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엥카 산 파블로 다리를 건너서

2016. 3. 30. 08:30스페인 여행기 2014/쿠엥카

철골 구조물로 만든 철교 위를 나무판자로 깔아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쿠엥카 구시가지로 걸어서 들어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가는 게 지름길입니다.

다리의 높이가 제법 있고 출렁거리기에 건너다 중간에 서서 내려다보면

조금 짜릿한 기분이 들 겁니다.

 

버스를 이용해 구시가지로 가려면 완전히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런 구경 때문이라도 버스보다는 걸어서 들어가기를 추천합니다.

 

쿠엥카는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중세의 시골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겁니다.

중세라도 도회지의 모습이 아니라 시골 말입니다.

사실, 지금도 시골이더군요.

 

이제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가 보렵니다.

다리가 느낌상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바닥에 깐 나무판자가 삐거덕거리기도 합니다.

 

이런 모양의 다리는 역시 중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지 싶습니다.

중국은 잔도라고 부르는 판잣길이 있죠.

최근에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중국의 모든 산이 잔도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잔도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지에서도 나오죠.

그 이전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한중으로 도망할 때 잔도를 모두 태워

추격을 예방했다는 말도 나오고요.

 

위의 사진은 중국의 현공사라는 절입니다.

중국의 모습은 매달린 정도가 아니라 하늘에 걸린 모습입니다.

절벽에 저런 모습으로 사찰을 짓고 수련하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산 파블로 수도원이었던 곳이죠.

지금은 파라도르라는 국영호텔로 고쳐 운영 중입니다.

 

산 파블로 수도원을 바라보고 성자의 모습을 조각으로 남겨놓았네요.

그때는 수양하기 위한 수도원이었는데 세월 앞에 수도자는 사라지고

관광객만 늘어나 격세지감을 느끼나 봅니다.

이렇게 스페인만의 독특한 국영호텔인 파라도르는 풍경이 뛰어난 고성이나 수도원 등을

고쳐 호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구시가지로 들어가야겠어요.

길은 다리를 지나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의 길은 협곡의 중간에 난 길이고

왼쪽 길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인가 봅니다.

바위산 위로 마을이 있네요.

 

바로 매달린 집 옆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집은 안전하게 바위 위에다 짓고 테라스만 밖으로 길게 나무로 덧대어 내었습니다.

보기에는 위험해 보여도 아주 안전해 보입니다.

 

이 집은 지금은 추상미술관과 레스토랑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수기인지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산의 모습은 화산재가 응고되며 만든 응회암인가 봅니다.

세월이 지나며 비바람으로 약한 부분은 흘러내리고 강한 부분만 남아

기기묘묘한 형태의 바위산을 만들지 싶네요.

저런 모습은 여행 초반에 바르셀로나 인근에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보았던 바위형태지요.

 

예전 터키 여행 때 카파도키아라는 곳에 갔을 때 바로 저런 형태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이곳보다 더 오래 진행된 곳으로 이곳도 수천 년이 흐르고 나면 그리되겠지요.

가을이 이곳도 깊어만 갑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좁은 길에는 신호등이 있습니다.

차량 두 대가 서로 비켜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골목이고 또한 볼 수 없는 굽은 길이기에

신호등에 따라 일방통행을 유도하기 위한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위에 보이는 건물은 박물관이랍니다.

이 지방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한다는데 오늘은 역시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로마 시대부터의 유물을 전시한다고 했는데...

 

작은 광장이 나오네요.

광장 한가운데는 동상 하나가 보입니다.

알폰소 8세의 동상입니다.

 

그는 카스티야 왕으로 이곳 쿠엥카를 무어인으로부터 되찾은 왕이라지요?

그의 당시 모습을 동판에 새겨놓았습니다.

무릎을 꿇은 사람이 당시 이곳을 지배했던 이슬람 왕이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사람이

바로 알폰소 8세가 아닐까요?

승자의 아량인가요?

승자는 이렇게 동상을 세워 기억하지만, 패자의 눈물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여기 재미있는 동판 하나가 또 있습니다.

성당의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쿠엥카 마요르 광장이지 싶습니다.

그곳에서 투우하는 모습이네요.

투우장이 없다고 투우를 하지 못한다는 일은 스페인에서는 없지 싶어요.

 

드디어 쿠엥카의 중심인 마요르 광장에 들어왔습니다.

쿠엥카의 시청과 대성당이라는 카테드랄이 있는 가장 넓은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예전에는 투우도 즐겼다는 말이 아닌가요?

정말 소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마요르 광장은 쿠엥카에서 가장 넓은 곳입니다.

워낙 산비탈에 마을이 있는 곳이라 그럴만한 공간이 없지만요.

마요르 광장도 평평하지 않고 비탈로 이루어져 경사가 제법 있습니다.

광장을 에워싼 건물에 색을 입혀 예쁘게 꾸며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