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린 시 의회 약국(Town Hall Pharmacy/Revali Raeapteek)

2018. 8. 21.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탈린 구시가지 특히 시청사 광장에는 많은 구경거리가 있습니다.

원래 광장이란 시장터로 시작된 곳이라 많은 사람이 모였던 곳이잖아요.

그중 하나가 라에압텍이라고 하는 시 의회 약국(Town Hall Pharmacy/Revali Raeapteek)이

있는데 약국이 무슨 구경거리가 된다고?

비루 문을 지나 올데 한자에서 시청사 광장으로 들어가면 맞은편인 오른쪽 제일 끝에 보이는

건물로 그 건물 오른쪽에 보면 위의 사진처럼 Raeapteek이라고 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그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네요.

라에압텍(Raeapteek)이라는 말은 시의회 약국(Town Hall Pharmacy)이라는 말이라 합니다.

 

이 약국을 구경하는 것은 무료입니다.

재미있는 곳이기에 탈린에 오셨다면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이 약국은 같은 장소에서 지금까지 영업 중인 약국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녔다고 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죠.

 

안으로 들어가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제일 먼저 만나는 홀은 지금도 약사가 근무하며 여러 나라 언어로 상담과 약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말로는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비치해둔 약은 다양하지 않아 우리 눈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안으로 또 하나의 방이 있는데 그 방안에는 약국과 관련하여 많은 전시물이 있습니다.

주로 약국의 변천과 예전의 다양한 관련 물품을 볼 수 있는 장소죠.

위의 사진은 저울로 보이는데 아주 예술적으로 만든 저울입니다.

 

세상에 무료로 이렇게 전시공간과 전시물을 비치하고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며 약재도 보여주고 약을 제조했던 기구도 보여줍니다.

또 모니터를 통해 약국에 관련된 역사라든가 자료 또한 쉽게 열람할 수 있게 하였네요.

 

오랜 세월 동안 약을 전문적으로 관리했던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한 가문에서 계속해서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으며 내려온 가문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여기 탈린에는 그런 훌륭한 전통을 이어온 약국이 있다고 하여 들린 겁니다.

 

입구에는 중세 약국의 사인인 뱀이 있고 1422라는 숫자도 보입니다.

이 숫자는 약국이 이곳에 문을 연 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록상 알려진 것이 1422년이고 사실은 그 이전부터 이곳에 약국이 있었다고 하니

역사는 그보다 훨씬 전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기록에 남아있는 1422년은 약국의 임대계약자가 세 번째였다는 기록이라 합니다.

 

많은 약사가 이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했지만, 

헝가리에서 탈린으로 이주한 Johann Burchart는 사람은 유명한 사람이라네요.

1582년 이곳에 있던 약국을 인수한 이래 그의 가문은 1911년까지 325년간

10대 이상에 걸쳐 한 가문에 의해 이 장소에서만 약국 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역사가 아닌가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랬기에 이 장소는 탈린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시설이며 또한

가장 오래된 의료시설이기도 한다네요.

 

이 가문의 전통으로는 큰아들은 Johann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았고 약업에 관한 공부를 의무적으로

했다 하고 이런 전통이 잘 지켜졌기에 32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 장소에서

약국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마지막 남성 상속인이 죽으며 더는 남자가 대를 잇지 못해 1911년 남은 자매에 의해

약국이 팔리며 10세대에 계속되어 왔던 한 가문의 약국은 끝이 났고

그때부터 다른 약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네요.

 

후대로 이어지며 약사로 뿐 아니라 의사로서도 일을 했고 얼마나 유명한 지 1725년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가 임종 때 이곳 Johann Burchart 가문에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네요.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도중 먼저 표트르 대제가 사망함으로

실제로 보살펴주지는 못했다네요.

 

쌍두 독수리 장식이 보입니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독수리 장식은 1902년부터 1917년까지 약국의 문장으로 사용되었다지요?

 

약국 천장에는 매달린 악어가 보입니다.

천장에 매달린 포식 한 악어는 중세 약국의 전통이라 합니다.

자그레브의 오래된 약국에도 독일 약학 박물관에도 이렇게 악어를 매단 모습을 볼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매단 악어는 도둑으로부터 약국 내부를 막아준다고 생각했고 약이라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곳에 대한 신비로움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유리병에 파란색과 빨간색의 물을 채워 창가에 두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색깔의 물이 담긴 병은 약국을 알리는 중세의 전통 표식이었다네요.

이 물병을 놓아두는 장소는 반드시 밖에서 볼 수 있는 창문가라고 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약국을 널리 알리는 사인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붉은색은 따뜻한 의미의 혈액을 나타내고 파란색은 차가운 가래를 의미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에 근거를 둔 것이라네요.

이발소 사인인 세 가지 색은 동맥, 정맥 그리고 붕대를 의미하는

빨강, 파랑, 흰색으로 되어있잖아요.

이발소는 중세에는 외과 의사가 경영했기에 그랬다잖아요.

이곳 약국의 의미도 같은 의미가 아니겠어요?

 

중세에는 이곳에서 미라 주스(해외에서 공수한 미라 가루에 액체를 섞은 것), 고슴도치 볶은 가루,

볶은 꿀벌, 박쥐 가루, 뱀 가죽 물약, 유니콘 뿔 가루 등을 팔기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네요.

또 지렁이나 제비 둥지 등 다양한 허브도 증류수에 섞여 팔렸고 프랑스 코냑도 면세로 들여와

이 약국에서 팔았고 유럽에 처음으로 담배가 들어왔을 때 에스토니아에서는

바로 이 약국에서 처음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약국은 입구를 잘못 찾으면 아래 가게로 들어가게 되네요.

간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끝은 보면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어 그리로 올라야 합니다.

공연히 엉뚱한 가게에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약국이 없어졌나 하며 나왔네요.

흔히 이런 곳은 입장료를 받는데 이렇게 개방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배려가

고맙고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약에는 관심이 없고 구경하기 위해 드나드는 사람이라

귀찮고 번거로울 텐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약국에 전해 내려온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고양이 피와 생선의 눈과 유니콘의 뿔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를 정력제로 팔았는데 

워낙 효과가 좋아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세상에 유니콘이 모두 사라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온다고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곳에는 잠시 들러 유럽에서 가장 오래 영업 중인 약국을 들러

잠시 구경하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위치도 제일 번화한 구시청사 광장 구석에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