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바의 아침산책

2018. 11. 23.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새벽에 잠이 깨어 숙소 창밖을 내다봅니다.

벌써 해가 떴나 봅니다.

오늘은 이곳 나르바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넘어갑니다.

 

어제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발트 3국을 포함해 유럽 대부분이 우리나라와는 비자 면제 협정을 맺어 그냥 들어갈 수 있지요.

러시아도 이제 비자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시간이 남아 잠시 시내 산책을 합니다.

이 흉상의 모습은 푸시킨이 아닌가요?

러시아 문학인이 왜 이 먼 곳에 모셔져 있답니까?

 

길 한가운데서 체스판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폴 케레스(Paul Keres)라는 에스토니아 나르바 출신 체스왕으로 세 번의 러시아와 유럽 체스 선수권과

4번의 세계 체스 올림픽에서 우승한 사람이나 

불운하게도 세계 선수권에서는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네요.

 

위의 체스판은 그의 마지막 체스 챔피언 전에서의 모습이라 합니다.

2016년 1월 7일 그의 출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이 조형물을 만들었다 하네요.

고향을 빛낸 유명인이었나 봅니다.

 

 

아 사람이 얼마나 유명인인가 하면 예전 에스토니아 지폐 5 코루나에 당당히 얼굴을 올린 인물이라 합니다.

앞면에는 얼굴이고 뒷면에는 가운데 나르바 강이 흐르고 왼쪽의 헤르만 요새

그리고 오른쪽에 이반고로드 요새가 보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지요?

기념주화도 보입니다.

또 우표에도 우편엽서의 도안에도 얼굴을 사용하였다 합니다.

그는 러시아 강점기에 태어났기에 러시아에서도 자기 국민이라고 그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 제작도 했다네요.

앞으로의 세계 챔피언은 사람이 아닌 알파고가 영원한 챔피언이지 싶습니다.

 

나르바에는 호텔도 별로 많이 있지 않나 봅니다.

투숙객 대부분이 러시아 사람으로 에스토니아와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나르바는 13세기 후반 덴마크가 에스토니아 북부 지역을 정복하면서 덴마크의 영토가 되었으며

1347년에 덴마크 국왕이 이곳을 튜탄 기사단에게 넘겨주면서 튜턴 기사단의 영지가 되었다네요.

예전에는 이렇게 지역을 팔고 사기도 했나 봅니다.

뭐... 알래스카도 미국에 팔아버렸잖아요.

 

그 후 1558년에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했으며 1581년에는 이번에는 스웨덴의 영토가 되었답니다.

1704년에 일어난 대북방 전쟁 때 다시 러시아에 정복당했으며 1918년에 에스토니아가 독립하면서

에스토니아의 영토가 되었다네요.

 

그러나 다시 1940년에 에스토니아가 소련에 합병되면서 소련의 영토가 되었다가

1991년 8월 에스토니아가 소련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다시 에스토니아의 영토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 제일 동쪽에 있는 곳이라 늘 주변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한 곳이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국경인 나르바 강 건너에 이반고로드 요새가 있다면 이곳 에스토니아 영토에는 헤르만 요새가 있습니다.

두 요새를 만들 때는 하나의 세력이 핀란드 만으로부터 강을 통해 내륙으로 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강 양쪽에 만들었지만, 지금 두 나라가 나누어 가짐으로 각각 다른 나라의 요새가 되었네요.

 

이반고로드(러시아어: Ивангород, 핀란드어: Iivananlinna)는 현재는 레닌그라즈 주에 있는 도시입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야닐린(애스토니아어: Jaanilinn)이라고 부른다지요.

인구는 이곳 나르바보다 더 많은 1만 1천여 명 정도로 나르바의 두 배정도 되네요.

 

이 도시는 원래 에스토니아의 영토였지만 1956년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다네요.

에스토니아는 이 도시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먼산만 바라보고 대꾸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먼 산만 보고 있을 겁니다.

 

가장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로 알려진 곳이죠.

그리고 에스토니아에서 탈린, 타르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랍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예전에 한자동맹의 주요 거점도시로 발전했다고 하네요.

핀란드만으로부터 무역선이 나르바 강을 통해 내륙으로 들어올 때 제일 먼저 거치는 곳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이죠.

이무래도 지리적인 이점이 많은 곳이잖아요.

우리도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 이곳 나르바에서 1박 하며 쉬었다 건너가려고 했습니다.

이제 러시아 국경을 넘어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