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griffin) 두 마리와 개 두 마리

2020. 6. 29. 06:00조지아 2019/트빌리시

해 질 무렵의 트빌리시 전경입니다.

나리칼라 요새에 오르면 누구든지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트빌리시 TV 송출 타워가 보이는 산 뒤로 해가 넘어가며 평소와는 다른

트빌리시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두 마리 상상의 동물은 자유 광장과 광장 한가운데 있는 성 조지 상을

지키라 명령을 받고 묵묵히 앉아있는 그리핀(griffin)이라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이 동물은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날개와 부리를 가졌는데 아마도 용맹함을

나타내기 위해 인간이 그려낸 동물이겠지요?

 

주로 그리핀의 역할은 신전이나 분묘를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맡겼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위의 사진은 밤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보았던 모습으로 청동 조각상 양쪽에

개 두 마리가 자기도 그리핀인 양그리핀의 자세 그대로 저러고 앉아 있는데 개는 개일 뿐

저런다고 결코 그리핀이 될 수는 없겠지요?

 

저 개 두 마리는 오늘 밤을 이곳에서 새우려나 봅니다.

 

마치 잘 훈련이나 받은 듯 오른쪽을 바라볼 때도 같이 바라보고,

면을 볼 때나 같이 바깥쪽을 볼 때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신기하게도 바라보는 방향이나 자세도 똑같이 하고 있네요.

자기가 그리핀인 것처럼...

 

오늘은 저녁 무렵에 나리칼라 요새에 올랐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려고 왔는데 케이블카가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대롱거리며 달려 있네요.

비도 약간 내리는데 아마도 바람이 분다고 그러나 봅니다.

 

어쩌겠어요. 오늘이 트빌리시의 마지막 밤인데 기어서라도 올라가야지요.

걸어서 올라가는 우리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누가 바라봅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어느 집에 만든 재미있는 인형입니다.

 

걸어 올라가도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힘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주변 경치를 즐기며 오르다 보니 벌써 요새에 올랐습니다.

함께 걸어서 올라오신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멀리 보이는 성당은 높이가 101m나 된다는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The Holy Trinity

또는 St.Trinity Cathedral)이지요.

2004년에 15.000여 명을 수용한다는 조지아에서 가장 큰 성당입니다.

강 건너 바로 앞에 보이는 성당은 메테키 성당(Metekhi St. Virgin Church)이

성당 마당에 서 있는 큰 청동상은 조지아 왕이었던 바흐탕 고르가사리

(Statue of King Vakhtang Gorgasali)의 청동상이지요.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는 아랍과 유럽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형태라고 합니다.

무척 오래된 4세기경 지은 요새라지요?

그러나 요새 자체는 볼 게 전혀 없네요.

 

요새 안에는 성당 두 개만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하나는 성 니콜라스 성당(Saint Nicholas Church)이고 다른 하나는 나리칼라 성당

(Narikala Church)입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요새 자체는 정말 볼 것이 없고 요새 부근에서 트빌리시 전경을

내려다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래도 트빌리시에 왔다면 무조건 이곳 요새가 있는 언덕에는 올라가야 합니다.

걸어서 가도 그리 힘들지 않지만, 강 건너 공원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좋습니다.

 

케이블카는 교통카드로도 탈 수 있습니다.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탔다면 내려올 때는 걸어 내려오는 게 좋습니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앞에 칼라 광장이 보이고 자유의 다리도 보입니다.

강 건너 리케 콘서트 홀도 보이고 그 뒤로 대통령 궁과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사진 몇 장 더 보며 오늘 이야기를 마칩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올라가지만,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올라갈 때는

걸어 올랐고 내려올 때는 타고 내려왔다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거든요.

바람이 분다고 올라갈 시간에 케이블카를 멈추고 운행하지 않아서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원래 이곳은 부러워할 만한 요새라는 의미의 슈리스 치케(Shuris Tsikhe)라고 불렸지만,

이곳을 점령한 몽골인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는지 작은 요새라는 의미인

나린 칼라(Narin Qala)로 바꾸었다네요.

사실 요새는 다른 곳보다는 무척 작습니다.

그후 지금의 이름인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