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치비타

2016. 6. 3.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치비타

치비타는 지형이 이상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지요.

만약 그 주변에 늘 보는 그런 평범한 곳이었다면 어느 누가 거들떠보겠어요.

화산 폭발로 생긴 응회암 지형에 무른 토사는 세월이 흐르며 점차 사라지고

단단한 부분만 남이 이런 모습이 생겼다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금세 그 말이 이해되실 겁니다.

이곳을 흐르는 티베르강이 주변의 토사를 오랜 세월 동안 쓸어가 버렸나 봅니다.

지진은 물론 바람과 비도 한몫했지 싶습니다.

이렇게 사라지고 있어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없기에 중세 때 지었던 건물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겠지요.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면 치비타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옵니다.

산타 마리아 델라 포르타라는 문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 문이 우리를 중세로 들어가게 하는 문입니다.

 

이문을 들어서면 이제 우리는 중세로 들어온 겁니다.

시간여행을 한 셈입니다.

어때요?

담쟁이 넝쿨이 우거진 중세의 모습 그대로 아닙니까?

그때 살았던 사람이 모두 떠나가 버리고 지금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몇 집과

주민 몇 명만 산다고 합니다.

 

치비타라는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여기뿐입니다.

역시 고양이 두 마리가 마중을 나옵니다.

여기는 이곳에 사는 주민보다 관광객이 많고 관광객보다는

고양이가 훨씬 많은 이상한 마을입니다.

 

방금 통과해 들어온 문을 뒤돌아봅니다.

저 문을 다시 나가게 되면 중세에서 시간여행을 끝내고 현재로 돌아가니

그야말로 백 투더 퓨쳐라고 해야 하겠지요?

 

문을 들어서면 우선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성당과 그 앞에 있는 치비타의 유일한 광장입니다.

저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개입니다.

고양이만 몇 마리인지 확인하시고 개는 뺍시다.

성당 종탑의 시계가 보이는데 오후 2시 반으로 정확하네요.

 

그럼 우선 식사부터 해야겠어요.

이곳 치비타 안에는 식당이 몇 곳 있습니다.

물론 숙소도 있고요.

치비타는 주로 이렇게 주민은 별로 없고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 중인 사람이 주로 사는 곳입니다.

 

사람이 있는 곳은 오직 식당과 숙소 그리고 기념품 판매 가게뿐입니다.

그리고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은 관광객과 개 두 마리 그리고 골목마다 관광객을 감시하는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뿐입니다.

고양이는 골목은 물론 계단 위나 지붕 꼭대기에서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독수리 둥지라는 치비타에 독수리는 없고 고양이만 있는 이유는

독수리가 이곳에 고양이를 물어다 놓고 여행자를 감시하라고?

 

성당 오른쪽 골목을 끼고 조금 들어가면 제법 근사한 식당이 있습니다.

벽난로도 보이고..

고기를 저 벽난로에서 직접 구워줍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주문해 먹었던 점심입니다.

구슬처럼 생긴 것도 파스타의 일종인가 봅니다.

맛은 아주 훌륭했어요.

 

그리고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까지...

사라져가는 치비타에서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잠시의 여유를 즐깁니다.

 

이런 곳에 훌륭한 맛집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렇게 세 사람이 먹은 음식과 음료수 그리고 커피와 자릿세까지 합이 43유로였습니다.

가격은 우리나라 보통 식당보다 약간 비싸게 느껴졌지만,

이탈리아 다른 곳에 비해서는 비싸다고는 할 수 없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마치 유령의 마을 같은 인적마저 끊기 곳에

이런 맛 난 음식점이 있다는 게 상상외였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을 때 그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