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체와 태양신 인신공양 그리고 코르테스

2015. 9. 8.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세비야

에르난 코르테스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함께 나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정부이자 통역을 도와준 말린체라는 여인입니다.

(말린친이라고도 하고 가톨릭에 귀의하며 도나 마리나라고 불림)

그러면 말린체는 누구일까요?

코르테스는 베라크루스에 머물 때 원주민들로부터 값진 보석과 원주민 처녀 20여 명을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데 여기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죠.

컥!!! 20명의 처녀를 선물로 받았다니요?

 

위의 그림을 보니 바로 이 처녀들이군요?
그 처녀들 가운데 말린체 또는 말린친이라 불린 여자가 있었는데 이들은 그날로 바로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그녀는 도나 마리나로 불렀답니다.

이때 그녀의 나이가 여자로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20세였다고 하니...

 

이 여자를 빼고는 코르테스의 아스텍 정복은 이야기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여자로 그녀는 언어습득 능력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능력으로 말미암아 밤에는 코르테스의 정부로 혼신의 노력으로 봉사하고 낮에는

코르테스의 입이 되어 지근거리를 지키며 언제나 함께하는 실과 바늘 같은 사이가 되었다네요.

 

코르테스는 그녀를 "나의 혀"라고 했을 정도로 밤낮으로 아꼈나 봅니다.

덕분에 코르테스의 아들도 낳았다고 합니다.

이 아이가 아마도 스페인과 인디오의 혼혈이라는 메스티소의 시작이 아닐까요?

아니라고요?

이미 이들보다 먼저 남미로 건너온 콜럼버스의 선원이 소리 소문 없이?

그 말이 맞지 싶습니다.

콜럼버스를 따라온 선원은 대부분이 죄를 짓고 감옥에 있던 자들로 배를 타면

사면해준다고 했으니까요.

 

원정대의 기록을 담당했던 카스티요라는 병사는 그녀를 평하기를 "미녀에 사교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자로 묘사했으며 그녀는 어느 부족의 귀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일찍 아버지가

죽는 바람에 어머니에 의해 버림받고 나중에 노예로 팔렸다가 다른 여인과 더불어

코르테스에게 바쳐졌다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말린체는 행동이 마치 코르테스의 아바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언어 습득 능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스페인어를 익히는 바람에

코르테스의 눈에 뜨였고 미인에 통역사로 언제나 코르테스와 함께하게 되었다네요.

그렇다고 코르테스의 손동작까지 따라 하다니...

 

당시의 상황을 그린 그림을 보면 언제나 코르테스 곁에는 말린체라는 여인이 함께합니다.

이런 이유로 말린체라는 이름은 오늘날까지 멕시코에서 매국노와 동의어로 여겨진다고 하니

불행했던 여인이었나 봅니다.

아직도 경멸의 의미로 "말린체 같다."라고 한다니...

 

에르난 코르테스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사람으로 몬테수마와 더불어 말린체였던

도나 마리나라는 여인은 코르테스의 정부로 또 말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그녀는

첫 번째 메스티소의 어머니가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남미는 유럽인과 원주민 인디오 그리고

아프리카로부터 흘러온 많은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마도 한이 맺힌 그녀의 과거에 대한 복수의 심정이었을까요?

 

우리가 남미의 아스테카 문명이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첫 번째로 꼽는 게 스페인의

침공이 아니라 멕시카족이 섬겼던 태양신의 공양에 있다는데 많은 사람의 의견이라 합니다.

멕시카족은 태양신에게 제사를 드릴 때 인신공양이라는 게 있었다네요.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잔인한 모습.

인신공양이란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쳤던 아스텍의 종교적인 제사로 코르테스의 아스테카 문명의

말살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자주 이야기되는 내용입니다.

 

아스텍은 우리에게는 아스텍족이라는 이름이 친숙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자신을

 멕시카족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제국의 수도는 고원의 커다란 소금물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에 건설된 도시

테노치틀란이었으며,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멕시코시티 부근이라고 하네요.

 

아스테카 제국 또는 멕시코 제국은 테노치티틀란의 멕시카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테수이코

(텍스코코)의 쿨루아족과 틀라코판(타쿠바)의 테파넥족의 3자 동맹으로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 제국은 인근 여러 부족을 무력으로 통치하며 식량과 공물을 조달했으며 세금을 착취했고

노예제는 물론이고 전쟁 포로를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의 풍습도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에스파냐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종종 과장되어 묘사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풍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이러한 압제에서 비롯된 원한 관계는

훗날 제국의 몰락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싶습니다.

당시 스페인 탐험가의 전언에 따르면 매년 수십 만의 인간 제물이 인신공양이라는

이름으로 태양신의 제단에 바쳐졌다고 하지만.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수만 명의

인근 부족이 산채로 태양신에게 바쳐진 것만큼은 사실인가 봅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만에서 5만 명 정도의 사람이 매년 태양신의 제물로 희생된 것은

분명했으며 그들은 주변 부족으로부터 잡아온 사람을 인신공양을 위한 제물로 심장을 꺼내

신전 위에서 태양신에게 바치거나 노예로 팔았다고 합니다.

코르테스가 믿는 신은 이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아스텍 말살을 시작했고

합리화하기도 했겠지요.

말린체 역시 이런 희생양이었기에 앞장서서 아스텍족의 멸망을 재촉했지 싶습니다.

 

그러나 코르테스 자신도 이런 상황을 아스텍 공격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코르테스는 토착 부족 간의 갈등 상황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우선 멕시카족의 가장 큰 경쟁자인 틀락스칼라족을 무력으로 굴복시켜 동맹을 맺었고,

이들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갖가지 잔혹 행위(살인, 약탈, 심지어 식인까지도)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적극 앞장서 돕기도 했다지요?

 

다른 부족은 때로는 스페인 군인의 강력한 화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거하려는 음모가 경쟁

부족 간에 벌어지기도 했고 원정대로도 앞정서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해서 무려 3천 명의

민간인을 죽인 촐룰라 학살 사건은 코르테스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종종 언급되기도 하지요

 

낯선 부족과 접촉할 경우, 코르테스의 원정대는 일단 위협과 권고를 통해서 굴복시키려

시도했으며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에스파냐 국왕의 신민이 되라는 요구사항을 거절하고

저항할 경우 무자비한 진압이 뒤따랐으며 나중에는 압도적인 화력에 놀란 여러 부족이

먼저 찾아와 공물을 바치고 돌아가 달라고 요청하거나, 심지어 동맹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때도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시기였습니다.

 

에르난 코르테스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세기의 살인자라는 악명의 사나이라고 평가되고 또 다른 측면은 비인간적인

인간 공양에 대한 나쁜 관습을 지녔던 민족을 정리했다는 긍정적인 면에서 정복자라는

이름의 사나이로 각인된다고 합니다.

역사는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1790년 멕시코 소깔로 광장에서 태양의 원형 석판이 발견되며 아스텍의 태양신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는데 이를 후세 사람은 아스텍 달력이라고 부릅니다.

아스텍 달력은 보통 지금의 달력처럼 단순한 날짜를 표기하는 게 아니라 아스텍인들의

우주에 대한 생각, 철학은 물론 농경과 제사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들이 1년을 종교적인 의미로 280일로 했던 것과 태양력을 기준으로

360일로 정했던 두 가지 달력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아스텍 사람들은 우주에 대한 생각은

그들 이전에 이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여러 문명을 함께 수용해 당시까지의 문명을 각각

하나의 태양의 시대로 보고 모두 네 개의 태양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사는 시대를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라고 본 것입니다.

 

그러니 네 개의 태양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위의 석판에 보이는 가운데 마지막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이제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도 종말이 온다는

철학을 지녔던 모양입니다.

아스텍의 신앙이었던 태양신을 모시는 일은 바로 이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라네요.

이들은 마지막 태양인 다섯 번째의 태양이 사라지는 게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바로 요즈음도 활개를 치는 종말론과 흡사하지 않나요?

 

마지막 태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태양신에게 수시로 제사를 올려야 하는데 그 제물이

바로 살아있는 사람의 뜨거운 피와 펄떡거리는 심장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수시로 태양신에게 살아있는 사람의 피와 심장을 바침으로

내일도 태양이 떠오른다는 생각에 빠진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지만, 당시 그런 신앙에 빠진 아스텍 사람에게는

세상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대단했지 싶네요.

 

처음에는 주로 죄를 지은 자를 위주로 제물로 바치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수단으로 발전했을 겁니다.

원래 독재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지 싶네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들로는 늘 부족했나 봅니다.

제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태양신이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발전했을 겁니다.

이게 주변의 부족을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점점 더 통치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전쟁을 통하여 이웃 부족을 공격하고 포로를 잡아와 제물로 올렸지 싶네요.

이로 말미암아 주변 모든 부족이 코르테스가 이곳으로 들어왔을 때 아스텍과 힘을 합쳐

싸우지 않고 오히려 코르테스 편에 가담해 아스텍 공격에 앞장섰던 겁니다.

 

태양신의 숭배는 아스텍의 근간입니다.

태양신으로 말미암아 아스텍이 존재했고 결국, 태양신으로 하여금 그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이렇게 세상의 완벽한 것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러면 에르난 코르테스는 위대한 정복자인가? 아니면 잔인한 살인마인가!

인간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인신공양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터전을 만든 박애주의자일까요?

그는 자신을 키워준 쿠바 총독을 배신하고 독단적으로 남미정복에 나섰으며 질서를 무시하고

총독을 통하지 않고 직접 왕과 또 교회와 직접 약탈품을 전달하며 거래하며

자기의 위치를 굳혔습니다.

 

또 자신에게 선물로 바쳐진 20여 명의 노예를 모두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고 그중

말린체라는 여인의 언어능력을 높이 평가해 정부로 삼고 통역으로 최대한 활용함으로

사람에 대한 안목과 투자가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르테스는 교양이 있거나 지성미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합니다.

자신의 처지가 최악이라도 그 입장을 역이용하는 재치가 있었나 봅니다.

총독을 제치고 약탈한 황금의 20%를 왕에게 보내고 정복한 영토를 왕의 식민지로 선포한

일이라든가 황금의 20%를 또 교회에 헌납함으로 중세에 교회의 힘도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황금을 부하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어 충성을 유도했고 총독이 파병해

자신을 체포하려고 온 1천 명의 병사를 회유하여 오히려 자기를 따르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임기응변에도 강한 사내였지 싶습니다.

 

아스텍 정복 과정에서 아스텍에 불만을 지닌 주변 세력을 규합해 하나로 묶어 그들의 병사를

지원받아 아스텍 정복에 성공한 수완을 보임으로 외교적인 능력 또한 대단한 인물로 보입니다.

비록 하급 귀족인 이달고 출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는 위대한 전략가이며 탐험가이며

가톨릭을 전파한 전도사였습니다.

 

코르테스는 대항해시대를 맞이해 잉카 제국의 정복자 피사로와 더불어 스페인 최전성기의

주역 중 한 사람이었고 가톨릭 전파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황금이 목적이었던

정복이라는 명분 때문에 무리한 진압과 약탈에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고 아이와 여자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것을 묵과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에 도나 마리나의 강요와 아스텍 주변 부족의 지원군이 한풀이식

진압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결국, 정복자보다는 문명을 단절시킨 파괴자며 침략자였으며 피에 굶주린 살인마라는

평가가 오히려 커지는 실정이죠.

 

그들이 당시 보낸 황금으로 세비야 대성당의 제단을 황금으로 만들었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제단으로 무려 1.5톤의 금으로 말입니다.

과연, 하나님은 이런 방법으로 가져온 금으로 제단을 만들어 공양하는 것에 만족하실까요?

태양신은 산 사람의 심장을 즉석에서 꺼내 바치는 인신공양을 받고 싶어 했을까요?

그것을 佳人이 어찌 알겠습니까?

이제 세비야로 가니까 그곳에 서서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만물을 따뜻하게 기르는 것과 같아서,

모든 것이 이를 만나면 살아난다.

생각이 각박하고 냉혹한 사람은 북풍의 한설이 모든 것을 얼게 함과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곧 죽게 된다.

- 홍자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