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술통 그로세 파스(Grosse Pass)

2021. 6. 23. 03:56독일·오스트리아 2018/하이델베르크

엄청난 크기의 와인 통이 보입니다.

이게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술통입니다.

이 술통은 하이델베르크 고성 안에 있는 그로세 파스(Grosse Pass)라고 부르는 와인 저장고입니다.

 

건물 지하에 만든 시설로 1751년 카를 테오도르 선제후 시기에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술통이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는 술의 도시가 맞습니다.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도 축배의 합창이 벌어졌던 곳이 아닌가요?

 

참나무로 만든 술통의 높이만 7m에 폭은 8.5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술통입니다.

옆에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하시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요?

이곳에 보관할 수 있는 포도주의 양이 자그마치 221.726ℓ라고 합니다.

술로 세상을 지배하고 싶었나 봅니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 모습의 조각은 난쟁이 페르케오(Perkeo)라는 나무 조각상입니다.
아래 앉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위에 보이는 나무 조각상에 보이는 인물 말입니다.

하루에 18ℓ의 와인을 5년 동안 마셨다고 하네요.

그러니 매일 술에 절어 살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시로는 천수를 누렸다고 하는 80세까지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건강을 생각해 금주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은 다음 날 숨졌다고 하니...

이곳에 내려오는 이유는 이 술통을 지키라고 고용했던 사람으로 지키라는 술통의 술을

하루에 15병씩마시는 바람에 속을 썩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실존 인물이라네요.

술을 지키라고 했더니 자기 뱃속에 넣고 지키려고 했나 봅니다.

 

따라서 늘 술에 취해 있어서 깨우려면 종을 흔들어서야 깨울 수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인가요?

워낙 큰 술통이라 마셨다는 표시도 나지 않았지 싶습니다.

 

이렇게 큰 술통을 만든 이유가 당시 세금으로 받은 백포도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이를 와인으로 만들기 위해 이렇게 큰 통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번 와인을 담그면 선제후가 죽을 때까지도 다 먹지 못하고 죽을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술통은 그 옆에 있는 작은 스페어 술통입니다.

 

이 와인을 직접 맛볼 수 있는데 5 유로면 술잔도 포함해 한 잔의 와인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입구로 들어와 뒤를 보면 이런 시설이 보입니다.

그러니 술통 구경도 하고 와인도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옆에 있는 오트하인리히 관에는 독일 약학 박물관이 있습니다.

독일은 특히 다른 유럽과는 달리 생약이 비교적 발달한 나라라고 하지요.

이곳에서는 독일 의학의 과정이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별도로 추가 요금 없이 고성 입장권만으로 돌아볼 수 있으니 꼭 들러 봅시다.

그러나 이 방면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딱딱한 관람이 될 수 있겠네요.

예전의 약의 변천사도 볼 수 있고 당시 모습을 재연한 것도 있으니 흥미를 끌 수 있겠네요.

 

유럽의 약국의 특징은 바로 천장에 매단 악어지요.

이곳 또한 여기저기 많은 악어가 보입니다.

천장에 매달린 포식 한 악어는 중세 약국의 전통이라 합니다.

 

자그레브의 오래된 약국에도 이렇게 악어를 매단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탈린에서도 볼 수

있었으며 이렇게 매단 악어는 도둑으로부터 약국 내부를 막아준다고 생각했고 약이라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곳에 대한 신비로움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또 고성 시계탑을 나와 왼쪽으로 더 가면 정원이 있는데 정원도 거닐어보면 좋지 싶습니다.

지금은 정원이 쓸쓸해 보여도 한때는 이곳 선제후 명예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몄다고 하는데 이곳은 궁전 정원이라는 슐로스 정원입니다.

그러나 넓은 곳이라 걷는 여행자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고성의 모습도 구경거리지만, 이곳에서는 프리드리히 관 아래를 통과해 밖으로 나가면

멋진 발코니가 있는데 이 발코니에 서서 하이델베르크의 구시가지 모습과 유유히 흐르는

네카어 강과 강 건너편 산의 모습과 철학자의 길을 바라보는 것도 일품입니다.

 

역시 이곳에서 바라보면 주민이 발아래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에

자신의 명성도 덩달아 올라 보일 겁니다.

이곳의 권력자 선제후가 머물기 위해 지은 성으로 성이라기보다는 여러 건물이 복합적으로

한 곳에 지어진 그런 느낌이 듭니다.

 

30년 전쟁이 있을 때 심하게 부서지는 바람에 이후부터는 영주나 선제후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폐허처럼 버려졌기에 지금까지 손을 대기 어려웠나 봅니다.

 

그러나 몇 번의 복구 운동이 있었지만, 워낙 손을 볼 곳이 많기에

  더는 부서지지만 않게 유지하는 정도라고 하네요.

지금 입장료는 받아서 뭣에 쓰나 모르겠습니다.

성이 있는 위치는 역시 경치가 뛰어난 언덕 위에 있기에 올라가는 방법은

걸어 오르거나 아니면 트램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이델베르크에 왔다면 이곳 고성은 그냥 지나치는 분은 아마도 한 분도 없을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너무 부서져 더 아름다운 하이델베르크 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대로 두었기에

더 고성답다는 평가도 있다고 하니...

오히려 복구하지 않은 것이 현명했다는 평가도 있다네요.

지금은 그냥 걷기만 할 수 있게 꾸민 그런 평범한 곳이지만,

처음 이곳은 권력자가 머문 곳이라 대단히 화려했을 겁니다.

그러나 권력이 저물고 나니 화려했던 이곳도 그냥 평범한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