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졸라에서 코페르까지 또 걷습니다.

2019. 4. 24.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슬로베니아

걷는 즐거움에 맛난 점심을 먹고 게다가 재미난 우유까지 뽑아먹고 나니

더는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여기에 해변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곳이니 무엇을 더 바랍니까?

이제 이곳 이졸라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코페르까지는 남은 거리는 약 8km 정도 남았습니다.

물론, 구시가지 안을 돌아다닌다면 5km 이상은 더 추가해야 하지만요.

 

다시 의견을 모았네요.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걸어갈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동행이 있을 때는 서로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만약, 여기서 코페르까지 걷는다면 약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겠네요.

일찍 코페르에 도착한다고 해도 오늘은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코페르 구시가지는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며 대부분 보았고

그리 대단한 곳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또 오늘 피곤하면 내일 아침에 한 바퀴 또 돌아볼 수 있잖아요.

이구동성으로 걸어가자고 결론을 냈습니다.

 

차라리 이곳 코페르 구시가지를 구경하지 못했으니 여기부터 먼저 보고 걸어서 가기로

했으며 아까 걸어오다가 이졸라 전경이 보이는 곳에서 보았을 때 제일 먼저 이곳 이졸라에도

바다 땅끝이 보였기에 그곳부터 구경하기로 하고 바다 끝으로 걸어갑니다.

 

여기는 작은 방파제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에 보시면 작은 파도에도 금방 바닷물이 넘치지 않을까요?

오른쪽 자전거가 보이는 곳의 나무 벤치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도록 누울 수 있게 만들었네요.

 

위의 사진이 바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꼭짓점(Izola Svetilnik)입니다.

작은 등대와 풀밭, 그리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주민의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나무로 길게 평상처럼 만들어 놓아 누구나 누워서 쉴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졸라 구시가지도 그리 볼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코페르를 향해 내쳐 걷기 시작합니다.

이졸라부터 코페르까지는 해안 산책로로 되어 있어 걷기 무척 편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멋진 소나무길이 아닌가요?

위의 사진에 보면 왼쪽은 아마도 예전에 자동차 길이었나 봅니다.

지금은 자동차는 우회도로를 만들어 그곳으로만 다니고

이 길은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도로였습니다.

 

바닷가로 산책길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요?

걷다가 힘들면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도 많이 만들어 두었습니다.

혹시 피란부터 걷기가 힘이 드실 분은 이졸라와 코페르 구간만 걸어도 좋지 싶습니다.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는 갈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보행자가 걷는 길과 분리해 위험을 예방해 두었더라고요.

산책길 걷는 도중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벤치도 있습니다.

 

이렇게 걷다 보니 바다 건너 오늘의 목적지 코페르의 구시가지가 보입니다.

가운데 높은 종탑은 코페르 티토 광장(Titov trg)에 있는

대성당(Koper Cathedral)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새벽부터 걷기 시작해 코페르 바닷가에 도착하니 노을이 지기 시작하네요.

어제는 붉게 물든 노을이었는데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구름이 많이 끼어 감동이 덜 합니다.

 

여행에서 흔히 이야기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요.

그러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우리는 많이 걸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걸음 만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걸은 걸음입니다.

총 45.441보를 걸었고 거리는 42.26km였습니다.

물론 휴대전화로 측정한 것이라 어느 정도 오차가 있겠지만,

4만 보가 넘었고 40km는 넘었지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지만, 올 때는 피란에서 코페르까지 해변을 따라

40km가 넘는 길을 걸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미친 짓이라고 하시겠지만, 사람은 가끔 이런 미친 짓을 할 때가 있기도 하지요.

지나고 나면 이런 일이 어느 여행지의 모습보다 더 오래 기억되고 추억으로 남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가끔은 이런 엉뚱한 결정으로 멋진 여행길에서

추억 하나 정도는 남겨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