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죽도록 사랑하는 도시 시에나

2016. 5. 19.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시에나

시에나 시내를 다니다 보니 늑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건국 신화에 나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바로 그 모습입니다.

왜 로마도 아닌 이곳에 늑대의 젖을 먹는 조형물이 유난히 많을까요?

위의 사진은 시에나 시청사 앞에 만든 조형물입니다.

피렌체에서 출발한 시에나행 버스는 구시가지 근처 언덕 위에 있는 정류장에 도착한다네요.

잠깐 복잡한 도시 여행을 벗어나 한가한 전원풍경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언덕 위에 불쑥 솟아오른 중세도시가 나타납니다.

올리브와 포도나무가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인가 봅니다.

피렌체에서 출발할 때는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바로 붙어있어 버스로 이동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지 싶네요.

 

도착지점은 위의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버스가 엄청나게 편리합니다.

기차역은 지도상 제일 위에 보이는데 제일 아래 구도시 중심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데다가 더군다나 낮은 지역이라 언덕 위의 캄포 광장이나 두오모까지 걸어 오르기 힘들어요.

그러니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갈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버스를 타야 합니다.

 

여기가 바로 중세의 숨결이 느껴지는 언덕 위의 작은 도시 시에나입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 성 도메니크 성당 앞에 도착합니다.

시에나는 피렌체와는 다르게 중세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네요.

 

이곳에서 버스를 내리면 두오모나 캄포 광장은 걸어서 5분에서 10분 정도 안에 있기에

기차보다는 버스를 이용해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오는 게 유리합니다.

어때요?

정말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그런데 이곳으로 오는 도중 우리는 이층 버스의 제일 앞자리에 앉아오게 되었습니다.

버스 안이라 덥기도 하기에 울 마눌님이 재킷을 벗어 좌석 뒤에 두었다가 그냥 내렸네요.

재킷 안에는 중요한 것은 없었고 당일 사용할 현금으로 유로화가 조금 있었다네요.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온 후 체크인 하는 과정에 재킷을 버스에 둔 것을 알게 되어

우선 리셉션에 사실을 알리고 버스 회사에 전화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그사이 먼저 울 마눌님은 뛰어서 버스 내린 곳으로 가버렸네요.

길눈이 밝지 못해 늘 불안한 사람이 말입니다.

 

잠시 후 전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배정받은 방에 배낭을 넣어놓고 뒤따라 나오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바람처럼 뛰어갔나 봅니다.

버스 터미널이라고 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버스가 그냥 큰 길가에 서서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그런 곳입니다.

더군다나 버스 승차권을 파는 사무실은 지하에 작은 사무실을 두고 있네요.

 

버스 내렸던 곳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위의 사진에 보듯이 다행히

아직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고 운전기사는 보이지 않고 버스 문은 잠겨있습니다.

그런데 울 마눌님은 이곳 버스가 서 있는 곳에 있지 않고 도대체 어디로 간 겁니까?

드디어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겁니다.

 

한참을 버스 앞에 서서 기다리다 보니 버스 기사가 오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니 호텔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하며

문을 열어 재킷을 꺼내 줍니다.

 

재킷을 받아 들고 길이 서로 엇갈릴 수 있기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버스 내린 곳에 서서

기다리다 보니 울 마눌님이 낙담한 체 지나가는 게 보여 옷을 찾았다고 하니

얼굴에 그제야 화색이 돕니다.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에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잃어버렸던 재킷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울 마눌님은 도대체 어디를 가서 옷을 찾고 있었나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입니다.

 

잠시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픕니다. 

고색창연한 중세 도시 어느 작은 성당 광장에 야외 식당이 보입니다.

건물 안에서 먹기보다 광장에서 먹는 게 더 좋아 보입니다.

 

우선 자리에 앉아 이탈리아어를 하지 못하기에 손짓 발짓 동원해 고민하며 주문한 음식입니다.

음식은 아주 훌륭했고 짜지 않게 부탁한 바람에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야외에 식탁을 내다 놓고도 1인당 1.8유로의 자릿세를 받습니다.

이 정도의 음식이 음료를 포함해 33.4유로 정도 하니 우리나라보다는 비싼 편은 아니죠?

 

역사적으로 시에나는 피렌체와는 숙명의 라이벌 관계였나 봅니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두 도시 간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같은 이탈리아의 도시지만, 중세는 서로 다른 통치의 공국으로 존재했다 합니다.

 

피렌체가 화려하고 날렵한 르네상스의 중심에 서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면,

이곳 시에나는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고딕 예술의 중심이라 하겠지요.

평지의 피렌체와는 달리 이곳 시에나는 언덕 위의 도시입니다.

 

시내 자체가 비탈에 있기에 시에나는 도시로는 크게 각광받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골목길은 물론 큰 광장도 비탈입니다.

도시를 구경한다는 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일이네요.

 

지금의 시에나는 규모가 큰 피렌체의 적수가 되지 못하겠지요.

르네상스가 피렌체를 세계 속의 도시로 성장시켰지만, 여기 시에나는

아직도 중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피렌체와는 달리 비탈에 생긴 마을로 큰 도시로 발전하기는 어려운 지형입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 때부터 이어온 8개의 성문이 뚫려 구도심지 한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어

아직도 그때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구도심이란 바로 부채꼴 모양의 캄포 광장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시에나를 다니다 보면 정말 많은 늑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늑대를 사랑한 시에나일까요?

 

늑대라고 하면 로마 건국과 연관된 신화에 나오는 그 늑대가 아니겠어요?

이탈리아에서는 늑대도 족보가 있는 늑대입니다.

쌍둥이 두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함께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고 하지요?

 

성장한 후 로마 테베레 강 변에 나라를 세우는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며 형인 로물루스는 동생인 레무스를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하니 세상에는 태양도 하나 달도 하나라고 오직 한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잖아요.

 

이렇게 로마는 형인 로물루스가 동생을 죽임으로 생긴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인 로물루스에서 로마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했나요?

그러면 로마는 이렇게 존속 살인범이 세운 나라라고 해야겠네요.

 

그런데 죽은 동생 레무스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는데 세니우스와 아스키우스라고 하네요.

이들은 아버지가 큰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로마에 있던

늑대상을 가지고 도망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들이 숨어든 곳이 바로 여기 시에나라고 하네요.

대를 이어 살인을 하니 로마의 시작은 살인으로 점철된 일이었나 봅니다.

 

시에나라는 도시 이름도 도망 온 아들 세니우스에서 따온 지명이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에나에는 어디서나 쉽게 젖 먹는 늑대상을 볼 수 있답니다.

이때 이들이 도망 올 때 말을 타고 왔다고 하는데 그 말의 색깔이 흰말과 검은 말이라 합니다.

 

시에나의 문장을 보면 위의 사진에 보듯이 방패 모양의 틀에 아래는 검은색이고

위는 흰색으로 정한 이유가 바로 레무스의 두 아들이 타고 온 말의 색깔이라 하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토스카나 지방의 몇몇 도시의 문장이 보입니다.

우리가 이곳으로 오기 전 들렀던 피렌체는 역시 꽃의 도시라서 백합 문양이죠?

그러나 시에나는 비커에 먹물을 부어 넣은 모습입니다.

 

그러니 문장에 보이는 검은색과 흰색의 문장은 검은 수탉과 흰 수탉이 아니고 말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시에나의 전설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지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시에나를 다니다 보면 정말 많은 늑대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는 많은 도시가 있으나 오직 시에나만 적통이라는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