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이신 언덕과 사크로몬테(Sacromomte)

2016. 1. 14. 08:00스페인 여행기 2014/그라나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죠?

알람브라 궁전의 맞은편 언덕인 알바이신 지구에 올라 바라보면 알람브라의 또 다른 모습을

구경할 수 있기에 이렇게 언덕에 올라 다른 쪽의 언덕을 바라보는 일은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만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피곤해하는 마눌님을 숙소에 쉬라고 하고 혼자 언덕을 올라 봅니다.

 

그라나다는 세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라 합니다.

알람브라 궁전과 건너편 알바이신 지구 그리고 사크로몬테 지역으로 나눈다지요.

이미 알람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지구는 구경했기에 오늘은 사크로몬테 지역을 구경하려 합니다.

 

알바이신 지구와 사크로몬테 지구는 사실 같은 언덕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사비카 언덕 사이에는 다로 강이라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개천 같은 강이 흐릅니다.

 

이 세 개의 지역 중 알람브라 궁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왕족의 거주지고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이 망루 겸 코마레스 궁의 코마레스 탑이라는 곳입니다.

 

올려다보니 아름답다는 나스르 궁전도 외부의 모습은 그리 뛰어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의 모습은 정말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알바이신 지구는 아래는 당시 귀족이 살았고 언덕 위에는 일반 백성이 살았다 합니다.

그러나 사크로몬테 지구는 이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동굴집 형태의 주거시설에

빈민이었던 집시들이 살았다 하네요.

집시들이란 이미 옛날부터 힘들게 살았나 봅니다.

 

난이 일어나면 반대하는 지역은 알람브라와 알바이신 지구일 것이고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지역은

사크로몬테가 분명합니다.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들의 생각은 얼어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 생각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꾸어 보아도 그들 삶의 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실제로 그런 일이 여기서 발생했지요.

이사벨 여왕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에 왔을 때 알람브라의 주인과 그 안에 살았던 귀족은

결사항전을 외쳤고 알바이신 지구의 주민은 알람브라 궁전과 결탁해

가톨릭 군사에 대항했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서로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니 목숨을 걸고 대항할 수밖에요.

 

위의 사진처럼 사크로몬테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알람브라 궁전의 전경도 보기 좋습니다.

전경만 좋으면 무엇합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퍽퍽한 삶을 사는 사크로몬테 주민이 아니겠어요?

 

헤네랄리페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오르지 않고 사크로몬테로 가는 길에서 바라보아도 말입니다.

이들은 수백 년 동안 이곳에 살며 저들이 사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지 싶습니다.

 

그러나 사크로몬테 지역에 살았던 집시들은 이사벨 여왕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무어족을 몰아내는 데 공을 세웠다지요?

그렇기에 이사벨 여왕은 종교재판소를 설치해 이슬람 등 이교도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면

그냥 살게 했으며 따르지 않으면 추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크로몬테 지구에 살았던 집시는 그냥 이곳에 살게 배려해주었다고 합니다.

사실, 귀족이나 부자들은 대부분 아프리카나 오스만 제국으로 도망한 후였겠지요.

 

이렇게 같은 곳에 살았던 사람도 세상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게 승자 마음대로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집시는 지금도 그때와 별반 변한 게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갑니다.

이들은 이런 생활이 더 편한가 봅니다.

 

이런 현상으로 말미암아 문학이나, 철학, 회계 등 뛰어난 두뇌집단이었던 유대인이

대부분 사라지는 바람에 그라나다에는 한때 암흑기와 같은 시기가 있었다 합니다.

사실, 알람브라 궁전의 보이지 않은 힘은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라나다의 집시들만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들은 지금도 이렇게 동굴집에서 살며 그들의 춤을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살아갑니다.

 

당시 무섭게 해외진출을 추진하며 식민지로부터 약탈로 부를 축적하던 포르투갈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으니 작은 나라라고 생각했던 포르투갈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당시까지는 포르투갈이 유럽으로 나가는 방법은 스페인을 거쳐야만 했잖아요.

그런데 포르투갈은 대서양 시대를 열며 바다를 통한 무역에 나서며

아프리카 경영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이사벨 여왕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콜럼버스와 큰 딜을 하는 겁니다.

이 딜이 결국 성공을 거두고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거느린 유럽에서 최강의 나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데 이게 불평등 계약이라 하지만, 신의 한 수였지요.

 

그라나다라는 도시는 원래 처음은 성곽도시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알바이신 지구를 올려다보면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무어인이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모여들기 이전부터

이 언덕은 사람이 살았다 하지요.

 

이 언덕은 다로 강이라는 개천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알람브라와는 서로 반대편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며 건너편은 늘 목에 힘만 주고 살아가는 갑질만 하는 사람이 살았고

이곳은 언제나 철저한 을이 살아가는 그런 곳이죠.

그런데 풍경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게 더 좋습니다.

저들은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죠.

 

워낙 오래된 곳이기에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은 하얀색으로

벽을 칠하고 발코니에는 화분을 매달아 놓았으며 골목 벽에는 그라나다 도자기로 장식해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곳입니다.

이 지역의 전성시대는 아무래도 나스르 왕조가 알람브라 궁전을 지킬 때였을 겁니다.

 

그때는 귀족계급과 그들의 재정을 관리했던 유대인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살았다고 하지요.

알바이신 바로 옆으로는 동굴을 파고 살아가는 집시촌이 있고요.

이제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알바이신 지구의 사람을 을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곳은 분류조차 하기

어려운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죠?

그들은 주로 쿠에바(Cueva)라고 부르는 동굴형태의 집에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죠.

을도 을 나름 아니겠어요?

드디어 알람브라 궁전에 조명을 밝히기 시작합니다.

 

사크로몬테(Sacromomte)라고 부른 곳은 그런 곳이었답니다.

그 말의 의미는 성스러운 산이라는 말로 알바이신 성벽 안쪽에 사는 사람이나

비탈진 땅을 말한다 합니다.

말로만 성스러운 곳이지 그들의 삶은 전혀 성스럽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주로 집시들의 거주지로 그라나다 탈환 시 이들이 가톨릭 세력에 협조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는데 큰 공을 세웠기에 가톨릭 정부에서는 이들의 거주를 허락함으로 지금까지

집단 주거지를 형상하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러나 그 전에나 지금이나 이들의 삶의 질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라나다 주민이지만, 아직도 동굴집에서 살아가는 이민족인 셈입니다.

같은 나라에 산다고 민족도 같지는 않지요.

이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서로 어울리지 않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오늘은 울 마눌님이 조금 힘들어하는 기색이 있어 숙소에서 쉬라고 하고 혼자 카메라와

물만 챙겨 사크로몬테와 알바이신 지역을 구경하고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는 반대편으로 내려가 봅니다.

 

언덕 정상에는 사크로몬테 쿠에바 박물관을 만들어 민속촌처럼 꾸며 놓았답니다.

그곳에는 로마 시대에 사용했던 토기나 집기 등을 전시해놓았다고 하는데 올라가는 도중

어제 베라크루스 식당에서 만났던 한국 젊은이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더 위로 올라가 봐야 더는 볼 게 없었다고 하기에 그만 같이 내려와 함께 산 니콜라스

전망대로 향했다가 그들은 잠시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다

출발 시각이 다되었다고 먼저 내려갔습니다.

사실 혼자 계속 걷다 보니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약간 불안하기도 하였거든요.

 

집시란 유럽 여러 곳을 떠돌고 다니지만, 사실 집시는 어디나 환영받지 못한 민족인가 봅니다.

이곳에서는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녹녹지 못한 살림으로 보입니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 산 니콜라스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그라나다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중 압권은 바로 알람브라 궁전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라나다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저녁 무렵 석양이 붉게 물 들 때 붉은 성이라는 알람브라의 모습은

환상적이라고 여겨질 겁니다.

날씨 좋은 날에 말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두 번이나 찾아갔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만약 겨울이 없다면 봄의 즐거움을 어찌 알겠습니까?

여행도 살아가는 일도 힘듦이 없다면 즐거움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높은 언덕이었고 늦은 밤일지라도 그곳 전망대에 올라보니

비로소 또 다른 풍경의 즐거움을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