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히요 알카사바를 향하여

2015. 7. 27. 08:00스페인 여행기 2014/트루히요

이 도시는 기원전에 이 지방에 살았던 원주민 이베리아 사람이 세운 도시라 합니다.

로마는 이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주변의 여느 도시와는 달리 로마 유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곳은 그들의 목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변두리 중에서도 변두리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그때는 깡촌이지 싶네요.

촌놈들이 사는 외진 곳 말입니다.

덕분에 오래도록 옛 모습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그 대신 이곳의 맹주였던 이슬람 무어족의 흔적만 잔뜩 남아있는 곳이죠.

그 후 이슬람이 이곳에 들어와 제대로 된 도시건설을 하게 되었다네요.

지금의 알카사바가 바로 그 흔적이겠지요.

이제 알카사바를 향해 언덕길을 오릅니다.

 

그 후 1232년 이베리아 반도를 휘몰아친 국토회복운동인 레콩키스타의 결과로 이슬람은

보따리를 챙겨 여기를 떠나며 기독교 세력이 무주공산이 된 이 지역을 차지하며 살았을 겁니다.

정말 깡촌이지만, 여기가 바로 피사로의 고향이라고 유명해진 곳이 아닐까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문이 산티아고 문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다 왔는지도 모를 피사로 집안이 여기에 들어오며 고향이라고 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촌 동네 귀족이라고 해봐야 찢어지게 가난했을 테니까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어요?

당시 이런 곳에 귀족이라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하급 귀족인 이달고 계급으로 전통 있는 가문의 귀족이

아니라 레콩키스타 운동에 따라다니며 전투에 참전해 공을 세운 무사 계급이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그때 공을 세운 병사에게 이달고 계급을 하사해 돈 키호테처럼 이름 앞에 Don을 붙일 수 있었다네요.

 

레콩키스타가 끝나자 이런 곳은 정말 찬바람만 쌩쌩 부는 그런 한지였을 겁니다.

할 일이라고는 돼지 똥 치우는 일 외에 별로 할 일이 없는 그런 곳이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마침 불어오기 시작한 남미 바람에 피사로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그래! 바로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야~"라며 동네 친구들과 떼거리로

남미행을 결정했을 겁니다.

 

그런 그들이 남미를 돌아다니며 수탈해 긁어 모은 재산을 이곳으로 가져와

아주 폼나는 동네를 만들고 그동안 지은 죄도 말끔히 씻겠다고 성당도

고딕식에 르네상스 스타일로 팍팍 올렸을 겁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골목마다 여러 개의 성당을 만들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이들이 그곳에서 저지른 나쁜 짓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성당이 산타 마리아(Santa Maria) 성당입니다.

고딕 양식의 성당이랍니다.

하나님은 불문곡직하고 이들의 추악한 면은 외면하고 황금으로 치장하고 기도하니

소원을 들어주었을까요?

아니면, 잘못에 대한 빠떼루를 주었을까요.

 

그래도 그들은 잉카문명을 절단낸 문명의 파괴자임에도 불구하고 광장 가운데

멋진 동상을 세워 영웅 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고향에 큰 인물이 났다는 의미잖아요.

 

코리아 대학인가요?

 

이름이 신기해 대학 안을 돌아다녔지만...

캠퍼스라고 하기에는 아주 작은 건물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마을에 대학까지 세웠으니 정말 많이도 가져왔나 봅니다.

 

대학 건물 뒤로는 위의 사진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메세타 고원이 펼쳐져 있네요.

언덕조차 보이지 않는 이런 고원지대에 신기하게 트루히요만 언덕이 있어

이곳에 도시가 생겼습니다.

옛날의 모습이 대부분 부서진 체 그대로 버려졌습니다.

돌밭으로 농사도 쉽지 않아 그냥 버려진 땅으로 보입니다.

 

트루히요는 이렇게 돌산 위에 세운 마을입니다.

전쟁이 무서워 그랬을까요?

이곳은 멀리까지 경계가 가능하잖아요.

더군다나 여기는 돌산이기에 식수는 구하기 어려운 위치라고 생각되네요.

 

이런 돌담길을 잠시 걸어갑니다.

아주 걷기 좋고 느낌이 좋은 골목길이 아닌가요?

지금 우리가 본 것은 전부 돌입니다.

워낙 돌만 있는 지역이라 이렇게 돌로 모든 것을 만들었나 봅니다.

돌이 많다는 것은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지만, 농사짓기는 어렵다는 의미잖아요.

 

그러자 제일 높은 곳에 대단히 크고 웅장한 성채 하나가 나타납니다.

이게 바로 알카사르라는 카스티요 데 트루히요(Castillo de Trujillo)입니다.

제일 높은 곳에 우뚝 서 세상을 모두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이 돌산이라고 척박하다 뭐다 말하는 것은 나중에 판단할 일입니다.

의욕이 있는 자는 이곳에 나무 막대를 꽂아도 그곳에 사과가 열릴 것입니다.

그들은 이런 곳에도 터를 잡고 살아왔습니다.

세상 어느 곳이나 살아가려는 의욕만 있다면 그 삶은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이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