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13)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몬테 도 고소의 언덕에 서서 산티아고를 바라보니 비가 계속 내리며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날씨만 좋았다면 여기 언덕에 서서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질 텐데... 처음 우리 계획은 오늘 여기서 잠을 자고 약 5km 가까이 떨어진 산티아고에는 내일 들어가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모든 순례자가 계속 걸어 산티아고로 가네요. 우리도 그냥 산티아고에 들어가렵니다. 다시 한인 민박에 연락해 지금 출발해 들어가겠다고 알리고 다른 순례자와 함께 들어갑니다. 이 시기는 비수기라서 한인 숙소가 여유가 있어 아무 때나 와도 된다고 합니다. 조형물을 세운 언덕 아래 작은 예배당이 보이고 그 안에 들어가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에 감사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크레덴시..
2015.02.26 -
까미노 마지막 날, 산티아고를 향하여...
오늘이 까미노 마지막 날입니다. 처음 계획은 오늘은 몬테 데 고소까지 16km 정도를 걷고 내일 아침에 4km 정도 떨어진 산티아고에 여유롭게 들어가려고 생각했지만,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몬테 데 고소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치기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처 걸어 산티아고로 바로 들어갑니다. 佳人은 이렇게 오늘 일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하면서 100년을 계획하며 살았습니다. 이럴 경우 계획과는 다르기에 먼저 숙소의 방을 확인해야 합니다. 카톡으로 한인 민박에 연락하니 비수기라 방이 비었다고 바로 와도 된다고 합니다. 만약 방이 없었다면, 까미노 도중 만났던 호객하는 할배네 집에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습니다. 사흘 내내 출발할 때는 오..
2015.02.24 -
빗속을 뚫고 까미노를 걸어 아르수아(Arzua)로.
점차 빗줄기가 강해집니다. 아무리 방수가 잘된 신발이나 옷이라 선전해도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점차 빗물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적십니다. 쉬지 않고 걸으니 비에 젖더라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잠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갑시다. 이런 길을 걸으며 훠이훠이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는 일은 너무 각박한 일이잖아요? 어찌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골길이지만, 멀리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여기까지 왔잖아요. 길은 같은 길일지언정 그 느낌은 다르지 않겠어요? 걷다가 힘이 들면 동행하는 사람을 위해 뒤돌아보며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미소란 미소를 짓는 내가 알 수 없기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소란 바로 상대를 위한 배려입니다. 비록 작은 배려지만, ..
2015.02.16 -
순례자의 길. 현실의 길. 그리고 까미노
요즈음 여행기랍시고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꾸 걱정이 앞섭니다. 사진만 주욱 나열하고 내용이 없는 여행기는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고... 그렇다고 글을 올리자니 내용이 변변치 못해 읽는 분이 지루해하실 것 같고... 그래서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제일 중요한 것은 글을 쓰더라도 정확한 용어 선택부터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대로 맞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 가끔 맞춤법조차 제대로 맞지 않게 쓴 글을 볼 때 佳人의 글도 저렇겠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 그 글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한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천박한 글로 비치기 때문이죠. 佳人이 쓴 글이 바로 그런 부류의 글이 아닐까 생각하니 계속 써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
2015.02.13 -
까미노의 상징 조개(가리비), 지팡이 그리고 표주박.
우리는 까미노(Camino)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까미노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영어로는 Way라는 의미라 하네요. 우리 말로는 그냥 길이라는 말이지만,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 말이겠지요?. 또한 길을 걷다는 동사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합니다. 이 까미노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 세상에 그냥 시골길을 세계문화유산이라고요? 모든 길은 로마로 이른다 했나요? 스페인에서는 로마로 가는 길은 없고 모든 길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뿐인 듯합니다. 그러니 산티아고에 이르는 까미노는 무척 많습니다. 그 많은 길 중에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이 가장 많은 사람이 걷는 길일 겁니다. 원래 프랑스 생장이라는 곳에서 출발해 이 길로 들어서서 가게 됩니..
2015.02.09 -
꽃길 자갈길 그리고 까미노 길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흔히 여행길에 비유하곤 합니다. 인생의 길이나 여행의 길이나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앞으로 펼쳐질 모습이나 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 무척 많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모두 다 알고 간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잖아요? 그저 그렇고 그런 길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 좋고 자갈길보다는 꽃길이 좋습니다. 지천으로 펼쳐진 꽃길을 걷는다면 피로도 덜하고 기분마저 상쾌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佳人처럼 대부분 많은 사람은 앞으로 펼쳐진 자신의 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게 그렇게 현실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바라고 원합니다.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