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에토의 밤

2016. 6. 8.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오르비에토

치비타를 떠나 오르비에토로 가기 위해서는 반뇨레죠까지 걸어와야 합니다.

물론, 차를 타고 올 수도 있지만, 걸어야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는 15분 정도 걸리지만, 사진이라도 찍으며 구경하고 오다 보니 넉넉하게 30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루하다거나 힘이 든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으니 걸어야 하는 곳이네요.

 

가을이라 떨어진 나뭇잎도 제법 많아 기분 좋은 길이 아닌가요?

골목길의 모습이 가로수길이라 기분이 상쾌합니다.

길 양쪽으로 숙소도 제법 많기에 마지막 버스를 놓친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성 아고스티노 광장에 분수 하나가 보입니다.

 

오르비에토로 돌아갈 때 버스 타는 곳은 아까 내렸던 정류장에서 출발합니다.

그 앞에 큰 주차장이 있지만, 그 주차장은 주차장 겸 이곳에서 더 작은 마을로 가는 버스 터미널로 보였습니다.

 

버스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의 큰 마을을 들렀다 갑니다.

위의 사진은 루브리아노라는 마을에 잠시 정차했을 때 저 멀리 치비타의 모습이 보이는 곳입니다.

마치 봉긋 솟은 언덕 위에 첨탑 하나만 있는 모습이네요.

 

버스는 시골길을 40여 분 달려 오르비에토에 거의 오니 

위의 사진처럼 오르비에토의 모습이 차창에 보이네요.

오르비에토의 모습이 치비타와 비슷하네요.

다만, 더 넓고 조금 평평한 곳에 자리했고 치비타는 무른 흙산 위에 있고

이곳은 아주 단단한 암반 위에 자리했다는 거네요.

 

우리는 아까 치비타로 갈 때 버스를 탔던 기차역 앞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 버스의 종점은 오르비에토 정상 위에 있습니다.

그러니 등 떠밀고 내리라고 할 때까지 버티고 앉아있으면 종점에 도착할 것이고 그곳에서 내리면 됩니다.

 

버스 종점은 카헨(Cahen) 광장이라고 하는 곳이네요.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을 보시면 카엔 광장이 보이실 겁니다.

오르비에토는 위의 지도처럼 사방이 낭떠러지로 우뚝 솟은 돌산 위에 있는 도시입니다.

이런 지형 때문에 외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가 쉽기에 발달한 도시입니다.

 

오늘은 그냥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돌아보렵니다.

어차피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내일 다시 아침부터 구경한 후 아시시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시계탑이 보이는데 시계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시계탑에 올라가 시각을 알리는 종치기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바로 무어인의 모습을 만들어 종을 치게 했습니다.

이런 풍경은 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기왕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기에 오르비에토의 저녁 풍경을 구경하고 내려가렵니다.

이곳 오르비에토는 세라믹이 유명한 곳인가요?

화려한 세라믹을 파는 가게가 제법 많습니다.

 

여기가 오르비에토 두오모인가 봅니다.

두오모 건물 외벽은 얼룩말이 연상되네요.

빠삐용인가요?

그런데 파사드는 보수 중인가 가림막으로 가려놓았습니다.

 

이곳 두오모는 파사드가 가장 볼만한 곳이라는데...

오르비에토의 두오모는 시에나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사실 요모조모 따져보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시에나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집니다.

 

물론, 그런 게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여행자는 두 곳을 비교하잖아요.

파사드의 모습은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해 그리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더 화려한 모자이크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안타깝게도 그마저도 수리한다고 가림막으로 가려놓아 제대로 구경할 수 없네요.

 

모자이크뿐이 아니죠.

출입문 양쪽으로 만든 조각은 정교하게 대리석에 조각해 놓아 한참을 바라보아도 재미있습니다.

사실 이런 조각은 성당을 장식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성경을 알리는 목적도 있지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조각을 손으로 만지기에 사람 손이 쉽게 닿는 부분은 유리판으로 가려놓았습니다.

세상 어디는 이런 사람이 꼭 있나 봅니다.

낙서하고 부서뜨리고...

산 피에트로 성당의 자랑인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도 누가 망치로 부수려고 했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오르비에토 성당은 안으로 들어가면 사실 크게 볼 게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들어가려면 입장료까지 받는다는 점이죠.

 

잠시 슈퍼에 들러 과일 몇 가지도 삽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저렴한 게 포도가 아닐까요?

맛도 정말 기막히게 좋지만,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1kg에 1.39유로로 천팔백 원 정도네요.

 

오늘 저녁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걸어봅니다.

완전히 해가 떨어져 캄캄하기 전에는 사실 숙소에 들어가면 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숙소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나 홀로 농가주택이니까요.

 

이곳에 정한 숙소는 이미 먼저 포스팅에서 보셨던 것처럼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나 홀로 농가주택입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구시가지 안을 더 오래도록 걸어 다니다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이죠.

 

이제 대체로 오르비에토 일부는 구경한 듯합니다.

그런데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야죠?

사실 버스가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면 숙소는 찾아갈 수 있지만, 너무 어두워 조금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으며 주인에게 아까 받아온 우리 숙소의 명함을 보여주며

우리 픽업을 부탁하는 전화를 해달라고 했지만, 영어를 하지 못하는 분이십니다.

그러더니 길가로 나가 지나가는 몇 사람에게 영어를 하는 사람을 수소문해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을 모셔옵니다.

그 아주머니에게 우리의 뜻을 전달하니 숙소로 전화를 걸어 우리의 픽업을 부탁합니다.

 

30분 후 만나기로 했다고 합니다.

만날 장소는 카헨 광장 끝에 있는 푸니콜라레 타는 곳 앞이라고 알려주어 그곳으로 가 기다리니

잠시 후 승용차 한 대가 우리가 서 있는 푸니콜라레 타는 입구 앞에 서더니 타라고 하네요.

그런데 자동차와 운전자가 아까 우리를 태워준 알베르토 영감님이 아니라 며느리인 여자분이십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 승용차를 타고 숙소로 내려오며 우리에게 내일 아침의 스케줄을 물어봅니다.

아침에는 다시 구시가지 구경을 하고 오후에 아시시로 가려고 한다고 하니 아시시는 차로 이동하면 멀지는 않지만,

기차를 타고 가려면 두 번이나 세 번 환승해야 하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구시가지로 오는 방법으로 걸어올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숙소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방금 우리가 승용차를 탄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네요.

시간도 15분 정도만 걸으면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내일 우리 일정을 수행할 이곳에 대한 스케줄과 이동에 관한 정보를 모두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쉬기만 하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