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스의 아침 산책

2015. 7. 3.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다호스

위의 사진은 푸엔테 데 빠르마스 다리 위에서 알카사바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이곳을 지배했던 세력은 제일 높은 언덕 위에 성벽을 쌓고 그 안에 왕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시타델이라도 함락되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모순(矛盾)이라는 말은 하나씩 놓고 볼 때는 이치에 합당한 말이지만,

그 또한 함께하면 맞지 않는 말인가 봅니다.

세상의 진리란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변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만 볼 때는 맞는 말이지만 둘이 만나면 틀릴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바다호스 발긔 달애 밤드리 노니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빵집에 눈길이 머물더군요.

간판을 보니 빵집의 설립연도가 1890년이라는 말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벌써 120여 년이 넘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전통 있는 빵집인가 봅니다.

 

도대체 어떻게 빵을 만들었기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이곳 주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나도 모르는 새 저절로 문을 열고 들어가 지더군요.

佳人은 워낙 빵을 좋아하기는 하지요.

 

네 가지 빵을 샀습니다.

네 가지라고 하면 싸가지라고 하시는 분이 간혹 계시지만...

이 집은 빵을 포장해줄 때 이렇게 빵 위로 두꺼운 종이로 X자로 덮어 집에 가져갈 때

빵의 모양이 처음처럼 그 모양을 유지하게 해 준다는 게 다르네요.

 

이게 5유로이니 우리나라와 비교해 비싼 편은 아니지 싶네요.

묶어주는 끈도 독특한 방법으로 굵은 실로 묶어 주네요.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120년 이상을 영업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비닐 봉지에 넣어 주는 게 보통 아닌가요?

 

2014년 10월 19일 일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일정은 어젯밤에 찾아보았던 알카사바를 구경하려고 합니다.

밤이라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길도 모르기에

그냥 입구 쪽 성벽 위에만 올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도 없는 골목길도 걸어보며 이 도시를 마음속으로 느껴보려

하며 일찍 서두르는 이유는 다음에 찾아갈 곳인 카세레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나왔나요?

거리가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사실 시차로 말미암아 아침은 자꾸 일찍 일어나게 되네요.

 

여기서 일찍 출발해야 그나마 여유롭게 두리번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제 구경하지 못한 시내 다른 곳도 구경한 후 버스 터미널로 찾아가

또 다른 도시인 카세레스로 갈 예정입니다.

 

어젯밤에 잠시 지나쳤던 솔레다드 광장입니다.

저녁에는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여 즐겼지만, 새벽에 오니 조용합니다.

예전에 이곳에 펠리페 2세의 행궁이 있었다고 합니다.

 

솔레다드라는 말은 고독이라는 말이니 이 광장을 고독의 광장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광장 한가운데 맹인 가수의 동상이 보입니다.

호세 살라사르 몰리나라는 이 지방 출신의 유명한 가수인가 봅니다.

 

어젯밤에 올랐던 성벽입니다.

아직 가로등이 꺼지지 않았네요.

 

알타 광장입니다.

아침에 보니 또 다른 기분이 드네요.

어젯밤에도 이곳을 찾았을 때 이 흉상이 하염없이 광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침에 다시 와보아도 밤새 같은 자세로 있네요.

 

이 사람은 후안 마린 데 로데스노(Juan Marin de Rodezno)라는 사람으로 이 광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던 주교로 "내가 제대로 스페인 풍으로 만들라 했는데 이슬람 풍으로

만들었네~~"하며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이런 광장 하나 만든 자부심으로 만족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광장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문 양쪽으로 멋진 사자문양이 보입니다.

이 지역을 다스렸던 지배층의 문장일까요?

아니면 바다호스의 시 문장일까요.

 

이제 성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아무도 없는 성안을 산책해보려고 합니다.

이 알카사바는 무료입니다.

중국이라면 무척 비싼 입장료를 받았을 겁니다.

 

성문 상인방에 그리스 전통의 삼각형의 조각을 하여 단조로움을 살짝 가렸습니다.

그곳에 적은 글은 "걸출한 바다호스의 가옥과 건물은 왕실 파견 행정장관인 누노 데 라 쿠에바의 지시에 따라

1548년에 만들었다."라는 말이라 합니다.

그러니 생산자 실명제인가요?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90도로 두 번 꺾은 문으로 르네상스 문이라고 부른답니다.

알카사바는 원래 서고트 족이 건설한 성으로 후일 무어족이 증축하여 사용했지만.

1548년 스페인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합니다.

시대에 따라 문도 여러 번 변했지 싶네요.

 

두 번 구부러진 입구를 지나면 바로 앞에 큰 건물이 보입니다.

이게 예전 무어족이 이곳에 있을 모스크로 사용했던 건물이라 합니다.

모스크를 이곳 스페인에서는 메스키타라고 하더군요.

 

가장 유명한 메스키타는 코르도바에 있는 메스키타입니다.

같은 건물이지만, 밤에 보았던 모습과 아침에 보았던 모습이 너무 다릅니다.

그러나 문이 닫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는 것은 같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유럽에 있는 이슬람 건축의 최고봉은 지금 스페인 남부지방인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 사진을 통해 그곳의 모습을 구경하겠지만, 이곳도 그에 못지않은 유적이 있었을

것이지만, 여기는 그라나다보다 400여 년이나 빨리 스페인에 함락되었기에

그런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네요.

그야말로 흔적뿐입니다.

알람브라 궁전도 시타델의 모습이고 여기도 같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