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와 고운 최치원(崔致遠)

2022. 10. 4. 04:00금수강산 대한민국/경상북도

안동지방을 여행하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경주를 가다가 의성에 있는 고운사를 들렀습니다.

고운사는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에 있는 통일신라의 승려 의상(義湘)이 창건한 절이라고 하네요.

절이 얼마나 고우면 고운사라고 했는지...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산문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웅전을 향해 걸어 들어갑니다.

아무도 없는 산사를 찾아가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아직 이른 봄이기에 주변의 나무는 회색빛이지만, 공기도 맑고...

 

비포장 도로지만, 이른 아침이라 자동차도 다니지 않고 경사도 없는 길입니다.

처음부터 느낌이 좋은 고운사입니다.

 

이곳 고운사는 이름이 특이하기에 우리 눈길을 사로잡네요.

고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 681년(신문왕 1) 의상이 창건할 당시에는 고운사(高雲寺)라 했는데

최치원이 여지, 여사 두 승려와 함께 가운루와 우화루를 짓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신라 말기의 유학자겸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의 호를 따라 고운사(孤雲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네요.

높은 고(高)가 외로울 고(孤)고로 바뀌었을 뿐 한글 이름은 같습니다.

최치원은 신라시대 대 문장가인 신라 삼최 중 하나로 중국까지 건너가 과거에 오르기도 했지요.

 

산문을 한참 걸어 들어오니 일주문인 조계문(曹溪門)이 보이고 그 뒤로 사천왕문이 있습니다.

이 문을 지나며 고운사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20분 정도는 천천히 걸어 들어온 듯합니다.

 

위의 사진 안내도를 보면 전각이 무척 많습니다.

고운사는 948년(정종 3) 운주가 중창했으며 1018년(현종 9)에는 천우가 대웅전, 약사전, 극락전, 적묵당,

그리고 설선당 등을 중창했다네요.

보통 목조 건물은 250년 주기로 보수해야 하지 싶습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아주 작은 전각이 보입니다.

고불전이라고 부르는 곳이네요.

 

오래된 석불을 봉안해놓은 아주 작은 전각으로 그 요철 모양의 구조가 특이하다고 합니다.

실내는 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왼쪽 방에는 현령의 공덕비인지 있더군요.

 

멋진 누각 형태의 건물이 보입니다.

이 누각이 있는 곳은 아래가 계곡으로 물이 흐르는 계곡 위로 다리 형태로 만든 누각이네요.

이곳이 바로 가운루(駕雲樓)입니다.

 

가운루(駕雲樓)라...

구름 위의 누각이라는 아주 로맨틱한 이름이군요?

최치원이 지었다고 누각이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 꼽힌다고 합니다.

가운루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1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계곡 위로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다시 나무기둥을 세워 건물을 지었네요.

원래 처음 이름은 가허루(駕虛樓)였는데 최치원이 다시 고쳐지으며 가운루(駕雲樓)라고 바꾸었답니다.

최치원은 절 이름도 또 누각 이름도 자기 마음대로 바꾸었나 봅니다.

 

원래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올 때 위의 누각 아래 계곡을 따라 들어오게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계곡을 메우고 누각 옆으로 길을 만들었고 계곡은 잔디마당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가운루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누각이며 강당으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운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운루 너머에는 우화루(羽化樓)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가운루와 마찬가지로 우화루도 최치원이 세운 누각이라고 합니다.

극락전 아래에서 법당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다네요.

가운루와 우화루를 개축하면 최치원의 자(字)를 따서 절의 이름마저 고운사(孤雲寺)로 바꾼 그 건물이군요.

 

가운루를 지나면 종각이 있습니다.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의 사물(四物)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석예불에만 그 소리를 낸다고 하네요.

 

이제 대웅보전으로 올라갑니다.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시고 있는 고운사의 큰 법당이며 1992년도에 완공된 50평 규모의 전각입니다.

 

대중의 조석예불과 사시불공 등 모든 의식과 법화가 이루어지는 고운사 신앙의 중심지라고 봐야겠지요.

 

법당 안에는 신중단과 조사 진영을 모신 조사단, 선망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영단이 있다고 합니다.

 

그 뒤에도 여러 승려에 의해 중창이 있었으며 1835년(헌종 1) 화재로 소실되자

만송, 호암, 수열 등이 함께 재건했다고 합니다.

역시 목조건물은 화재에 취약해 오래도록 보존한다는 일이 쉽지 않나 봅니다.

근대까지 재건과 중수가 계속되었는데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 극락전, 관음전, 명부전, 금강문

가운루, 적묵당, 우화루, 동별실, 서별실, 금당, 회운당, 고운대암, 고금당 등 25개가 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문이 세 칸인데 가운데 문이 높은 솟을삼문 형태의 만세문이라는 독특한 문이 있어 들어가 봅니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연수전이라는 현판이 걸린 특이한 모습의 건물이 있네요.

고운사에 딸리 건물이지만, 일반적인 절의 누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는 영조가 1744년 기로소(조선시대에 70세, 정 2품 이상의 문관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했던 기구)에

들어가는 것을 기념하고 왕실의 혈통과 역사를 적은 어첩(御牒)을 보관하기 위해 1744년에 지은 건물이랍니다.

연수전은 고운사의 다른 건물과는 달리 홀로 정남쪽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수전은 정면 3칸 옆면 3칸의 回자 모양의 정사각형으로 가운데 칸에만 문과 벽을 만들어 어첩을 보관하고

나머지는 개방형으로 사방으로 반 칸 정도의 넓이로 툇마루처럼 마루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외부로도 담장을 둘러 만세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게 했고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약사전입니다.

약사전에는 약사여래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는 곳이죠.

 

그러나 약사전 안에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도선국사께서 조성하신 석불(보물 제246호)인 석조여래좌상이 있습니다.

불상 뒤에 빛나는 광배를 아주 멋들어지게 조각하였습니다.

 

균형 잡힌 몸매와 인자한 상호, 비교적 완벽한 보존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고운사의 모든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통일 신라시대인 9세기경 특징을 보여주는 조각품이라고 하네요.

 

이번에는 나한전을 봅니다.

나한전은 응진전 또는 영산전이라고도 불리는데 16 나한을 봉안하였으며 그 가운데는

석가모니불을 모셔 놓네요.

 

이 건물은 원래 현 대웅보전 자리에 있던 대웅전으로 조선 중기에 세워졌다네요.

건물을 이전하면서 16나한을 모셨고 전각의 이름도 바뀌었다고 합니다.

불상은 우리나라에 보기 드문 지불(紙佛)로 매우 원만한 상호를 보여준다고 하네요.

 

삼층석탑은 경상북도 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어 있고 현재 나한전 앞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2층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렸으며,

아래층 기단에는 희미한 안상(眼象) 무늬가 보이고, 위층 기단에는 기둥 모양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탑신은 1층 몸돌에 비해 2층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각 층의 몸돌 모서리마다 기둥 모양의 조각을 두었네요.

 

약한 경사가 흐르는 지붕돌은 네 귀퉁이에서 치켜 올림이 크지 않고,

밑면에 1층은 4단, 2·3층은 3단의 받침을 각각 두었습니다.

꼭대기에는 노반(露盤: 머리장식 받침돌), 복발(覆鉢: 엎어놓은 그릇 모양의 장식), 뒤집힌 앙화(仰花: 활짝 핀

연꽃 모양 장식) 등을 올린 머리장식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오래전에 만든 석탑이라 전체적으로 석재가 많이 닳아 있고, 아래층 기단이 특히 심하다네요.

통일신라의 일반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줄어든 규모나 지붕돌의 조각 양식 등에서

시대가 조금 내려간 모습들이 보이고 있어 통일신라 후기의 작품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삼층석탑은 도선이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이번에 보는 건물은 명부전입니다.

명부전은 사후에 인간이 심판받는 장소를 형상화 한 곳으로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으며

염라대왕을 비롯한 열 명의 대왕과 그 권속들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지요.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래도 이곳은 佳人의 미래를 보는 듯하기에 자꾸 눈길이 머뭅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일간 이승에서 머물다가 명부사자(冥府使者)의 인도로 명부로 간다고 하는데,

이때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이 바로 명부시왕(冥府十王)이랍니다.

그런데 가끔 사무 착오로 명단에 누락되거나 이승에서 한이 많이 남은 사람은 구천을 떠돌기도 하더군요.

우리가 보았던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처럼...

 

이 건물은 약 300년 전에 세워진 법당으로 죽어서 저승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합니다.

이제 우리는 고운사를 다녀왔으니 죽은 후에도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아직 고운사를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은 빨리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70세로 올려서 받는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는 고운사입니다.

 

고운사의 위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