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궁전 그리고 미켈란젤로 광장

2016. 5. 2.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피렌체

위의 사진은 석양이 물든 시간에 보았던 미켈란젤로 언덕에 있는 다비드상입니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잠시 골목을 빠져나가니 커다란 광장이 보이고 그 앞에 우악스럽게 큰 궁전 하나가

보이는데 이게 바로 피티 궁전입니다.

 

바로 붉은색 돌로 지은 이 건물이 피티 궁전입니다.

1457년 피렌체의 거상이었던 루카 피티가 브루넬레스키에 의뢰해 지은 궁전으로

당시 이곳의 명문가인 메디치가에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가문이었다 합니다.

 

정면의 파사드 길이만 200여 m라고 하니 대단히 큰 건물입니다.

궁전 건물 앞에는 아주 큰 광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피렌체에 두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성공하는 꼴을 보지 못했나 봅니다.

태양도 하나, 달도 하나인데 같은 동네에 두 사람이 서로 경쟁하다니...

피렌체 르네상스의 대표라 해도 되겠네요.

 

결국, 피티 가문은 몰락하게 되었고 이 건물은 당시 인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가문인

메디치가에서 덥석 물었다 하지요.

당시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인수할 가문은 메디치 가문 외에는 없지 싶습니다.

그런 가문이 있었다 하더라도 감히 메디치 가문에 맞설 수 있었겠어요?

한 방에 훅~~ 하고 가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요.

 

제대로 가격이나 쳐주고 정당하게 인수했겠어요?

경매에 넘어가는 물건치고 제 가격을 내고 가져가는 사람 거의 없지 싶네요.

 

메디치가는 이 궁전을 손에 넣은 후 주궁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잘 지은 건물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왜?

피티 궁전이 피렌체에서는 가장 크고 제대로 잘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우피치 미술관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예술작품을 보관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네요.

미술 애호가는 꼭 들러야 할 곳이겠죠?

 

그런 우리 같은 사람은?

당연히 앞에 서서 사진 몇 장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이번에는 아르노 강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갑니다.

이곳에 더 머물면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인 석양의 모습을 놓치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깁니다.

당연히 그곳까지는 두 발로 걸어갑니다.

 

그냥 걷지 마시고 뒤도 한 번 돌아봅시다.

 

지금 보시는 풍경에서 귀하신 몸이 이동했다는 통로를 보실 수 있지요?

베키오 다리가 시끄럽고 냄새난다고 상가 위로 그들만의 통로를 만들어

다녔다는 길 말입니다.

그 복도는 오른쪽으로 계속 이어져 지금의 우피치 미술관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집으로 사용했던 피티 궁전에서 베키오 궁전이나 우피치 미술관이 있는

옛 정청까지는 다른 사람은 감히 알지도 못하는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통로로 다녔답니다.

 

이 회랑이 안전하기도 하고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안전한 도주로가 될 수 있기에

바사리에게 시켜 비밀 복도인 회랑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번에 찾아갈 곳은 미켈란젤로 광장입니다.

가까운 곳이니 그냥 걸어가세요.

천천히 걸어가면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걷다가 다리 하나가 나오고 다리와 이어지는 골목길을 보면

미켈란젤로 언덕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언덕길을 그냥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언덕에 오르면 피렌체가 한눈에 들어오지요.

워낙 많은 여행자가 걸어가는 곳이라 그냥 따라가기만 해도 언덕 위로 올라갈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택시를 탄다거나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가까운 곳입니다.

 

잠시 오르막을 걷다 보면 넓은 광장이 보이고 이곳에는 늘 많은 여행자가 모이는 곳입니다.
미켈란젤로 광장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광장 한가운데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상의 모조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동안 살아오며 사진으로만 보았던 다비드 상을 오늘만 벌써 두 번째로 모조품을

보았는데 벌거벗은 다비드가 바라보는 곳은 바로 피렌체 중심지입니다.

 

광장 자체는 구경거리가 전혀 없습니다.

여기도 유럽 어느 광장이나 전혀 다른 게 없지요.

멋진 연주를 하며 CD를 파는 거리의 악사 하며 장사하는 사람으로 가득 찬 곳입니다.

저 인디오가 연주했던 곡은 우리 귀에도 익은 곡이라 한동안 귀를 기울여 들었습니다.

 

광장은 미켈란젤로 탄생 4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인 셈이죠.

시력이 좋은 분은 이미 다비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피렌체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가

이곳을 찾고 다비드를 등지는 곳입니다.

피렌체를 찾는 여행자 누구나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올라 광장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광장과는 원수진 것처럼 광장을 등지고 있지요.

바로 아름다운 피렌체의 전경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피렌체 시내를 보려면 광장과 반드시 등져야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저녁노을이 질 무렵에 미켈란젤로 언덕은 늘 만원입니다.

많은 여행자가 피렌체를 찾고 또 저녁노을이 질 즈음에는 개미처럼 모두 언덕을 기어올라

이곳에 모여 피렌체의 황혼을 즐깁니다.

피렌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이 시각에 이곳을 찾는 일입니다.

물론,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