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석과도 같은 합살루 기차역(Haapsalu raudteejaam)

2018. 8. 23.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합살루 기차역(Haapsalu raudteejaam)은 하나의 작은 보석과도 같은 곳이네요.

숙소부터 찾아가려다가 예쁜 기차역을 보니 갑자기 혼란스럽습니다.

오늘은 열 일 제쳐놓고 잠시 기차역과 그 주변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1905년 건설된 기차역이랍니다.

100년도 더 넘은 곳이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217m 길이의 플랫폼은 건설 당시 유럽에서 가장 길었다고 하네요.

 

이 기차역이 만들어진 이유는 러시아 황제 차르나 귀족들의 여름 휴양지로 합살루를 생각했기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차역 지붕을 마치 차르의 왕관처럼 만들었나요?

1905년에 건설되어 당시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도착했던 곳이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꾸민 합살루 기차역은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입니다.

기차역 뒤로 돌아가면 철로 위에 운행을 멈춘 아주 오래된 열차를 볼 수 있습니다.

상태로 보아서는 당장 기적만 울리면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폐역이라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그런 곳이네요.

 

플랫폼이 쓸쓸하게만 보입니다.

역시 기차역은 기차가 운행되어야만 합니다.

기차역은 나무로만 지은 특별한 느낌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왜 유럽의 건물 대부분은 낙서 문화라는 그라피티로 도배되어 지저분하잖아요.

그러나 여기는 아주 잘 관리되어 새 단장을 끝낸 그런 기분이 듭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대합실 공간에서는 자주 음악회도 열린다고 합니다.

이 또한 멋진 공간 활용이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저 끝에서 막 들어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

은하철도 999라도?

여기는 기적소리마저도 없는 고요한 곳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증기기관차가 운행될 때 미카니 파시니 하는 글을 앞에 달고 달렸지요.

당시 일본에서 도입된 증기기관차로 미카라는 말은 미카도(Micado)라는 말을 줄여서 붙인 이름으로

의미는 일본어로 황제라는 말이라네요.

 

또 파시라는 이름은 태평양이라는 퍼시픽(Pacific)을 줄여서 붙였다 하고요.

파시는 주로 여객 급행열차용으로 도입해 서울~부산 간을 운행했고

미카는 화물 열차용으로 도입해 부산~신의주 간을 운행했다 합니다.

 

운행도 하지 않을 곳에 이렇게 아름답게 기차역을 지었습니다.

주로 목재를 사용해 역사를 지었고 플랫폼에 차양을 만들었지만....

 

그러나 막상 기차역이 완성되고 제정 러시아 황제인 차르는 한 번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람만 잡고 오지도 않은 황제를 모시기 위해 이리도 아름답게 만들었나 봅니다.

황제를 위시한 많은 황족이나 귀족은 이곳 합살루를 휴양지로 생각했다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곳은 바람만 횅하니 부네요.

완공 당시에 유럽에서는 가장 길었다는 플랫폼입니다.

 

아름다운 기차역과 고철이 되어가는 열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잘 어울리는 앙상블이 아닌가요?

제가 너무 감상적인가요?

 

이렇게 많은 느낌이 있는 곳은 합살루라는 곳이었습니다.

찾는 사람 별로 없고 외로운 들판에 우두커니 외롭게 서 있는 합살루 역이지만,

느낌 하나만은 어느 유명 관광지보다 좋은 곳이었습니다.

 

기차역 광장은 합살루 버스 터미널로 사용하지만,

터미널이라기보다는 그냥 공터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은 표현이지 싶습니다.

주차된 버스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외롭지 않습니다.

오늘도 이곳 기차 박물관에 견학 온 꼬마들을 가득 태운 꼬마 기차가 부지런히 합살루 역을 드나드니까요.

저 꼬마 열차는 관광객도 탈 수 있는데 기차역에서 출발하며 3유로에 45분 정도 시내를 돌아온다고 합니다.

사진 몇 장 더 보며 오늘 이야기를 마칩니다.

 

철로 위에 세워진 오래된 기관차입니다.

증기기관차부터 다양한 기차가 이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철마도 달리고 싶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합살루를 찾아오는 여행자 대부분은 휴양도시인 합살루를 보기 위함이고 아름다운 해안가를 보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곳 합살루 역은 여행의 목적은 아니지만, 꼭 들러봐야 할 곳이라 생각합니다.

합살루가 주는 하나의 덤이지만, 오히려 덤이 더 좋을 때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