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레마두라는 콩키스타도르의 고향

2015. 7. 9.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다호스

 

위의 사진은 알카사바 성벽 위에서 푸엔테 데 빠르마스(Puente de Palmas)라는

다리를 바라본 모습인데 종려의 다리라고 해야 할까요?

과디아나 강을 가로지르는 제법 오래된 다리로 무어족이 건설했던 다리라 합니다.

이 강은 나중에 우리가 들릴 메리다로부터 흘러온 강으로 바다호스를 지나며

포르투갈과의 국경을 이루는 카야 강과 합류합니다.

 

 

당분간 우리가 돌아볼 지역을 스페인에서는 에스트레마두라(Extremadura)라고

부른다는데 이 말의 의미는 레콩키스타 시기에 무어족의 세력권 밖의 지역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또는 두로 강 밖에 있는 지역이라는 말이기도 하고요.

쉬운 말로 촌 동네나 변두리 동네라는 말이잖아요.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을 뭐라 하지요?

촌놈이라고 하지 않나요?

 

 

시내 구경을 하다 보니 낯익은 이름이 눈에 보입니다.

산 프란시스코 광장(Plaza de San Francisco)입니다.

이름은 광장이라는 말인 플라사라고 했지만, 사실은 공원으로 보였습니다.

 

 

광장 안은 공원으로 꾸며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광장 안의 벤치에는 아주 대단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야기를

아줄레주로 만들어 놓았는데 자라는 아이들에게 선조의 위대함을 전하려 했을까요?

그런데 내용을 알려주는 설명이 양쪽으로 있는데 하나는 스페인어이고

다른 하나는 포르투갈어입니다.

뭐 영어로 썼다고 해도 佳人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바스코 누네스 데 발보아라는 사람이 1513년 9월 26일 태평양을 발견했던 날이라는

의미지 싶고 당시에 태평양은 남미 대륙을 횡단해야만 볼 수 있지 싶네요.

그때의 영광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해 1513년 인디언만이 살고 있던 플로리다에 처음 상륙한 스페인 장교 폰세 데 레온

(Ponce de Leon)이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의 샘(Fountain of Youth)을 찾으려 항해하다

그 샘이 있다고 믿어지는 곳에 도착했는데 그곳이 바로 세인트 오거스틴이었다고 전해진다네요.

 

 

또 그는 짙푸른 숲을 배경으로 각종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Feast of the Flowers

(꽃들의 제전)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플로리다라는 지명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하며 이후 스페인에서 촌놈들이 계속 유입된 인구로 집이 들어서고 길이 닦여지는 등

시의 면모를 갖춰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아줄레주 장식의 벤치가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의 아줄레주는 피사로의 살해장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페루의 잉카문명을 끝장낸 피사로도 내분으로 말미암아 동료에 의해 살해당했다

했는데 그때의 모습을 만들어 놓았지 싶습니다.

 

 

그는 늘 함께했던 동료 알마그라를 처형했지만, 얼마 후 알마그라를 따르던

추종자들이 저녁 식사 시간에 들이닥쳐 피사로를 살해했다네요.

위의 아줄레주에도 저녁 식탁이 보입니다.

밥이나 먹은 후에 죽이든지 하필이면 왜 밥 먹을 때 난리를 친답니까?

이 모든 일이 황금 때문이 아니겠어요?

황금은 이렇게 사람의 눈을 멀게하나 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촌놈 에르난 코르테스의

모습으로 촌놈 코르테스가 메히코에 입성하다라고 쓴 듯합니다.

그는 멕시코에 들어가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하지요?

위의 그림은 자기가 타고온 배를 불살라버리는 임전무퇴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림에 늘 함께했던 현지에서 얻은 연인인 말린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지처라고 숨기고 싶었을까요?

말린체는 멕시코에서는 반역의 상징이겠지요?

코르테스는 그녀를 나의 혀라고 칭송했다고 했지요?

 

 

촌 동네 에스트레마두라는 지금의 바다호스 주와 다음에 갈 카세레스 주를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하는데 사실은 이슬람 지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카스티야 왕국이나 레온 왕국의

지배도 약했던 어정쩡한 곳이라는 말이네요.

에스트레라는 지역 이름에서도 이곳이 하찮은 지역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해자는 산 크리스토발 요새입니다.

해자와 망루, 보루를 제대로 갖춘 둔보인 셈이죠.

이 지역을 다른 말로 정복자의 땅이라는 의미로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의 땅이라고 

부른다 하는데 그 이유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남미에 진출한 여러 장수 중

대부분이 바로 이 지역 출신이라 합니다.

에르난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번 여행에서 피사로의 고향은 찾아보았지만, 코르테스네 집은 워낙 촌 동네라

버스가 다니지 않아 들리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8촌인가 하는 친척 간이라고 합니다.

집안이 별 볼 일 없는 귀족 출신이라고 하고요.

이럴 때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가문의 수치라고 불러야 하나...

 

 

이들은 정복자라고 콩키스타도르라 하지만, 사실 침략자가 아닌가요?

그들의 삶을 되짚어보고 고향도 방문해보려고 합니다.

이 지역은 이베리아 반도의 중부지역인 메세타 지역으로

건조하고 거대한 고원지대입니다.

 

 

주변으로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따라서 일교차가 심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지역이기에 농사짓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게다가 토질도 모래가 많은 푸석거리는 곳이 아니겠어요?

정말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고 살아갈 일이 까마득하니 사는 사람도 적고 살고 있는 사람도

먹을 게 별로 없어 큰 일을 볼 때마다 뒤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요.

 

 

이들에게 중세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지방으로 이주하는 길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에 아주 좋은 대안이 나온 겁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습니까?

 

 

대항해 시대를 콜럼버스가 연 후 남미는 이들에게 엘도라도고 유토피아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을 것이기에 손에 손 잡고 동네 촌놈 모두 남미에 진출하며 못살았던

한풀이로 더 사악하게 침략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황금의 땅 남미는 이들에게는 꿈의 나라였지 싶습니다.

더 사악하게 굴면 더 많은 황금이 주머니로 들어왔을 겁니다.

 

 

지금도 남미에는 지금 이곳 에스트레마두라지역의 도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도시가 많은 것으로 보아 얼마나 많은 이 지역 사람이 남미로 몰려갔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이렇게 이 동네 청년들은 남미로 떼거리로 몰려가 수탈에 약탈 그리고 

살인도 서슴지 않고 부를 축적해 고향으로 돌아왔지 싶네요.

 

 

재수가 없는 자는 그런 과정에 목숨을 잃거나 병을 얻어 황금도 무용지물로 변했겠지만...

이제 글자 그대로 금의환향할 일만 남았지 싶습니다.

이렇게 이 지방에서는 볼 것도 변변치 않았던 곳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돌아와 성당이나 저택을 경쟁적으로 지었을 겁니다.

그때 그 젊은이들이 말입니다.

 

 

이렇게 이들이 가져온 황금으로 이곳에도 살림살이가 좋아지기 시작했을 겁니다.

사막과도 같은 곳에 신기루처럼 중세의 신도시가 쑥쑥 자라듯 올라갔을 겁니다.

그 옛날 그때는 촌놈들이 말입니다.

 

 

이제 우리도 배낭을 찾아 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물어보고 확인한 후 또 길을 나섭니다.

오늘 갈 곳은 카세레스라는 도시입니다.

 

 

바다호스 버스 터미널(Estación de Autobuses de Badajoz)의 위치는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구시가지 카테드랄에서 남쪽 방향으로 큰길을 따라 곧장 걸어가면 찾을 수 있습니다.

혹시 바다호스를 우리처럼 버스를 이용해 여행하실 분이 계시면 버스 터미널에서

구시가지까지는 그리 멀지 않기에 걸어서 찾아가셔도 됩니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로 바다호스의 이야기를 끝내고 카세레스로 갑니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주로 정복자라는 콩키스타도르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 이유는 이 지방 출신이 앞장서서 남미 정복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왜 이 지방 출신이 그렇게 나서야만 했을까요?

이제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