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아 가도의 시작 산 세바스티안 문을 지나서...

2016. 11. 21.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로마

아피아 가도를 걷다 보니 어느새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반대편에서 걸었으니 끝이라고 했지 사실은 시작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이렇게 어느 편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시작이 끝이 되고 끝도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현명함이요, 반대로 우둔함이기도 하겠지요.

 

이제 오늘의 아피아 가도의 시작점인 문이 보입니다.

저 문이 산 세바스티안 문(Porta san Sebastiano)으로 아피아 가도의 시작점이라고 봐야 하며

여기서 시작한 아피아 가도는 브린디시까지 이어져 로마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했지 싶습니다.

로마의 영광을 가져왔고 로마의 패망을 재촉했던 길이지 싶습니다.

 

기원전 312년 로마는 당시 최고의 토목기술을 동원해 아피아 가도를 건설하게 됩니다.

일정한 거리마다 마일스톤이라는 거리 표시도 했다고 하니 정말 과학적이었나 봅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기둥이 당시 만들었던 마일스톤이지 싶습니다.

그러니 아피아 가도는 과학입니다.

 

위의 사진은 기원전 20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세운 골든 마일스톤이라는

밀리아리움 아우레움(Miliarium Aureum)입니다.

당시 로마의 중심이라는 포로 로마노에 있는 것으로 모든 도로의 원표인 셈이죠.

53.000마일이나 되는 로마 제국의 도로는 놀라움 바로 그 자체로

로마 제국의 번영을 이끈 근간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도로의 폭은 직선구간은 8피트, 곡선구간은 달리는 마차의 속도를 계산해 16피트,

이정표는 천 걸음마다 하나씩 세우고...

이런 모든 도로의 원표라고 봐야 하겠지요.

위의 사진은 산 세바스티안 문 주변의 풍경입니다.

 

당시 1마일의 기준은 밀리아리움 아우레움부터 테르미니 역 앞에 있는

세르비안 장벽 문까지로 정했다는데 직선거리로 1.72km 정도 되니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마일은 영국에서 정한 것으로 1마일을 1.6km로 하니 거의 비슷하네요.

당시 로마 병사의 행군 거리였던 한 걸음인 두 발자국을 기준으로

천 걸음을 1마일로 정했다고 하네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지요.

이 말의 의미는 세상의 모든 진리는 한 곳으로 통한다는 의미겠지만, 로마가 당시 세상에

군림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면 바로 아피아 가도의 건설이

그중 하나라고 하고 싶습니다.

힘이 강할 때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 있지만, 반대로

힘이 약해지면, 다른 나라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데 이런 포장도로입니다.

 

 

 아피우스 재무관이 입안하고 감독 시행했던 아피아 가도(Appia Avenue)는

로마를 로마답게 한 길이었습니다.

이래서 아피아 가도를 가도의 여왕이라 부르나 봅니다.

이제 그 시작 지점을 통과했기에 우리에게는 더는 걸어갈 아피아 가도가 없습니다.

지금도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로마가 지배했던 그런 곳에 만든 도로나 다리

그리고 도시의 인프라 시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길이 처음 건설된 시기가 기원전 312년이라 합니다.

당시에도 길은 많았겠지만, 이렇게 어떤 시공서에 따라 제대로 포장된

도로의 효시라는 말이겠지요.

그렇기에 세상 누구나 육지에 건설한 길 중 최고의 길로 인정하지 싶어요.

 

그런데 말이죠.그 시공 방법이 그냥 돌만 깔아놓은 게 아니라네요.

제일 아래에 자갈을 30cm 높이로 먼저 깐다고 합니다.

그 위를 자갈과 점토를 섞어 깔고 다시 그 위에 돌멩이를 아치 모양으로 깔고

이제 마지막으로 가로세로 각각 70cm 정도의 크기를 지닌 돌을 모서리가 딱 맞게 깐다네요.

지금의 도로 건설보다 더 꼼꼼하게 건설했지 싶네요.

 

오늘은 길 위에서 길을 만나 길을 걸었습니다.

이런 길이라면 온종일 걸어도 좋겠습니다.

아직 겨울이 오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남았기에 길가에 들꽃도 무성하게 피었습니다.

 

처음 달동네 같은 팔라티노 언덕 위에서 시작한 로마가 거대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로마 제국이 발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포장도로가 아니겠어요?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라 누가 빨리 전달하느냐가 누가 더 먼 지역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로마가 이탈리아반도만 국한하지 않고 이베리아 반도는 물론 중동이나 아프리카까지도

관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도로의 건설이었을 겁니다.

그들이 지금의 로마에만 만족했더라면 그런 대제국을 이루지는 못했지 싶습니다.

 

당시 강대국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어 지중해를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힘은 바로 이런 도로의 힘이지 싶습니다.

그전까지 지중해는 로마의 먼바다였지만, 이런 도로의 발달로 지중해가 바로

마당 안에 들어온 내해가 되었잖아요,

 

이 길을 통해 문명이 교류했고 힘 있는 자의 수탈이 이어졌을 겁니다.

이렇게 아피아 가도만 7km 정도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지금 걸었던 길의 전체 거리는 골목길까지 포함하면 15km 이상이 되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걷는 길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더 걸어야 테르미니 역 근처에 있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지요.

오늘은 걷는 일로 시작해 걷는 일로 끝을 내렵니다.

그러나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더 남았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도로는 그냥 돌만 깐 게 아니라죠?

문명을 깔고 이웃과의 정을 깔았습니다.

사람이 왕래하고 문명이 이 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그 옛날 덜수도 이 길을 걸어 사람을 찾아갔을 것이고 덜순이는 과일 바구니를 이고

돈벌이를 나섰을 겁니다.

오늘 그냥 아피아 가도를 걷다가 우두커니 앉아 그때 바로 우리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상상으로 만나 봅니다.

왜? 여기서는 할 일이 그런 상상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