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르타리 무덤 에피소드, 6(최고의 미인)

2024. 1. 5. 04:00이집트여행

네페르타리의 무덤 한쪽 벽면에 여덟 마리의 소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암소로 보이는데 아래 제일 왼쪽에 있는 소는 뿔도 다르고 황소로 보이지 않나요?

이곳에서 알리고 싶은 것은 오른쪽에 보이는 네페르타리 여왕에게 성스러운 우유를

공급하려는 것이고 왕비는 두 손을 들어 경배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성스러운 우유란 바로 생명의 젖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네페르타리는 생전에 작은 죄도 짓지 않고

순결하게 살아왔다는 의미를 알리고 싶었나 본데 우리는 이 무덤 안에서 이미 위의 사진에 보이는

황새처럼 생긴 새인 아크(Akh)를 보았는데 아크란 바로 청정영혼을 의미하는 상징이잖아요.

 

그렇기에 소 그림 왼쪽에 네페르타리가 자신의 카르투슈(cartouche)가 새겨진 

벽 앞에 서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것을 들고 "내가 바로 지고지순한 영혼인 네페르타리야!"라고

소리치는 듯한 벽화가 아주 멋지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여인이었기에 람세스 2세는 네페르타리에게 뻑~ 소리 나게 가버려 "아름다운 동반자"니 

"태양이 비치는 여자"니 심지어는 "태양은 그녀를 위해 빛난다."라고 까지 하며

온갖 좋은 수식어는 다 가져다 붙였지 싶습니다.

심지어 매장실 벽에는 람세스 2세가 자작시를 지어 적어놓기까지 했다는군요.

 

그 시를 보면 아주 람세스 2세가 얼마나 네페르타리에게 빠졌나 알 수 있지요.

"내 사랑은 특별하다. 아무도 그녀와 견줄 수 없다, 그녀는 살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기 때문이다. 단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위의 소를 그린 그림 아랫줄 제일 왼쪽에 보이는 검은 소는 황소로 바로 호루스 신이라고 하며

나머지 일곱 마리의 암소는 호루스의 부인인 하토르 여신을 상징한다고 하니

황소 호루스는 일곱 마리의 암소인 하토르 부인을 거느리고 싶었나요?

아래 보이는 네 개의 노는 영생을 얻은 망자가 하늘나라로 가는 태양선을 젓는 노라고 합니다.

 

소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과는 아주 밀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축이지요.

소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주고 갑니다.

그렇기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서나 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3 신 중 창조와 파괴의 신이라는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시바(Shiva) 신이 있지요.

모든 신은 모두 이동할 때 코끼리나 가루다 등 타고 다니는 동물이 있는데

바로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동물은 풀 옵션으로 장착한 하얀 소 난디((Nandi)라고 하지요.

 

난디는 시바 신을 나타낼 때 꼭 옆에 함께 등장하기에 그래서 인도에서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좌우지간 이곳 이집트에서는 소가 신을 모시고 다니는 자가용이 아니라

신으로 당당히 대접받고 있는 것이 다르네요.

 

힌두교 사원을 가면 시바 신을 모신 사원 앞에는 늘 위의 사진처럼 신전 앞마당에

시바 신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하얀 소 난디를 볼 수 있습니다.

문화란 이렇게 같은 소라도 나라마다 다르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쭉 내려가면 제일 먼저 전실(Antechamber)이 나옵니다.

다시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매장실과 보물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물은커녕 미라조차도 모두 사라지고 벽에 그린 그림뿐만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