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로모우츠 천문시계

2018. 1. 11.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체코

체코를 찾는 여행자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유명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카를교와 더불어 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 구시청사에 있는 천문시계탑이라고 할 겁니다.
그런데 여기 올로모우츠에도 그와 비슷한 천문시계가 걸려있어 오늘 구경하려고 합니다.


이미 우리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문시계를 프라하에서 보았지요.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보았기에 이곳의 천문시계는 프라하의 천문시계를 흉내 내

든 짝퉁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2%가 부족한 게 아니라 98%가 부족한 모습입니다.

 

매 시각 정시가 되면 프라하의 천문시계는 십이 사도가 나와 돌아가지만,

여기는 같은 방법으로 여러 종류의 노동자가 나와 돌아갑니다.

이는 한때 체코가 겪었던 사회주의 시절의 유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예술도 정치를 만나면 약간은 다른 의미로 변질되지요.

 

높이가 14m로 제법 크게 만들었네요.

16세기에 처음 만들었다는데 그때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다 합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심각한 손상을 입어 1948년 공산 치하에서 복원하는 과정에

지금과 같은 노동자가 십이 사도 대신 매 시각마다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하네요.

 

황금 닭이 있는 것은 같습니다.

원판이 두 개 돌아가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십이 사도 대신 대단히 현대적인 모습의 노동자가 대신 돌아갑니다.

세상이 변하니 이 또한 시류에 따라야 하겠지요?

 

노동자, 학자, 간호사, 대장장이, 회사원, 전업주부, 농부, 운동선수 등...

그야말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일반인입니다.

뭐 돌고 도는 게 인생이고 세상일이 아니겠어요?

 

이는 중세의 유럽은 신의 세상이었고 현대는 일반인의 세상이라는 의미일까요?

만약, 다음 세대에 이와 같은 시계탑을 만든다면 알파고나 슈퍼맨,

스파이더맨 또는 배트맨이 등장하겠지요?

 

이제 올로모우츠 이야기는 여기서 접고 우리의 갈 길인 크라쿠프로 갑니다.

그런데 두 나라 사이의 국경은 언제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통과합니다.

그러나 미리 국경 통과 한참 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여권검사 같은 간단한 검문을 하기는 하네요.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휴게소가 보이고 10분 정도 휴식하며 화장실을 다녀오게 하기는 합니다.

이곳 화장실은 무료로 대체로 유럽의 휴게소는 돈을 받는 휴게소 화장실이 많은데

주유소를 겸한 곳은 무료가 많다고 하네요.

 

이제 크라쿠프가 멀지 않았나 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네모 안의 지명은 바로 오시비엥침(Oświęcim)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우슈비츠입니다.

독일식 지명인 아우슈비츠(Auschwitz)보다는 폴란드 지명은 오시비엥침이니

그렇게 표기해야 맞지 싶습니다.

 

두 나라를 비교하면 체코는 붉은 지붕이 많은데 폴란드는 검은 지붕이 많고

도로도 조금 넓은 듯합니다.

그러나 느낌상 체코보다는 조금 더 자연적인 풍경이 많은 듯합니다.

덜 도시화 된 그런 느낌이네요.

 

날씨는 출발할 때는 화창한 맑은 날씨였는데 중간에 흐리기도 하고

비도 여러 차례 퍼붓기도 하네요.

그러나 산을 볼 수 없고 산이 없으니 터널 구경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에 유채꽃과 밀밭이거나 그냥 버려진 들판일 뿐...

 

이곳 폴란드 역시 체코와 다르지 않게 유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가끔 평지에 자작나무를 심어놓아 숲사이로 달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상식에는 나무는 산에 심는다고 알고 있으나 이곳은 산이 없으니

그냥 들판에 나무를 심어놓은 듯하네요.

 

잠시 지도를 보고 갑니다.

올로모우츠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오스트라바를 지나 체코와 폴란드의 국경선이 나옵니다.

더 올라가면 카토비세라는 폴란드 도시에서 버스는 한 번 섰다가

바로 동쪽으로 진행해 크라쿠프로 갑니다.

크라쿠프 부근에 그 유명한 오시비엥침이 있고 시기적으로 제일 먼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이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폴란드 영토의 도시인 카토비세라는 곳에 한 번 섰다가 다시 동쪽으로 냅다 달립니다.

이렇게 달려 출발한지 7시간 45분만에 목적지 크라쿠푸에 도착했네요.

그러나 우리를 태운 버스는 이곳이 종점이 아니라 다시 바르샤바까지 가는 버스였습니다.

기사가 두 사람이 있어 서로 번갈아 운전하니 힘은 그리 많이 들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