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향교(禮安鄕校)와 고산정(孤山亭)

2022. 9. 16. 04:00한국의 서원과 향교

안동을 출발해 도산서원을 찾아가는 도중 도롯가에 예안향교라고 쓴 이정표가 보여

무작정 찾아들어가려는데 길 아래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급경사였습니다.

소재지는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204-1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8호로 지정된 곳이라네요.

 

그러나 향교 바로 앞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넉넉지는 않더라고요.

사시사철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도산서원에 비해 이곳 예안향교는 안동에서 도산서원 가는 길에

바로 길가에 있어 쉽게 들릴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으로 들리는 발길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진입로가 어려우니...

그래서 그런지 문을 닫아 밖에서만 둘러보고 왔습니다.

 

교통 여건상 국도변에 있어 쉽게 접근 가능하지만, 도로 아래 좁은 급경사로 이루어진 위험한 접근로이고

주차시설도 별로 없고 향교 앞까지 자동차가 접근할 수는 있지만, 급한 경사를

곤두박질치듯 내려가야 하니 찾는 사람이 없겠네요.
차라리 향교가 바로 도로 아래이기에 도로 가장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이 조금 있으니

자동차를 주차한 뒤 편안하게 걸어 내려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조선시대에 예안현(禮安懸)에 설치하였던 향교라고 합니다.

개인이 설립한 서원과는 달리 향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공립학교의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유학을 가르치고 성현의 위패를 모셔 제사를 지내기 위해 국가에서 설립한 곳이라네요.

 

처음 건립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선조 34년(1601)에 중수가 있었고,

영조 21년(1745)에 크게 개수하였다 하네요.

보통 향교를 지을 때 앞뒤 일직선으로 배치하지만, 이곳 예안향교는 앞뒤로의 공간이 없어

왼쪽에 공부하는 공간이 있고 오른쪽에 제사를 모시는 공간을 두었다네요.

 

공부하는 공간은 앞에서부터 출입문 겸 누각 모습의 양호루가 있고 동재와 서재인 거인재와 유의재가 있습니다.

가운데 강당인 명륜당(明倫堂)이 있고 그 뒤로 이곳을 관리하던 사람들이 머물던 고직사(庫直舍)와

전사청(典祀廳)이 있다네요.

전사청에서는 향사를 올릴 때 음식을 장만하고 술을 보관했던 장소라지요.

 

제사를 모시던 공간은 별도로 담장을 두른 공간으로 그곳에는 공자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이 있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성현 27위의 위패도 함께 모셔있다고 합니다.

 
조선을 건국했던 太祖(태조)는 건국 후 바로 지방관에게 명하여 군, 현에까지 향교를 설치하였다고 하지요.
예안에 향교가 설치된 것은 이때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예안은 고려시대에는 군이었으나 고려말 이후 현이 되어 현감이 파견되었으며

예안이 군으로 승격된 것은 조선 후기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보호수는 작고 볼품없지만, 100년이 넘은 무궁화라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무궁화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무궁화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입구에는 600년이나 살아온 은행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는데 아마도 향교의 역사와 함께 하여온 나무로 보이네요. 

 

보통 향교의 교장은 현감이 담당하였고, 교관과 학생으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향교의 교관은 중앙에서 파견되었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서 자체적으로 선임하였고

유사 훈장 등 직책도 많아졌다네요.
 

예안향교에는 입학 전 훈도를 통하여 예비교육을 받은 자가 20세 이상이 되면
학생으로 입학이 허락되었고 40세까지 교적에 등재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향교 입학에는 신분적 제약이 없고 입학 시 군역이 면제되는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상인, 천민들까지 예안향교에 입학하기를 원해 경쟁도 치열했다네요.

 

건립 당시인 태종조에는 예안향교에 향교 운영을 위해 국가에서 12 결의 밭이 주어졌으나
성종조에 들어와 5 결로 감소되었다네요.

 

 조선시대에 매년 봄, 가을로 두 차례 제사를 올렸고 일제 강점기에는 양력 4월 10월 15일에 제사를 드리다가

해방 후 전국 유림대회 결의로 공자님 탄신일인 음력 8월 27일에 제사를 드렸다네요.

 

이곳을 잠시 구경하고 도산서원을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고산정(孤山亭)을 찾았습니다.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陶山面) 가송리(佳松里)에 있는 조선시대의 누각으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74호라네요.

고산정(孤山亭)은 그 이름만큼이나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정자 하나만 외롭게 있네요.

 

안동의 청량산(淸凉山) 암벽 옆에 금난수(琴蘭秀:1530~1599)가 지은 것으로 금남수는 퇴계의 제자라고 합니다.

금난수는 당시 선성(宣城:안동 예안현의 별칭)의 명승지 가운데 한 곳인 가송협(佳松峽)에

이 정자를 짓고 일동정사(日東精舍)라 불렀다네요.

 

이곳은 미스터 션샤인에 나왔던 장소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던 바로 그 장소며

나루터와 주막이 있었고 얼은 강 위를 유진 초이와 애기씨가 걷던 곳도 이곳이었다네요.

나루터와 주막은 촬영이 끝난 후 철거되어 지금은 없었습니다.

 

고산정을 노래한 퇴계의 시인 서고산벽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日洞主人琴氏子 (일동이라 그 주인 금씨란 이가)
隔水呼問今在否 (지금 있나 강 건너로 물어보았더니)   
耕夫揮手語不聞 (쟁기꾼은 손 저으며 내 말 못 들은 듯)   
愴望雲山獨坐久 (구름 걸린 산 바라보며 한참을 기다렸네)

퇴계집 권 2 서고삼벽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기에 주변 경관이 뛰어나 이황을 비롯한 선비들의 내왕이 잦았던 곳이었답니다.

평소 금난수를 아꼈던 퇴계는 이곳을 자주 찾아와 빼어난 산수를 함께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유진 초이와 애기씨도 이곳에 와 빼어난 산수와 러브를 즐겼나 봅니다.

 

고산정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