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치비타를 떠납니다.

2016. 6. 7.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치비타

 

사라져 가고 작아 보이는 마을이지만, 마을 안에는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성당도 있고 유럽 도시에 기본 조건인 광장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성당은 치비타의 유일한 성당입니다.

 

 

물론 이 성당은 우뚝 솟은 종탑도 있는 걸요.

성당 안의 의자는 제법 많아 수용 인원이 백여 명은 넘어 보이니

가장 번성했을 때 이곳 치비타에는 수백 명의 주민이 살았다는 의미겠죠?

 

 

어찌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곳이 전혀 손대지 않은 중세마을의 모습이 아닐까요?

여기는 중세에 이곳에 살던 사람 대부분을 이주시키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보았던 중세 마을이란 사실 현대화된 중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당은 다른 곳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규모가 크지도 않습니다.

성당 천장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성당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진짜 성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성당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경쟁하기 위한 것이고

자랑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네요.

바로 이런 모습이 민초와 함께하는 종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교란 이렇게 낮은 자세로 백성을 섬기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곳에서 예배를 올리면 초라하다고 하나님도 외면하실까요?

 

 

여기는 꼭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네요.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에 차곡차곡 담는 일만 해야겠어요.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은 이곳에서는 탐욕입니다.

이곳은 있는 그대로 보고 그냥 느끼면 되는 곳입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며 마음에 담기만 하면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담아 두었던 그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

다시 느껴보면 되는 곳입니다.

이렇게 쌓아둔 여행은 우리의 추억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지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치비타를 떠나야 합니다.

지금 돌아서야 오르비에토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반뇨레죠를 출발해 오르비에토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 25분 버스가 막차입니다.

버스를 놓치면 비싼 택시를 타고 가든지 아니면 히치 하이크를 해야겠지요?

 

아~ 그런데 어떡하죠?

치비타는 그마저도 조용한 곳인데...

우리가 떠나면 적막감만 남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남아있다면 이곳 치비타는 외롭지 않을 겁니다.

치비타는 외롭기에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제 이 다리만 건너면 우리는 치비타를 떠나게 되지만 우리 마음에 남아있다면

치비타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올려드린 사진을 보시고 여러분께서도 치비타를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하신다면 치비타는 영원히 남아있을 겁니다.

 

 

안녕 치비타~

돌아서며 몇 번이나 뒤돌아봤는지 모릅니다.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서요.

 

 

외로운 치비타가 있기에 우리는 더 행복합니다.

기억하고 살아갈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기에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렇게 우리 여행은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세상에는 유명한 곳도 있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이런 곳이 더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이유는 사라져 가기 때문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