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있었던 해프닝

2017. 6. 17. 09: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꽃그림으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얼마 전 여행 중 겪었던 일입니다.

체코의 프라하에서 출발해 폴란드 크라쿠프라는 도시로 갈 때입니다.

 

 

버스는 두 나라 사이를 운행하니 국제버스인 폴스키 버스를 이용해 폴란드 국경을 막 넘었을

때였는데 버스는 폴란드 어느 휴게소에 정차하고 운전기사는 승객에게

15분간의 휴식을 한다고 방송합니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 화장실을 찾았고 휴게소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혼잡하지 않고 트럭 몇 대 정도 서 있는 아주 한가한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유럽의 휴게소도 화장실 이용료를 대부분 받지만,

주유소가 있는 휴게소 화장실은 돈을 받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지요.

역시 위의 사진처럼 화장실 입구에는 돈을 받는 사람이나 코인 넣는 곳이 없더라고요.

역시 우리가 알고 있었던 정보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집사람과 저는 1차 문을

열고 들어가 남녀표시에 따라 2차 문을 열고 화장실을 찾아 각각 들어섰는데...

 

 

남자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순간 어찌할지 망설여지더라고요.

위의 사진처럼 오른쪽 입구에 있는 수도꼭지가 달린 세면기 말고는 모두 소변기로

보이는데 그 높이가 배꼽 위와 가슴 사이로 무척 높더라고요.
마침 출발 전 지인한테서 들었던 이야기가 퍼뜩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유럽의 화장실 변기나 세면기는 그들 키에 맞추어 무척 높게 달려 사용하는 데

불편했다는 이야기였지요.

아!!! 바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현장이 바로 그 이야기로구나...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佳人이 
도저히 소변을 흘리지 않고 저 위까지 올린다는 것이

자신이 없어 젊잖게 그만 슬며시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그러며 "너희들이 배달의 후예 佳人보다 키가 조금 크다고 나를 능멸하려 드느냐?

나중에 어찌 감당하려고 이리도 높이 달아놓았더란 말이냐!"라고 중얼거리며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지요.

 

 

잠시 후 집사람이 나오길래 소변기가 너무 높아 포기하고 나왔다고 이야기했더니....

여기는 화장실 문이 안에 들어가면 또 문이 하나가 더 있다는 말입니다.

밖에 있는 1차 문을 통과해 화장실은 남녀 구분으로 2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면기만 있고 그 안으로 또 3차 문이 있어 거기로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남자는 큰일을 보려면 4차 문까지 열어야 합니다.

여자 화장실도 같은 구조로 들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벽에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오기에 안으로 벽을 밀고 들어가니 그 안에 화장실이 따로 있더랍니다.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안으로 들어가 확인해 보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해바라기 꽃으로

화사하게 도배한 그곳에 비밀의 문처럼 또 문이 있더라고요.

정말 눈여겨 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그런 비밀의 문 말입니다.

정말 저 해바라기 꽃을 죄다 꺾어버리고 싶습니다.

 

 

왜 문을 이중으로 만들어 촌놈에 혼란을 초래합니까?

그리고 세면기 수도 꼭지는 왜 제일 처음 것만 꼭지를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모두 자동 감지기를 달아놓았습니까?

 

 

그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위의 사진처럼 여느 화장실과 같은 풍경입니다.
물론, 청보리가 핀 아름다운 곳이지만...

제가 키가 작은 편이라 그런 생각이 퍼뜩 떠올랐겠지만,

만약, 키가 크신 분이라면 저 세면기를 소변기로 오인해 그곳에 일을 보다가

현지인이 들어와 보았더라면 변태로 오인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같은 버스를 타고왔던 승객 숫자가 몇 되지 않았고 화장실에 가려는 사람이 없었기에

생긴 해프닝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버스를 처음 출발할 때 몰랐는데 휴게소에 들렀다 오르다 보니 젠장...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그런 버스였어요.

그러니 함께 타고온 사람 모두 우리 외에는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고

촌놈이 오랜만에 해외에 나가 당황해 생긴 일이었을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화장실 갈 때마다 긴장하며 들어갔습니다.

오늘 제가 안개 속의 개가 될뻔했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