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궁전은 허장성세가 아닐는지...

2016. 1. 25. 09:00스페인 여행기 2014/그라나다

이제 만약 적이 여기마저 공격해오면 이 요새 안에서 버텨야 합니다.

알카사바 안에다 창고도 짓고 민가도 짓기 시작합니다.

오래도록 버틸 자급도시를 세우려나 봅니다.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며 알카사바와 궁전 안에 모두 5천여 명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정원을 만드는 일이지요.

헤네랄리페는 장기전을 대비해 식량생산을 위한 바로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정원의 목적은 바로 휴식과 농작물의 생산을 위함입니다.

이제 정원이 완성되면 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모두 언덕 위라서 물이 없습니다.

지금의 정원과 궁전이 있는 곳은 골짜기로 서로 떨어져 있고요.

물은 계곡 아래로 흐르는 다로 강이 있지만...

 

그 물을 언덕 위로 끌어올리는 일은 펌프가 없던 시절에는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알람브라 궁전보다 더 높은 곳에 거대한 저수지를 팝니다.

그 저수지의 물을 물길을 만들어 끌어오는 일입니다.

수로는 벽돌을 쌓아 만들어 중간에 물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합니다.

 

그러나 수원이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으로부터 물길을 내다보니 오는 도중 큰 산이 두 개나 버티고 있어

이들은 넓이 1m 높이 1m 나 되는 터널을 파 그 안으로 물을 흘려보냅니다.

이렇게 흘러온 물은 헤네랄리페까지 수로를 통해 도착했지만, 알람브라 궁전은 다른 언덕이라

물이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골짜기 길이가 15m 정도로 그들은 로마 제국이 만든 수로교를 위의 사진처럼 이곳에 도입합니다.

지금 알람브라 궁전에 흐르는 물과 분수는 이렇게 도착하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요?

물 만난 고기처럼?

 

물의 소중함을 아는 민족이기에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사실도 알아 궁전 내부를 흐르는 물이 수로를 타고

늘 흐르거나 속도를 달리해 빠르게 흐르다가 한번 소용돌이치며 잠시 멈춘 듯 흐르게 함으로

퇴적물이 그곳에 쌓이게 하여 늘 깨끗하게 자연정화도 시켰습니다.

그곳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늘 깨끗한 물을 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곳에 도착한 물은 실핏줄처럼 알람브라 궁전 곳곳을 흐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과학은 분수를 통해 한번 곤두박질도 시킵니다.

분수란 예쁜 측면도 있지만, 공기정화나 습도 조절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이곳에 살았던 무어족은 물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수를 많이 만들었다 합니다.

 

여기 분수는 아름다움에 하나 더 과학을 도입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수를 보고 아름다움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아름답다고 했지만, 그들이 분수를 만든 이유는 물이 썩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이제 이렇게 하면 끝인가요?

아니랍니다.

물이란 늘 일정하게만 흐르는 게 아니잖아요.

많을 때는 물이 이곳으로 흘러와 넘치게 하여 평소에는 마른 수로였지만, 그곳을 통해 밖으로 흘려보냅니다.

물의 계단에서조차 물의 양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든 과학을 보았습니다.

혹시 중국의 도강언을 보신 분은 쉽게 이해하실 수 있는 과학이지요.

 

그리고 가물어 물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헤네랄리페 위에다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어 놓았다가

말을 이용해 수차를 돌리게 함으로 물을 언제나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천 년 제국의 꿈이 영글어 가나요?

노자께서 일찍이 이르시기를 강한 인간이 되고 싶다면 물과 같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물을 다룬 이유는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까요?

헤네랄리페는 아름다운 여름 궁전이 아니라 그들이 이곳에서 오래도록 버티기 위한

농작물 생산기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수리시설을 계획하고 준비했던 무하마드 이븐 나스리는 1273년 완공을 채 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둡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백 년도 살지 못하고 가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나 꿈은 천 년을 꿈꾸며 사는 게 또한 인간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세상에 인간만큼 위대한 존재는 없지만, 인간만큼 어리석은 존재도 없지 싶습니다.

그러나 그의 후손은 100년간이나 나스리 궁 건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요.

 

1333년 유수프 1세가 권좌에 오르며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때를 나스리 왕조의 최대 전성기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는 권좌에 오르자마자 북아프리카의 메리니드 왕조와 동맹을 맺고 카스티야 왕국과 전쟁에 돌입했다고 하네요.

 

전쟁을 이르킨 그 이유가 국토회복운동이라고...

지금 북으로부터 점차 세력을 넓히며 내려오는 카스티야 왕국의 명분도 국토회복운동이라는 레콩키스타인데?

유수프 생각에는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며 처음 막강한 세력으로 이베리아 반도의

많은 부분은 차지했던 시기를 그리며 그 땅을 회복하겠다는 것이고...

 

진리는 하나라고 했는데 이 경우 누구 말이 맞는지 무척 헷갈립니다.

처음에는 무척 세력을 키워나갔지만, 7년 정도 흐르자 점차 밀리기 시작하며 북아프리카의 동맹국인

메리니드 왕국은 전망이 어둡자 얍삽하게 재빨리 발을 빼겠답니다.

공연히 전쟁을 시작했나 봅니다.

이제 홀로서기에 들어갑니다.

혼자서도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왕궁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드는 일입니다.

감시탑을 크게 만들고 왕궁을 호화롭게 꾸미는 작업을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쟁의 패배로 말미암아 소요를 예방하여 건재함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지요.

백성에게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밖으로 적에게는 화려한 모습의 왕궁을 보여줌으로

기를 꺾자는 말인가요?

이런 짓을 허장성세라고 하나요?

 

바로 코마레스 탑의 북쪽에 코마레스 궁을 만드는 일입니다.

코마레스 궁의 한가운데 만든 대사의 방은 바로 허장성세를 위한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아도 그 모습에 놀라는데 당시 적국의 대사가 이것을 방문해 왕을 알현할 때

기선을 제압하자는 말이 아니겠어요?

이 방의 모습을 보면 정말 인간의 솜씨인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유수프 1세의 속셈은 자기가 천하무적임을 자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건물 벽에는 알라를 찬양하는 문양을 연속으로 도배하고.. 

나스르 왕가의 이름을 쓰고 그리고 "신 외에 정복자는 없다!"라는 글을 여러 번 새겨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그 후 정복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이곳을 정복한 적은 인간입니까? 아니면 신입니까.

 

높이가 23m 정도의 천장에는 8천 개의 삼나무 조각으로 이슬람에서 생각하는 7개의 천계(天界)를

연상하도록 만들었고 가운데 코마레스 탑은 우주의 축소판이고 그 아래에 옥좌에 앉아 대사를 맞이하는

유수프 왕은 왕이 우주를 다스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나라의 대사를 접견했다 합니다.

 

그의 등 뒤로는 위의 사진처럼 채광창으로부터 밝은 빛이 들어와 눈부시게 비치니 마치 앉은 모습의 왕이

신비스럽게 느끼게 이벤트도 했다고 하니 생쇼와 같은 이런 방면에 대단히 소질이 많은 왕이었나 봅니다.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싶었나 봅니다.

우리야 폼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는 권위라고 주장하지 싶습니다.

 

치밀한 계산에 따라 왕은 경외의 대상으로 만들어 방안의 조각과 천장의 모습 그리고 빛을 이용한 이벤트성 장식.

이런 화려한 이벤트의 달인이 지배했던 시기에 어느 사람도 그의 몰락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름다움엔 고통이 따른다 했습니까?

1354년 10월 19일 그는 그를 지켜준다는 신을 위해 기도를 올라는 중

 노예의 공격을 받고 숨을 거두게 되었답니다.

신은 왜 그런 그를 지켜주지 않고 잠시 외면했을까요?

깜빡 졸았을까요?

아니면 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외면했을까요.

 

이때 유수프 나이가 겨우 34세...

그는 아름다운 왕궁의 화려한 천장 장식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을 겁니다. 

가장 화려한 시대를 살았던 그는 이렇게 요절로 생애를 마쳤답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 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佳人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 방에서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으로부터 신대륙 탐험을 허하는 명령서를 받은 곳이라 했나요?

 

지붕을 바라보면 마치 물방울이나 고드름이 연상되는 종유석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슬람의 고유한 장식 양식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지금 천상의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 듭니다.

기하학적으로 만들어 접착시킨 모습입니다.

우리처럼 건축에 문외한이 보아도 탄성 외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흘러온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근거지였던 그라나다에는 새로운 동맹이 탄생합니다.

드디어 1492년 800여 년을 이 지역에서 슈퍼 갑으로 행세했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는 일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벌어졌다지요?

그 동맹은 바로 1469년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의 M&A가 아닐까요?

정치권에서 이러면 한쪽에서는 구국의 결단이라 하고 반대편에서는 야합이라고 하지만...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1세가 서로 정식으로 혼인하며 양왕이라 불리는 부부가

가톨릭 군사를 이끌고 그라나다로 입성하며 오랜 세월 이민족에 맡겼던 지배권을 되찾게 되었다지요.

 

그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치자 이곳의 마지막 지배자였던 무하마드 12세 보아브딜은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알람브라 궁전을 버리고 어머니의 품이라고 여겼던 아프리카 땅으로 도망하게 됩니다.

그의 조상은 그 길을 따라 신천지를 개척하며 이곳에 왔지만, 무하마드 12세는 그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갑니다.

길은 같은 길이지만, 세상은 다른 세상입니다.

 

이때 무하마드 12세는 전력의 비세를 느끼자 스스로 전투를 포기하고 순순히 궁전을 내주었기 때문에

크게 피해를 당하지 않고 아직도 그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는 돌아가며 뭐라고 했을까요?

"I will be Back?"

이것으로 오랜 세월 국토회복운동인 레콩키스타(Reqonquista)는 이곳에서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나 봅니다.

 

이 부부야말로 각자의 왕국을 다스리다가 결혼을 통해 하나의 세력으로 뭉치니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며 스페인으로서는 대박을 맞게 되는 순간이었다네요.

이로써 스페인은 어두웠던 중세를 마감하고 대박의 길로 나서게 되었나 봅니다.

이제 그라나다 이야기는 모두 끝내고 코르도바로 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준비에 실패한 사람은 실패를 준비한 것이라 합니다.

여행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떠나면 제대로 된 여행이 어렵다 합니다.

우리처럼 갈팡질팡하며 다닙니다.

이제 우리는 코르도바를 향해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