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오르비에토로 올라가자.

2016. 6. 9.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오르비에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 겸 걸어서 천천히 오르비에토를 올라갑니다.

아마도 이 길을 걸어 올라간 한국인은 거의 없지 싶습니다.

이 길은 우리가 묵었던 숙소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야만 찾을 수 있는 길이거든요.

그런 숙소에 머무는 바람에 이런 멋진 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2015년 10월 14일 수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외딴 농가 숙소라고 해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제법 여행자가 있네요.

우리 말고도 유럽인 3팀이나 더 있었습니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 중 숙소 대부분이 아침 식사는 대체로 7시나 7시 30분부터 시작합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1층 식당으로 갑니다.

 

작은 농가 주택을 이용해 숙박업을 하는 곳이라 방은 많지 않고 제한된 숙박객만 받지 싶습니다.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 식사할 수 있어 이런 곳도 좋습니다.

1층은 식당이나 주인이 거주하고 2층을 여행자 숙소로 고쳐 투숙객을 받고 있네요.

 

식사 도중 알베르토가 직접 만들었다고 가져다준 음식입니다.

이게 오르비에토의 보통 농가에서 먹는 음식 중 한 가지라고 하네요.

토스트 빵에 방울토마토를 얹고 그 위에 올리브유와 양념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짭니다.

 

집에서 올려다보면 돌산 위에 오르비에토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올려다 보니 천혜의 요새와 같은 그런 곳이 아닌가요?

조금 불편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 또한 농가 체험을 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도 즐긴다 생각하면 아주 즐겁게 다닐 수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게 아니겠어요?

형식과 틀에 박힌 곳보다 한 번쯤 이런 곳에 머물다 간다면

이 또한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숙소는 이번 여행에 유일하게 현금으로 숙박비를 지급한 곳입니다.

출발 전 예약한 숙소 대부분은 현지에 도착해 체크아웃할 때 카드로 지급하거니

예약시 미리 카드에서 빠져나갔지만...

세 사람이 하루 숙박에 아침 식사 포함 100유로를 냈습니다.

농가 주택이지만, 여기도 도시세를 받습니다.

2.2유로/1인으로 모두 6.6유로로 현금으로 냈습니다.

 

배낭은 숙소에 맡겨두고 오르비에토를 걸어서 올라갑니다.

알베르토는 우리가 언제쯤 내려와 기차역으로 갈 것이냐고 묻습니다.

직접 차로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네요.

 

숙소가 아무래도 조금 외진 곳이기에 투숙객에게 이런 서비스를 하나 봅니다.

우리는 미리 검색해 놓은 오후 2시 21분 기차로 아시시로 갈 예정이라고 하니 1시 30분경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네요.

그때까지는 산 위의 마을 오르비에토를 골목마다 다니며 구경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서로 약속을 하고 천천히 숙소 뒤로 난 숲길을 따라 걸어서 올라갑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입니다.

절벽 밑까지 도달하니 엄청나게 높은 성벽을 쌓아놓았습니다.

 

수비하는 사람이 없어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구조물이네요.

바쁜 해외여행 중 이렇게 한적한 길을 걸어가는 경험도 좋지 싶어요.

패키지 여행이나 택시로 이동하는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여행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모르던 길도 이렇게 걸어가면 새로운 길이 됩니다.

세상에는 원래 길이란 게 없었습니다.

처음 누군가 걸어갔던 길을 다른 사람이 따라 걸으면 그게 길이 됩니다.

 

오르다 보니 중간에 기차역과 카헨 광장을 오르내리는 푸니콜라레 선로가 보입니다.

일부 구간은 땅밑으로 선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눈앞에 엄청나게 위압적인 문이 나타납니다.

문 앞에는 우리가 걸어 올라온 오솔길과 반대편의 자동찻길이 만나는 곳이네요.

 

여기가 사자의 문이라는 말인가 봅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더 위압적입니다.

이 문이 예전에 오르비에토를 드나들었던 주요 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지었습니다.

문을 들어서니 또 하나의 문이 더 있습니다.

문 위에 피렌체의 맹주였던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 떡~

도대체 문어발 메디치 가문의 영역은 어디까지였습니까?

 

그랬습니다.오르비에토는 바로 메디치가 출신의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전쟁이 일어나면 피신하기 위해

지은 곳이라 가문의 문장을 떡~

그런데 문안에 또 문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3중 문을 만들어 두었을까요?

하나님은 교황도 지켜주지 않나요?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 하나는 기막히게 좋습니다.

교황은 얼마나 전쟁이 무서웠으면 이런 요새를 지어놓고 몸을 피하려고 했을까요?

교황이 무서운 전쟁이라면 일반 힘없는 백성은 어찌 살았을까요.

 

교황 한 사람을 위해 수만 명의 백성은 몸이 부서져라 돌을 져 나르고 쌓았을 것 아니겠어요.

그 문 위에 올라 바라보니 이 성벽이 얼마나 튼튼하게 지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가파른 절벽 위에다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바쁜 해외여행 중 이렇게 한적한 길을 걸어가는 경험도 좋지 싶어요.

패키지 여행이나 택시로 이동하는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여행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숙소가 조금 멀어 오가는 게 불편할지 모르지만, 작은 불편을 감수한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