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네 쿼 바디스 교회(Chiesa del Domine quo vadis)

2016. 10. 20.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로마

아피아 가도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길만 있는 게 아닙니다.

길을 따라 많은 사연이 있고 많은 유적이 즐비합니다.

그냥 걷기도 좋을 뿐 아니라 그런 유적이나 이야기에 귀를 열어두고 걷는 것도 좋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가도를 지나갔을까요?

얼마나 많은 문명이 그들과 함께했을까요?

사람과 사람,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길이 바로 아피아 가도가 아니겠어요?

 

이 세상에는 아피아 가도 말고도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길이 무척 많습니다.

최초로 순교했던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가 걸었던

까미노라는 길은 또 어떻습니까?

중국이 주장하는 세계 최초의 포장도로는 아피아가 아니라 금우고역도라고 하는 길도 있고요.

두 곳은 이미 걸어보았기에 이제 오늘 아피아 가도를 걸으니

세상의 3대 도로를 모두 걸어보게 되네요.

 

그러나 아피아 가도는 로마 패망 이후 점차 황폐해지다가 16세기 교황 피우스 4세 때

대대적인 복구를 했다 하네요.

로마는 2.800년 전 일곱 개의 언덕 위에 그 터를 닦으며 시작하여 지금까지 세상의

주요 나라 중 하나라고 하며 그 근본이 바로 이런 도로 건설에서 시작했지 싶습니다.

 

이곳은 그냥 돌로 포장한 길에 불과합니다.

러나 그 오랜 세월 동안 이 길을 자나갔던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이기에 이 돌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가 있지 싶습니다.

 

모르고 지나면 그냥 돌길이지만,

그런 사연을 상상하며 걸어보면 보이지 않던 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돌 하나하나에 모두 사연이 있고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카타콤베를 지나 계속 아피아 가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첫 삼거리가 나타납니다.

그 삼거리에 성당 하나가 보이는 데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도미네 쿼 바디스 교회(Chiesa del Domine quo vadis)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도미네 쿼 바디스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말이죠?

 

쿼 바디스라는 말은 영화를 통해 보았던 것으로 원작은 폴란드 작가 헨리크 셍키에비치의

장편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합니다.

도미네 쿼 바디스 성당 안에는 이 소설을 쓴 작가의 흉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는 1905년 이 소설로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되었다네요.

 

명성에 비해 교회 크기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사도 베드로가 로마에서 도피 중 그리스도의 환영을 보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한 말이라는데 당시 로마는 네로 황제가 기독교를 박해하던 시기로 많은 기독교 신자는

박해를 피해 로마를 빠져나갔다 합니다.

 

바로 많은 사람이 빠져나간 길이 아피아 가도가 아니겠어요?

이때 베드로도 그런 사람과 함께 로마를 빠져나와 아피아 가도로 접어들어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에 바로 이 자리에서 예수의 환영을 보았다지요?

딱 걸린 자리에 성당을 세웠는데 그곳이 바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도미네 쿼 바디스 성당입니다.

 

성당은 작고 아담합니다.

베드로가 도망하다 걸린 곳이라 크게 짓지 않았을까요?

더군다나 성당은 아피아 가도 길가에 붙어있어 성당 문을 나서면 바로 가도입니다.

지금까지 경쟁적으로 크게만 지었던 성당을 보아온 터라 작은 성당이 오히려 이상해 보입니다.

 

64년 네로는 시내 한가운데 황금 궁전을 짓고 싶었으니 궁전을 지을만한 터가 부족하자

부지 부근의 민가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렇게 생긴 로마 대화재가 네로 황제의 음모라는 소문이 돌자 네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꾸밉니다.

원래 이런 사람은 이런 쪽으로 두뇌회전이 빠른 편이죠.

 

그게 바로 당시 눈엣가시처럼 생각되는 기독교도들이죠.

기독교도들은 자신을 황제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만의 왕을 믿는 종교가 아니겠어요?

그랬기에 화재의 누명을 그들에게 씌워 대량 학살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화를 피해 피난길에 오릅니다.

 

이때 베드로는 그들과 함께 로마 시내를 빠져나와 아피아 가도를 따라 남으로 가는 길을 택했답니다.

그러다 바로 이곳에서 로마 시내를 향해 들어가는 예수의 환영을 보게 되었지요.

모두 피난길에 들어서는데 예수만 역주행하니 궁금합니다.

이에 베드로는 예수에게 묻습니다.

"도미네 쿼 바디스?(Domine quo vadis)"

이 말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의미라 합니다.

 

이에 예수가 답하기를 "네가 나의 백성을 버리고 도망을 하니

내가 너 대신 십자가를 지러 로마로 간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곳에서 도망을 가다 예수에게 딱 걸린 겁니다.

이에 부끄러움을 느낀 베드로는 다시 뒤돌아서 로마로 들어가 순교하게 됩니다.

딱 걸렸으니 얼마나 부끄러웠을까요?

이에 베드로는 로마 법정에서 십자가형을 선고받고 순교하는데 감히 나의 주님과

같은 방법으로 죽을 수 없다고 해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다고 하며

그의 무덤이 있는 곳에 지금의 산 피에트로 성당을 지었다지요?

 

두 사람이 만나 그 자리에 성당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자리에 서서 그때를 생각합니다.

성안 당에는 당시 예수의 족적이 남은 돌을 보관하고 있답니다.

물론 복제품으로 진품은 바로 근처에 있는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에 있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런데 과연 로마로 돌아가 순교의 길을 택한 게 옳은가에 대한 생각이 듭니다.

살아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환영에는 예수께서 나타나셔서 길을 알려주셨는데 우리는 왜?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길입니까?

이곳에 서서 우리도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도미네 쿼 바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