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졸라!!! 아름답지 아니한가?

2019. 4. 20.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슬로베니아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길쭉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는 반도 모양의 지형입니다.

마치 풀라나 피란 같은 지형이지만, 이곳은 이졸라입니다.

이졸라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섬을 의미한다고 하며 예전에는

머리 부분 나무가 보이는 곳이 섬이었는데 매립해 반도 모양의 땅이 되었다네요.

 

 

처음 걸어가는 우리에게 선택이란 하나의 모험입니다.

여행 자체가 모험인데 이런 곳에서 길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히 모험이겠지요.

이런 길에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작은 기도처를 만난다면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의미고 안전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제 산길을 올라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내리막길이라 훨씬 편하게 걸을 수 있네요.

가끔 소형차가 지나다니지만, 길은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예상했던 111번 도로가 아니더라고요.

 

 

버스가 다니는 그곳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이졸라로 바로 가는 지름길이 있더군요.

여기서 우리는 또 한 번의 결정을 해야 합니다.

버스가 다니는 길을 찾아 더 걸을 것인가! 아니면, 내리막길이라 힘들지 않으니

이졸라까지는 걸어갈 것인가.

 

 

결국, 또 모두 이졸라까지 걷는 것으로 결정하고 내쳐 걷기 시작합니다.

길이란 걸으라고 만든 것이잖아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이 염전으로 오래전부터 번영을 누렸으며 저 염전 때문에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오래도록 받기도 했다네요.

 

 

길을 걷다 보면 이런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또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이졸라와 코페르 가는 방향을 알려주니 이 길만 따라가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세상을 살며 이름도 알지 못했던 낯선 이국에서 이런 길을 걷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과연 이 길을 걸어서 간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면 몇 명이나 걸었을까요?

 

 

아마도 한 사람도 없지 싶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길을 걸었다는 것이지요.

 

 

걷다가 잠시 뒤돌아봅니다.

사진을 더 당겨 찍었습니다.

벌써 제법 많이 걸어왔네요.

저 멀리 보이는 종탑은 바로 우리가 갔던 피란의 성 조지 교구 성당입니다.

 

 

위의 두 장의 사진은 멋진 뷰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언덕을 막 넘으니 저 멀리 이졸라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까지 걷는 동안 힘이 들거나 길을 찾지 못한 적은 없었습니다.

산을 하나 넘었지만, 해안가를 따라 그냥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그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피란으로 갈 때 언덕길에서 잠시 뒤돌아 보고

얼른 사진을 찍었던 그 모습이 분명합니다.

이졸라의 지형도 참 특이하게 바다로 길게 뻗어 나왔습니다.

 

 

이 길은 분명 유명한 길이지 싶습니다.

알지 못하고 왔지만, 이미 우리가 걷는 길옆으로 많은 사람이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해안을 내려다보는 언덕 중간에 난 길이었습니다.

 

 

야생화 활짝 핀 길을 걷습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서로 눈인사하며 걷습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나타난 표정으로 보아 무척 행복한 듯했습니다.

 

 

이런 길이라면 온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할멈들도 걷습니다.

 

 

들꽃마저 활짝 피어 우리를 즐겁게 안내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가라고요.

바다가 있고 그리고 언덕 위로 오솔길이 있습니다.

그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누구는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차를 타고 가지 왜 이렇게 힘들게 걸어가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길을 걸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을 하지 마세요.

이런 즐거움은 걸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일이거든요.

 

 

드디어 이졸라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더 아름답습니다.

이런 길을 걷는 사람은 두 부류지 싶습니다.

하나는 즐거워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들게 걷는 일지지요.

그러나 걷다가 이런 풍경을 마주 대하면 즐거워 걷는 사람은 더 즐거울 것이고

힘들었던 사람은 잠시 힘들었던 생각을 잊게 되지 싶습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나면 이 길을 걸었던 일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고 여행이란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추억을 남기는 일이 아닐까요?

 

 

패키지여행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고요.

자유여행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지 싶습니다.

다시 보아도 이졸라는 아름답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더군다나 우리 나이가 한창 젊은 나이도 아니고 네 사람의

평균 나이가 68세가 아니겠어요?

우리 삶에서 이런 길을 언제 또 걸어보겠습니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길입니다. 

나중에 돌아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바로 이 길이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