente de Palmas)라는 다리를 바라본 모습인데 종려의 다리라고 해야 할까요? 과디아나 강을 가로지르는 제법 오래된 다리로 무어족이 건설했던 다리라 합니다. 이 강은 나중에 우리가 들릴 메리다로부터 흘러온 강으로 바다호스를 지나며 포르투갈과의 국경을 이루는 카야 강과 합류합니다. 당분간 우리가 돌아볼 지역을 스페인에서는 에스트레마두라(Extremadura)라고 부른다는데 이 말의 의미는 레콩키스타 시기에 무어족의 세력권 밖의 지역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또는 두로 강 밖에 있는 지역이라는 말이기도 하고요. 쉬운 말로 촌 동네나 변두리 동네라는 말이잖아요.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을 뭐라 하지요? 촌놈이라고 하지 않나요? 시내 구경을..
201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