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추모비와 나르바 기차역

2018. 11. 15.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국경 도시란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느낌이 드는 곳이죠.

더군다나 나라 사이에 얽힌 많은 사연이 있는 여기 나르바 같은 도시 말입니다.

오랜 시간 서로 뺏고 빼앗기고 미워하고 정이 들며 애증의 관계인 이런 곳은

만감이 교차하는 그런 곳이 아니겠어요?

 

나르바 기차역의 모습입니다.

무척 오래되어 폐역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활발하게 운영되는 에스토니아 국경에 있는 기차역입니다.

이곳에서 출발하면 옆에 보이는 나르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러시아 땅입니다.

 

기차역 역사 상인방에 보이는 문양은 나르바 시 깃발입니다.

물고기 두 마리가 보이고 위아래로 칼이 보입니다.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시골 역입니다.

 

역시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국경답게 여권 검사도 하는 곳이 보이고...

국경도시라 아무래도 저곳을 통해 입출국 신고를 해야 하는 곳인가 봅니다.

우리는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라 기차역은 그냥 구경만 할 뿐입니다.

 

역사의 모습은 정말 공산당사처럼 생겼습니다.

깃발, 횃불 그리고 별...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조형물을 만들어 놓은 게 우리 눈에는 혁명을 상징하고 선동을 위한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기차역 안은 더 을씨년스럽습니다.

폐역이 아니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리하지 않는 듯합니다.

더군다나 이곳 나르바 역은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이 아니겠어요?

워낙 지은 지 오래되었기에 관리하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매표창구는 닫혀있습니다.

영어는 없고 러시아어와 에스토니아어로 글자를 써 놓은 듯합니다.

아마도 열차 운행 시각에 즈음하여 발매를 하는 모양입니다.

 

기차 운행 시각표인가 봅니다.

제법 많은 열차가 운행되는 듯하지 않나요?

기차역은 볼품이 없어도 기차는 분주히 오가는가 봅니다.

 

위의 사진은 나르바 기차역 광장을 구경하다가 보았던 돌에 새겨진 글자입니다.

작은 공원처럼 만든 곳에 Memento mori라고 쓴 라틴어가 이곳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연도 표시인 1941년 6월 14일부터 1949년 3월 25일까지라는 의미는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트 3국에서 반 러시아 인사를 이 역을 통해 대규모로 시베리아로 보냈던 암흑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이곳 나르바 기차역이 있는 철로를 통해서 말입니다.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철교가 바로 두 나라 국경이 되는 나르바 강에 걸쳐있는

에스토니아와 러시아를 잇는 철교입니다.

 

옛 로마 제국에서는 전쟁에 나갔던 장군이 승전보와 함께 돌아오면 승전을 축하하는 시가행진을 하였다지요.

그런데 그처럼 찬란한 개선식이 진행되는 동안 개선 마차를 끄는 백마 앞에서 두 젊은 노예가

끊임없이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있답니다.

그것은 "Memento Mori" 즉 "그대의 죽음을 생각하라!"입니다.

 

이 영광스러운 개선식이 열리는 그날처럼 화려하고 행복한 날 죽음을 생각하라니?

이것이 천년의 세월을 감당했던 로마제국의 비밀스러운 삶의 단면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찬란한 승전식의 절정에서 저 깊은 바닥을 보라는 말이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있으라는 경고의 메시지기도 한답니다.

 

당신이 지금 승리했으나 언제든 패배하고 죽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뜻이겠지요.

겸손을 가르치는 이유라기보다는 당시 개선장군들이 돌아온 뒤 쿠데타를 꿈꾸거나 권력에 대한

탐욕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이유야 어떠하든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이곳 기차역 앞에 있는 공원에 돌에다 새겨두었습니다.

 

매우 작고 보잘것없기에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주변을 아름답게 단장하거나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았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흔히 보는 공원 같은 구석에 그냥 돌덩이 몇 개 가져다 놓은 듯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심한 민들레 너머로 보이는 고성은 바로 러시아 영토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며 삶에 대한 많은 사연을 기억하는 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입니다.

러시아의 강점기 때, 이 역을 출발해 많은 에스토니아 사람이 시베리아로 떠났답니다.

그런 암울했던 시기를 잊지 말자는 다짐의 의미는 아닐까요?

"Memento Mori"

우리의 정치인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