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

2016. 5. 20.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시에나

시에나는 언덕 위에 세운 도시입니다.

그러다 보니 넓은 공간이 많지 않지요.

그러나 시에나에는 위의 사진처럼 아주 넓은 광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 광장이 바로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이라고 부르는 데

이곳이 바로 시에나 여행의 시작이요

마무리 지점이라고 해도 되는 곳입니다.

 

시에나에는 세계 최초의 은행이 있다고 합니다.

시에나는 아무래도 지형적으로 언덕 위에 있기에 큰 도시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물도 부족해 산업 자체가 발전할 수 없는 곳이죠.

 

그러나 이 도시는 로마와 이탈리아 중북부를 잇는 순례의 길이라는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의 중요한 길목에 있어 많은 사람이

늘 거쳐 가야만 하는 곳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은 금융업에 일찍 눈을 떴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왼쪽에 작은 광장이 보이는데

이 광장이 살림베니 광장(Piazza Salimbeni)입니다.

광장 안쪽에는 위의 사진처럼 고딕풍의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이 건물이 바로

몬테 데이 파스키(Monte dei Paschi)라고 하는데 지금 이탈리아 전역에

 3천여 개의 지점을 거느린 은행의 본점이라 합니다.

 

이 은행이 이곳 시에나에 설립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인 1475년의 일이라 합니다.

이곳이 바로 현대적인 의미의 은행으로는 세계 최초의 은행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살림베니 광장 앞에서 캄포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 이름이

비아 방키 디 소프라(Via Banchi di Sopra)라는 길로 방키는 방코의 복수형으로

금융업의 길이라는 의미가 아닌가요?

 

중세시대에 이곳 시에나나 피렌체에서는 돈거래를 할 때 광장에 책상을 내어놓고

노점상처럼 거래를 했다 합니다.

이런 탁자를 이탈리아에서는 방카 또는 방코라고 했다는데 나중에 영어 뱅크의

어원이 되었으며 우리가 파산이라는 의미로 뱅크럽트(Bankrupt)라는

영어단어를 사용하잖아요.

 

이 말은 이탈리아어인 방카롯타(Bancarotta)에서 나온 말이라 합니다.

방카롯타라는 말도 부서진 탁자라는 이탈리아 말로 당시 탁자를 놓고 광장에서 돈거래를 했던

사람이 파산하는 경우 그가 사용했던 탁자를 부숴버렸기 때문이 이런 말이 생겼다 하네요.

 

방키 디 소프라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위의 사진처럼 장식이 예쁜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이 건물이 로지아 델라 메르칸지아(Loggia della Mercanzia)라는 건물입니다.
조금 전 보았던 몬테 데이 파스키가 생기기 이전에 이곳에서 탁자를 두고

돈거래를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철책을 둘렀지만, 저 회랑 안에서 탁자를 놓고

돈거래를 했던 모양입니다.

돈 냄새가 막 풍기지 않습니까?

이곳을 지나며 돈 냄새도 맡지 못하고 가면 시에나 여행은 허탕입니다.

 

이제 이 건물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회랑처럼 생긴 터널 아래로 계단이 보이고 계단을

내려가면 시에나의 상징인 캄포 광장이 나타납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이런 크기의 광장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광장은 크고 깔끔합니다.

 

이곳에서 구경할 곳은 우선 일 캄포라고 부르는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입니다.

이 광장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한답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광장이 있는데 이곳을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시에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은 아닌지요.

그러나 광장을 구경하고 나면 왜 이런 말이 생겨났는지 알 수 있죠.

 

벌써 이 광장이 만들어진 게 12세기 경이라 하네요.

이 광장은 시에나 시민의 만남의 장소일 뿐 아니라 여행자의 천국입니다.

오늘은 간간이 가랑비가 내리기 때문에 광장에 눕거나 앉아있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네요.

 

하늘에서 보면 이 광장은 부채꼴처럼 펼친 모습으로 위의 사진처럼

9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졌습니다.

9라는 숫자의 의미는 9개 의회의 권위를 상징하는데 1292년부터 1355년 사이가

 시에나 역사상 가장 황금기였다 합니다.

당시 9인 위원회가 통치하던 시기였기에 그런 의미로 광장을 9 등분했다고 하네요.

누구는 그 모습이 마치 가리비를 닮았다고 하기도 하고요,

성모 마리아의 망토를 상징한다고도 한다네요.

 

시에나라는 도시가 언덕 위에 형성된 곳이기에 이곳 광장도 평평한 형태는 아니고 분수가 있는

넓은 곳에서부터 점차 경사가 져 루블리코 궁전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입니다.

바닥은 붉은색 벽돌을 깔아 두어 많은 사람이 광장에 그대로 앉아 담소도 나누고

음식도 즐기는 곳이랍니다.

 

그렇기에 시에나 여행의 시작과 끝은 이곳 캄포 광장에서 시작해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관광 안내소도 바로 캄포 광장에 있습니다.

 

이 광장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매년 7월 2일과 8월 16일 열리는 축제 때문이라 합니다.

그날은 전 세계가 이 광장을 주목한다 하네요.

그 축제 이름이 팔리오(Palio)라고 한다네요.

 

팔리오라는 말은 마을마다 고유한 깃발을 의미하는 말이라 하네요.

깃발만이 아니고 마을의 성징인 동물도 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작년에는 이 골목을 통해 들어온 콘트라다 지역이 우승했나 봅니다.

 

골목마다 각각의 마을이 입장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데 축제가 끝난 지금도

골목마다 마을의 상징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팔리오 축제는 콘트라다라고 부르는 17개 지역을 대표하는 기수들이 말을 탄 체 중세 복장을 하고

광장을 질주하는 일종의 승마 경기라 합니다.

 

뒤를 따라 중세 복장의 주민이 함께하는 그런 축제라네요.

예전에는 이 지방의 축제였지만, 지금은 세계인의 축제로 변해가는 중이겠지요.

아마도 이 축제의 시작은 로마 제국에서 말을 다루는 일에서 시작했지 않겠어요?

 

일단 말 경주가 시작되면 광장을 세 번 도는 것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합니다.

재미있는 일은 기수가 떨어져 없어도 말만 끝까지 달려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도 우승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우승한 콘트라다에게는 팔리오 휘장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후 4시부터 축제 퍼레이드가 시작되는데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별히 마련한 스탠드석은 미리 2~3월부터 표를 판다고 하는데 그 가격이 100유로가

넘는다 하며 재미있는 것은 말에 안장을 얹지 않고 그냥 탄다는 점이라네요.

이날은 TV를 통해 직접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온 나라가 같은 축제 기분에 빠진다네요.

이날을 맞추어 시에나를 찾는다면 멋진 추억 하나는 남길 수 있지만,

많은 인파를 뚫고 과연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앞사람 뒤통수만 온종일 바라보다 올지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유튜브에 있는 팔리오 축제 중 승마 경기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