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에보라(EVORA)를 향하여

2015. 6. 5.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에보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배낭을 꾸려 숙소를 조용히 빠져나옵니다.

집을 나서는데 잘 가라고 가랑비가 내립니다.

이곳의 가을은 우기가 시작되는 계절이라 합니다.

2014년 10월 18일 토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 숙소에서 가까운 Avenida역으로 가니

지하철 출입구 문이 닫혔습니다.

 

숙박비에 아침 식대가 포함되었지만, 우리처럼 새벽 일찍 나가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겠죠.

물론, 어느 한인 숙소는 새벽에 출발하는 투숙객에게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주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숙박비는 첫날 도착해 이미 다 치렀기에 그냥 떠나기만 하면 됩니다.

 

지하철은 6시 30분에 첫차라고 해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첫차를 타려는 이유는 Sete Rios 터미널에서 7시에 출발하는

에보라행 버스를 타기 위함입니다.

터미널은 지하철 Jardim Zoológico 역에서 내리면 바로 연결됩니다.

 

6시 30분이 되자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길가로 올라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다른 정류장으로 가라 하네요.

포르투갈 리스보아에는 아침에 문이 닫힌 지하철역도 있습니다.

그러니 새벽에 운행하는 지하철은 모든 역에 서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우리의 상식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 아래에 있는 훨씬 번화한 Restauradores 역으로 가니 그곳은 문이 열려있습니다.

공연히 엉뚱한 지하철역에서 새벽부터 한 시간 동안이나 고생했다는 말이네요.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네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하철 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돈을 넣어도 안 되는 겁니다.

 

마침 젊은 흑인 한 사람이 와 도와주겠다고 해 부탁하니 (1.4유로/1인)

울 마눌님 것은 충전이 되어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가고 내 것은 돈을 자꾸 토해냅니다.

시간은 없고...

남녀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그러자 그 사내가 자기 카드로 함께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가자고 합니다.

개찰구는 우리나라와 같은 막대 가로막이를 밀고 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새벽에 사내 둘이서 몸을 밀착하고 지하철 개찰구를 밀고 들어가는

웃기지도 않는 일이 리스보아 시내에서 벌어진 겁니다.

여행하다 보니 정말 이상한 짓도 하고 다닙니다.

단언컨대, 佳人은 게이가 아닙니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그 흑인 사내가 자기 앞에 佳人을 바짝 붙여 세우고 그만...

우리는 그렇게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방법으로 외국에서 해 보셨수?

안 해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그럼 나갈 때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미 그 사내는 다른 곳에서 내렸는걸요.

어쩌겠어요?

울 마눌님과 또 밀착한 상태로 어기적거리며 빠져나와야지요.

佳人이 오늘 한 짓은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매표소도 문을 닫았고 자동발매기만 이용 가능했지만, 자꾸 돈을 토해내니

우리를 어여삐 여긴 젊은 흑인이 이런 방법으로 佳人을 도와준다고 한 행동이지만...

참회합니다.

불법으로 승차한 지하철 요금을 우편으로 보내야 할까요?

 

이렇게 새벽부터 생쇼를 하며 간신히 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버스는 떠난 지 오래고

8시 출발 버스를 탈 수 있었네요.

리스보아에서 에보라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리고 요금은 12.5유로였습니다.

이 한 시간의 차이가 나중에 엄청난 사건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무척 바쁜 날입니다.

우선 리스보아에서 버스 편으로 에보라로 이동해 뼈 성당과 로마 유적을 구경하고

엘바스를 지나 국경 통과를 해 스페인 땅인 바다호스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 새벽부터 진을 빼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 리스보아에서 바다호스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 두 차례 있지만,

중간에는 정차하지 않는다 합니다.

과연 우리가 중간에서 바다호스로 갈 이 루트가 가능할까는 미정입니다.

그 이유로는 중간 도시의 이동에 대한 정보가 없고 리스보아 한인 민박에서도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합니다.

 

버스가 출발해 425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를 거의 지나자 왼편으로 거대한 예수상이 보입니다.

이 예수상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흉내 내 지었다고 하며

엘리베이터로 정상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네요.

 

에보라로 간다니까 갑자기 에볼라라는 무서운 병이 생각납니다.

여행 당시 스페인도 에볼라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렸으니까요.

사실 에보라라는 작고 오래된 도시는 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뼈로 만든 성당이 있는 곳입니다.

요즈음 우리를 슬프게 하는 메르스도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질환이라죠?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이는 풍경은 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푸른 초원도 아니고 다른 작물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한 가지...

 

오직 보이는 것은 사진에 보이는 나무뿐입니다.

저 나무가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하지만, 사실 이 지역은 세계적인 코르크 생산지역이라 합니다.

코르크는 우리가 지나온 포르투에서 보았던 와인병의 마개로는 더 나은 것이 없다 할 정도로

요긴한 것이 아니겠어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게 코르크나무에서 벗겨낸 오리지널 코르크입니다.

코르크는 와인병 마개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코르크를 이용한 가방, 모자 그리고 공예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팔고 있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이 코르크나무는 나무가 죽는 순간까지 계속 코르크를 생산해낸다 하네요.

코르크는 코르크나무의 껍질로 죽은 부분이랍니다.

이 껍질을 모두 벗기고 그냥 두면 6년 후에는 다시 벗길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하니...

상처가 나면 더 왕성하게 자라기에 이런 결과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에 흰 페인트로 번호를 붙여놓아 언제 벗겼는지 안다 하네요.

새살 돋는 약을 바르지 않아도 코르크나무는 6년 만이면 새살이 완벽하게 돋아난다니

이 성분을 연구해 새살 돋는 약을 개발하면 큰돈을 벌지 않겠어요?

나무껍질을 벗겨내는 일은 자연훼손이 아니고 나무의 새로운 조직이

다시 나오게 하는 이로운 일이 아닐까요?

 

이런저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에보라에 거의 도착했네요.

오는 내내 보았던 풍경은 벌판에 아무렇게나 심어진 코르크나무였습니다.

에보라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역사는 이미 로마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한때는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 문명도시였답니다.

이 작은 마을에 대학까지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아시겠죠?

이 대학이 배출한 인물로는 그 유명한 바스쿠 다 가마랍니다.

버스는 정확하게 1시간 반이 걸린 9시 30분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버스 터미널이 간이역만큼 사람이 없네요.

 

당장 우리 배낭이 문제입니다.

배낭을 메고 에보라 시내를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버스표 파는 곳에 가서 배낭 맡길 곳에 관해 물어보니 승강장 끝으로 가보라 합니다.

혹시 나중에 에보라를 가실 분이 계시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승강장에 간이 건물로 가셔서

배낭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에보라 구경을 다니세요.

배낭 하나에 1유로만 내면 맡아줍니다.

 

이제 우리는 에보라에서 엘바스로 가는 차편을 알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 이곳 에보라를 몇 시까지 구경해야 하고 몇 시에 터미널로 돌아와

계획대로 버스를 타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죠.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게 바로 버스 시각표인데

이게 무슨 간첩들이 사용하는 난수표입니까?

하루에 세 번 운행한다는 말이고 요일별로 운행하지 않는 것도 있고

중간 마을은 건너뛰는 것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좌우지간, 오늘은 제일 끝에 보이는 오후 2시 출발 버스만 있다는 것만 확인합니다.

그러니 에보라 관광을 마치고 1시 30분에는 터미널에 돌아와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야 합니다.

 

컥!!! 이 시골 마을의 버스 터미널에도 삼성 TV가 있네요.

당연히 여기서 바다호스로 직접 가는 버스는 없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일단 엘바스로 가 그곳 터미널에 문의하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이 토요일이라 버스가 없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쩌라고?

우리처럼 일반 교통을 이용해 여행하시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교통편이 없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된다고 합니다.

생각이 많고 깊으면 걱정이 따라오고 걱정은 화를 불러온다네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우리 주위에 항상 기다리고 있답니다.

공연히 헥헥거리며 형체도 없는 행복을 쫓아다니는 바보가 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