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두오모 큐폴라와 브루넬레스키

2016. 4. 22. 08:30이탈리아 여행기 2015/피렌체

피렌체의 대표선수는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피렌체 두오모 큐폴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수식어가 붙는 피렌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기 보이는 둥근 지붕인 큐폴라만큼

대단한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피렌체 구경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두오모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광장 건너 한 사내가 앉아 하늘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여기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세요?

손에는 컴퍼스를 들고 있네요.

 

궁금해서 佳人도 그 사람의 시선을 쫓아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지점은 바로 피렌체 두오모의 지붕 격에 해당하는 큐폴라라고 하는 둥근

지붕으로 바로 이 사람이 이 지붕을 만들었기에 오늘도 자부심 하나로

"저 지붕 뚜껑을 내가 덮었어~"하며 바라봅니다.

아마도 "저 어렵고 힘든 일을 또 내가 했지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브루넬레스키...

그 이름만으로도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잖아요?

당시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두오모의 큐폴라를 만들기 위해 그때까지 없었던

새로운 건설 기계를 창안해 공사했다 합니다.

 

이 건축물 하나로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 건축가의 선구자로 칭송받지 싶습니다.

저게 왜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당시의 건축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공사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그는 큐폴라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중 구조를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것입니다.

 

당시로는 거대한 돔을 성당 지붕에 얹는다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분명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왕 뚜껑입니다.

그러니 뚜껑 두 개를 덮었다는 말이지요.

사실, 피렌체 두오모 공사가 끝났지만, 바로 큐폴라는 나중에 완공했다고 하네요.

왜? 브루넬레스키가 손 대기 전까지 아무도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하니까요.

 

지금처럼 건축 기술도 발달하고 건축에 필요한 기자재도 갖춘 상황이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저 정도 규모의 거대한 지붕을 올린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되기에

개인적으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큰 대단한 뚜껑을 만든 브루넬레스키도 한때는 좌절한 적이

있었다는데 사실 그는 큐폴라를 만들기 이전에 두오모 바로 옆에 있는

세례당 청동문제작 공모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이 바로 그 청동문입니다.

 

이때 일곱 명의 조각가가 응모했다는데 최종 두 명이 남게 되었는데

바로 23살의 브루넬레스키와 22살의 기베르티였다네요.

보기 좋게 최종전에서 브루넬레스키는 기베르티에게 지고 말았답니다.

이 얼마나 분하고 원통하겠습니까?

누구는 공동 작업을 하라 했다고 하며 브루넬레스키는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포기했다고도 하고요.


그러나 후일 그는 건축에 더 정진하여 청동문보다 더 크고 유명한 큐폴라를 맡아 건축하게

되었으니 그때 그 앞에 놓였던 돌이 오히려 그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 셈이 되지 않았을까요?

후일 결국, 그는 피렌체 두오모 큐폴라 공모전에 응모해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기베르티를 업어치기 한 판으로 당당하게 누르고 당선되어 이 세기의 역사를 맡아 공사하게

되었기에 두 사람은 경쟁자며 서로의 스승이었던 셈인가요?

 

브루넬레스키의 좌절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말이네요.

그의 실패 덕분에 우리는 이런 위대한 큐폴라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위대한 뚜껑일지라도 사실 이보다 더 먼저 로마에 만든 판테온이라는 건축물이 있죠.

판테온에 비교하면 이것은 또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입니다.

 

시기적으로 판테온은 이보다도 훨씬 전인 기원전에 만든 건축물이거든요.

물론 화재로 소실되어 125년에 다시 건설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오래되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르네상스 후기 또 다른 위대한 건축가인 바사리가 브루넬레스키를 두고 신이 피렌체에 보낸

천재라고 했다는데 그래도 신이라고 하지 않고 신이 보냈다네요.

 

피렌체에 오면 많은 사람이 "어머! 이건 꼭 해야 해~"라고 하는 게 있지요.

베네치아에서는 곤돌라를 타듯이...

바로 큐폴라에 올라가 보는 것이죠.

천재의 작품을 눈으로 직접 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낮에는 큐폴라에 올라가려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많은 경우는 몇 시간을 대기하다 올라갑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사람에 큐폴라에 올라가려고 줄을 선 모습입니다.

 

이 사람들 만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줄을 따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보니 입구는 저 멀리 보이는데

코너를 한번 돌고 서 있었네요.

브루넬레스키의 위대함을 몸으로 직접 느끼려는 여행자이지요.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바쁜 여행 일정에서 기다리려고 몇 시간을 허비한다는 일은 시간

낭비이기에 그래서 생각한 게 피렌체에서 숙박하는 경우 아침 8시 30분 이전에

도착해 올라가는 겁니다.

조조할인은 아니더라도 한가한 시간이기 때문이죠.

 

물론, 그 시간에 가면 대기 시간은 제로이지요.

큐폴라 정상 도전은 하루 자면서 생각하고 난 후 결정하여 도전해 보렵니다.

그때 두오모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도 함께 말입니다.

 

두오모와 그 주변의 위성지도입니다.

왼쪽의 작은 팔각형 하얀 건물이 세례당입니다. 두오모, 큐폴라 그리고

조토의 종탑이 함께 있어 이곳만 보아도 피렌체의 반은 보았다고 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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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 큐폴라가 동양인에게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라 합니다.

그런 영화 하나로 동양권의 많은 젊은이가 이곳에 올라가기를 원하기도 한다네요.

젊은이들에게는 그런 열정이 있지만, 우리 나이가 되면 열정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죠.

바로 무릎의 상태가 올라갈 수 있는 상태냐 아니냐입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만나기로 했던 나이보다 우리는 두 배도 훨씬 넘었거든요.

그러니 열정만으로 오르려 하지 말고 냉정하게 자신의 무릎을 판단하고 올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