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바의 왕궁, 쿤냐 아르크(Kunya Ark)와 공연

2019. 10. 11. 09:00우즈베키스탄 2019/히바

옥좌로 보이는 의자에 앉아 시종을 거느리고 단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이 보입니다.

이 사람은 예전 이곳 히바를 다스렸던 지도자 칸의 모습이 아닐까요?

아래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은 칸을 도와

왕국을 다스렸던 지도자들로 보이고요.

 

여기는 히바 왕국의 칸이 거주했던 왕궁입니다.

이곳 히바는 러시아의 침공이 있기 전까지는 히바 왕국으로 칸이 지배했던 곳이라

하며 마침 우리가 갔던 날에는 이곳 왕궁에서 칸의 당시 상황극이 벌어져

운 좋게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칸이 이곳을 지배했을 때까지 이곳 우즈베키스탄에는 현재 이곳 히바 지역을 중심으로

히바 왕국이 있었고 지금의 부하라를 중심으로 부하라 왕국 그리고 이들과 멀리 떨어진

우즈베키스탄의 동부지역에 페르가나 지방을 중심으로 코칸트 왕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1920년 러시아 침공 후 이 지역 모두가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이 소속되었다가

1991년 각 나라가 독립하는 과정에 지금의 중앙아시아는 여러 나라로 나뉘어

각각 새로운 독립국이 되었다고 하네요.

따라서 러시아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모든 시스템이 러시아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오래된 요새라는 의미를 지닌 쿤냐 아르크(Kunya Ark)는 보통 지금은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명소로 소문난 곳이라고 합니다.

물론,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입구에서 샀던 입장권으로는 올라갈 수 없고 입장료를 별도로

내야 하며 오후 해 질 무렵이면 사막 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오르는 곳이라고 하네요.

 

원래 이곳은 칸이 거주했던 궁궐의 기능을 지닌 곳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볼셰비키에 의해 이곳이 점령당해 히바 왕국이 사라지기 전까지 칸이 거주했던 장소라고

하며 따라서 후궁들의 처소인 하렘도 이 안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 칸은 다른 칸과는 달리

후궁을 많이 두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시내를 다니다 보니 옛날 복장의 칸을 위시해 시종들이 따라다니며 골목을 행진하기에

따라 들어갔더니만, 당시 칸이 이곳에 머물렀을 때의 상황극 재연을 하고 있네요.

 

또 전통 무용 같은 것도 공연합니다.

여자가 아니고 주로 남자들이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듯하기도 하고요.

 

위의 사진을 보면 돌다가 카펫에 걸려 넘어진 사람도 있지만,

이게 우리를 웃기게 하려고 한 일인지 아니면 정말 카펫에 걸려 넘어졌는지...

 

음악 연주도 공연도 춤도 모두 남자뿐입니다.

무슬림 사회에서는 남성 위주의 사회인듯...

 

마치 우리나라의 농악 공연 중 상모돌리기와 같은 자세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기도 하고...

만담도 하는 듯하지만, 이곳 말을 모르는 우리야 남이 웃으면 그냥 빙그레 미소만 짓지요.

 

이번에는 풍악을 울리고 아름다운 무희는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앗!!! 아름다운 무희는 전혀 아닌 듯합니다.

자신들만 흥에 겨운 치어리더들인 듯...

 

그러나 이번에는 칸의 잘못을 대차게 꾸짖던 어느 신하는 붙잡혀 칸 앞에 무릎이 꿀려지고...

그의 목에는 칼이...

결국, 이 사내는 시종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기도 하더군요.

 

크지는 않지만, 이 궁전 안에는 칸의 집무실은 물론, 후궁들의 집단 주거지인

하렘도 갖추었다네요.

처음 이 궁전이 세워진 시기는 1595년이라고 하니 제법 오래전에 지었네요.

물론, 그 이전에도 다른 왕국이 이 지역을 지배했을 것이고요.

 

쿤냐 아르크 입구는 제법 넓은 광장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군사 퍼레이드도 이루어졌을 겁니다.

지금은 제일 쓸쓸한 장소로 보이지만, 칸이 이곳을 지배했을 때는

제일 번화한 곳이 아니었을까요?

버버리를 입은 여인의 모습에서 지금의 이곳이 얼마나 쓸쓸하지 느낄 수 있지요?

 

입구로 들어와 두 개의 돔이 있는 방은 당시 감옥으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입구를 진단(Zindan)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반역자나 범법자를 처형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고 방금 상황극이 벌어질 때 칸에게 큰소리치다가 잡혀 온 자도

아마도 여기서 처형되었을 것입니다.

 

오래된 요새라는 의미를 지닌 쿠냐 아르크 또는 코흐나 아르크(Kuhha Ark:Koʻhna Ark)는

히바를 다스렸던 칸의 궁전이었지만, 지금은 공연장으로 사용 중입니다.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네요.

 

잠시 이곳 궁전에서 열렸던 공연을 보세요.

제가 직접 휴대전화로 찍을 것이라 시원치는 않지만, 안심하시고 보셔도 됩니다.

악사도 공연자도 모두 남자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소동이 있었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이 배낭이 열린 것을 알고 여권이 든 지갑이 사라졌다고...

부근에 관광 경찰이 있어 신고하고 경찰과 같이 일행 모두가 함께 다니며 공연장에

다시 들어가 쓰레기통까지 모두 뒤져가며 찾아보았지만...

나중에 혹시 숙소에 두고 오지나 않았나 하여 경찰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보니

방안에 지갑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제 여행 시작인데 우리 일행 모두 한국대사관이 있는 타쉬켄트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그분만 돌려보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할 때는 내 문제는 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