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둥지라는 치비타에 올라

2016. 6. 2.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치비타

치비타를 죽어가는 마을이니 뭐니 하지만, 마을 안을 다니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아름답게 꾸민 정원을 가꾼 집도 보입니다.

그런데 저 고양이는 왜 수반 위에 냉큼 올라가 졸고 있나요?

자신이 꽃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공주병에 걸린 고양이인가 봅니다.

이 마당 뒤로는 가파른 절벽입니다.

 

헉! 또 고양이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난간에 고양이가 마중을 나옵니다.

오늘부터 사진 속에 나오는 고양이가 모두 몇 마리인지 세어보세요.

왜?

이곳 치비타에는 주민보다 고양이가 훨씬 많은 곳이니까요.

그리고 치비타에서는 고양이 숫자나 세는 그런 쓸데없는 일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요.

 

치비타는 사실 마을 안에 들어가 구경하는 것보다 이곳 전망대에서

치비타 전체를 바라보는 모습이 제일 좋습니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남은 여행지 중 한 곳이 바로 치비타였습니다.

치비타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혹시 부근을 지나실 경우나 오르비에토를 들르실 때 꼭 치비타를 들러보세요.

복잡한 도심과 유적에서 해방되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빠지실 겁니다.

 

전망대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길이 하나 나오고 그 길을 따라가면

위의 사진처럼 치비타로 올라가는 다리가 나옵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쪽에는 치비타 마을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여인의 청동상이 보입니다.

아마도 저기 치비타에 사는 덜수를 그리며 소리치는 모습으로 그렸나 봅니다.

사라져 가는 치비타가 안타까워 그럴까요?

 

그 앞에 마을로 들어가는 표를 파네요.

가격이 1.5유로로 아주 저렴합니다.

저렴하다는 말은 크게 볼 게 없다는 말이잖아요?

 

이제 다리를 건너서 마을로 들어가겠습니다.

바로 천공의 성이라는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유일한 다리로 생각되네요.

다리는 보행자 전용입니다.

이 다리는 현실과 이상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생각되네요.

 

차는 마을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만약 차를 가져오신 분은 바로 위의 사진처럼 다리 아래 주차장이 있어

그곳에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시면 되겠고 이 경계선인 다리를 지나 치비타 안으로

들어가면 상상의 세계이니 마음대로 생각해도 되지 싶어요.

 

여러분은 이 사진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마치 공상 영화에나 나옴 직한 그런 풍경 아닌가요?

그래서 제가 마음대로 상상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풍경은 늘 보던 이웃 동네의 모습은 결코 아니잖아요.

치비타를 바라보면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그런 이상한 마을이 연상됩니다.

만약, 운무라도 피어올라 치비타를 감싼다면 정말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겠어요?

저곳은 우리가 사는 그런 세상과는 거리가 먼 또 다른 세상처럼 생각되는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니겠죠?

머리카락이 쭈뼛 솟는 전율감이 느껴지지는 않습니까?

佳人 혼자 솟으라고요?

 

세상에 많은 풍경이 있지만, 이런 곳은 흔치 않은 곳이잖아요.

이번 여행에서 이곳을 선택한 일은 우리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며 이런 마을의 모습은 결코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치비타의 마을은 전체 이름은 치비타 디 반뇨레죠(Civita di Bagnoregio)라고 합니다.

반뇨레조 마을에 속한 치비타라는 말이라네요.

아까 우리가 이곳을 올 때 버스를 내린 곳이 반뇨레죠지 싶습니다.

 

치비타는 예전부터 독수리 둥지라고도 불렀다 합니다.

아주 높은 나무나 절벽 위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독수리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지금 이 마을은 독수리는 없고 고양이는 무척 많습니다.

 

또 죽어가는 마을이라고도 하고요.

왜 이런 수식어가 붙었나 하면 이제부터 사진만 보셔도 금세 이해되실 겁니다.

 

하늘길을 따라 마을 입구에 올라 잠시 뒤돌아봅니다.

우리가 방금 건넌 다리가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전망대입니다.

사실 치비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저곳 전망대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위의 사진 오른쪽 끝에 보시면 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입니다.

아주 작게 보이니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셔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나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겠어요?

헉!! 아슬아슬하게 절벽 끝에 요염하게 앉아있는 또 고양이 한 마리...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치비타는 어찌 보면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곳은 단단한 바위 위에 지은 곳이고 이곳은 무너져내리는 응회암이라는 게 다르지요.

이 마을의 역사는 2.500여 년 전 에트루리아인이 세웠다고 하니 무척 오래된 마을입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지진의 영향으로 점점 무너져내려 지금의 모습만 남았답니다.

이탈리아는 이렇게 두 대륙의 판이 만나는 지점이라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