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졸라(Izola)에는 우유 자판기가 있습니다.

2019. 4. 23.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슬로베니아

소나무 가로수길입니다.

전망대 벤치에 앉아서 이졸라의 전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영원히 이곳에만 머물 수 없잖아요.

우리는 여행 중이거든요.

 

혹시 우리처럼 걷지 않고 이 풍경을 보실 분은 피란이나 코페르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해 접근하면 됩니다.

이런 풍경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잖아요.

이 근처에 오시면 무조건 이곳에 들러 구경하세요.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바라보고 갑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네요.

버스는 아무래도 이졸라에서 내려 제법 걸어야 하니 택시를 이용해 이곳에 오면 되겠습니다.

뷰포인트다 보니 도로 옆으로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더라고요.

위치는 이졸라 시내에서 피란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보일 겁니다.

 

아침부터 코페르에서 출발해 피란에 도착해 골목마다 누비며 다니다가 걸어서 이곳까지 오니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Gostilna 

이스트라 이스트리아라는 식당인데 제법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경인데 빈자리가 없어 잠시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식당 앞의 칠판에 오늘의 요리인지 써 놓은 게 있어 그것으로 네 개를 시켰습니다.

슬로베니아 글도 모르며 메뉴판 들고 씨름해 봐야 쉽게 답을 내지 못하잖아요.

가격은 피자가 8유로, 리소토 9유로 스크램블 7유로 그리고 이름도 알지 못하는 Fuzi라는 것 10유로였습니다.

 

여기에 물과 콜라 등을 시켰더니 합이 41.1유로로 역시 많이 비싸지 않은 가격이네요.

피자는 화덕에 직접 구워오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게 무척 맛이 좋더라고요.

짜지 않게 부탁해서인가요?

피자뿐 아니라 모든 음식이 짜지 않고 맛이 좋더라고요.

 

식사를 마치고 바로 코페르로 가기보다는 이졸라 구경도 하고 가자고 시내 방향으로 들어가는데

위의 사진에 보듯이 눈앞에 이상한 기계가 보입니다.

기계에 그려진 그림을 보니 젖소가 있고 우유도 보입니다.

기계 오른쪽에는 플라스틱 빈 병도 살 수 있습니다.

 

모르면 근처에 있는 주민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우유를 파는 자판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자판기에서 우유를 뽑아먹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사용 방법을 모르면 또 물어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습니까?

여행만이 주는 세상의 구경거리가 아니겠어요?

 

일단, 제일 먼저 동전을 넣습니다.

1유로와 0.5유로로 각각 1L와 0.5L의 우유를 자판기에서 뽑을 수 있고 병이 없으면 옆에 빈 병을 사면 됩니다.

 

동전을 넣으면 투명한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작은 파이프 하나가 있는데 빈 병 주둥이를 그곳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정확하게 투입한 돈만큼 우유가 흘러나옵니다.

만약, 1유로를 넣고 500ml의 병을 넣으면 넘칠 수 있으며 그럴 경우는 다시 버튼을 누르면 멈추지 싶더라고요.

 

방금 식당에 마시던 물병이 0.5L 물병이라 먹다 남은 물을 버리고 우리도 뽑아 보았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우유가 신선하고 시원하며 특히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이 자리에서 자꾸 뽑아 먹었네요.

 

세상에는 이런 자판기도 있더라고요.

맛이 있어서 즐겁고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또 즐겁습니다.

우리에게 사용 방법을 알려준 현지 주민도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 우유를 뽑아 먹는 것을 보니 즐겁고...

 

세상에 모두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은 많지 않지 싶네요.

길을 가다가 우유를 직접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경험을 하기가 어디 쉬운가요?

재미로 뽑아 먹고...

맛이 있어서 또 뽑고...

시원하고 고소한 맛에 반해 또 뽑아먹었습니다.

이런 일은 소소한 일이지만, 여행 중 만나는 특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우유 자판기는 슬로베니아 어느 도시에나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나중에 슬로베니아 수도인 류블랴나에 갔을 때 기계를 발견하고 드나들며 수시로 우유를 뽑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정부에서 추진했던 우유 보급 정책으로 만든 것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네요.

우유는 매일 아침 우유 공장에서 직접 공급하며 전날 남은 것은 폐기한다고 합니다.

자판기는 냉장설비가 되어있어 아주 시원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