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두 7세 공원(Parque Eduardo VII), 리베르다드 거리

2015. 6. 3.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위의 사진은 에두아르두 7세 공원(Parque Eduardo VII) 제일 위에서 떼주 강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으로 가운데 우뚝 솟은 동상이 바로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 도시를

새롭게 탈바꿈시킨 폼발 후작의 동상입니다.

대지진으로 도시 대부분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엄청난 재앙이었다네요.

그런데 여기서 내려다보니 폼발은 영국사람 에드워드 7세의 방문을 기념해 만든

에두아르두 7세 공원의 문지기처럼 보이네요.

 

이제 식물원 구경을 마치고 공원 제일 위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무슨 기념을 위한 조형물로 보이네요.

작은 웅덩이에 물을 가두고 그 안에 만든 조형물이 조금은 이상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상적인 돌을 다듬어 예술적으로 예쁘게 만든 게 아니라

공사장에서 버린 폐기물로 보이는 시멘트 덩어리로 보입니다.

 

유적의 잔해인가요?

아니면 대지진으로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여기다 쌓아 기념하지는 말인가요?

이 조형물은 대지진의 모습을 후세에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1974년 4월 25일

살라자르의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카네이션 혁명을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이었습니다.

 

사실 포르투갈의 부흥은 엔히크 왕자의 대항해 시대를 시작으로 바스쿠 다 가마가

서인도 항로를 개척함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런 결과 세상은 넓다고 여러 지역으로 진출하며 식민지 경영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오히려 작은 나라가 적은 인구로 큰 나라를 경영하기란 힘에 벅찼나 봅니다.

그런 식민지를 경영하기 위해 포르투갈의 젊은이로 구성된 군대를 파견하다 보니 고향이

그립고 식민지에서의 마찰과 전투로 다치거나 죽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때마침 스페인을 시작으로 식민지 경영에 앞장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하나둘씩

점령지에 대한 독립을 인정하는 추세였지요.

이에 젊은 군인들이 반기를 들고 우리만 왜 목숨을 담보로 생고생하느냐고 일으킨 혁명이

바로 카네이션 혁명이라네요.

세상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유럽의 변두리인 포르투갈이 변방에서 중심국가로 발돋움한 게 바로 식민지 개척인데

오히려 식민지로 말미암아 나라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끝내는 식민지를 포기하니

다시 예전처럼 유럽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니...

 

이제 제일 위에 서서 공원을 내려다봅니다.

어때요?

아주 멋진 장면이 아닌가요?

 

공원의 조경도 멋지지만, 여기서 내려다보는 리스보아 전경도 아주 볼 만합니다.

우리가 선 자리가 시내 북쪽이고 떼주 강이 도시의 남쪽을 흐르니 리스보아라는 도시는

남쪽으로 큰 강을 끼고 자리했으니 천하의 명당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 그리고 양쪽으로 언덕이 자리하고 있으니 좌청룡 우백호라고 해도 될까요?

 

올라갈 때의 반대편으로 잠시 걸어 내려가다 보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보입니다.

낡고 지저분한 모습이지만, 한때는 아주 잘 나갔을 법한 그런 건물입니다.

혹시 지진의 후유증으로 방치했을까요?

 

흉가처럼 변해버린 이 건물을 왜 이야기하느냐 하면 이 건물 벽에 붙인

아줄레주가 아주 멋지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크기의 아줄레주는 흔치 않았습니다.

제법 역동적으로 잘 만든 아줄레주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작에 속하는 그런 아줄레주입니다.

이렇게 방치해 두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헉!!!

감히 지금 佳人이 작품성과 예술성을 논하고 있습니까?

 

그래도 이런 아줄레주를 보며 그대로 방치되어있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습니다.

건물 자체가 방치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아줄레주는 조심스럽게 뜯어서

아줄레주 박물관으로 옮겨 보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폐허로 내버려 둔 건물이지만, 너무 안타까워해 본 말입니다.

 

원래 포르투갈 사람은 스페인 사람을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 하지만, 

오늘은 佳人이 오지랖도 넓게 참견했네요.

이래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다시 리베르다드 거리를 걸어서 내려갑니다.

올라갈 때와는 반대편으로 내려갑니다.

이 거리를 프랑스 샹젤리제와 비교한다지요?

그런데 쇼팽의 흉상이 왜 이곳 길거리에 있지요?

쇼팽은 폴란드 사람이 아닌가요?

 

길을 걸어가며 보았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입니다.

벤치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졌는데 그 뒤로 인공 폭포를 만든 언덕 위에

야수가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일까요? 아니면 미녀의 미모를 훔쳐보는 중일까요.

설정이 미녀와 야수인가요?

 

색깔이 아름다운 리스보아의 거리입니다.

이런 길을 그냥 걷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민속 음악은 파두라고요?

한이 서린 음악이라 하더군요.

발상지는 리스본이라 하고요.

파두라는 단어가 운명이나 숙명이라는 의미의 파툼(Fatum)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하고요.

대항해시대를 맞아 포르투갈의 많은 사내는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이나 아프리카로 갔을 겁니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

여자들은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아픔을 감내하며 기나긴 기다림으로 노래했을 법하지 않나요?

항구 도시 리스본에서는 이곳을 떠난 사내를 생각하며 그렇게 바다를 향해

여인들은 파두를 노래했나 봅니다.

그러니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불금만 되면 여인들은 바다로 나간 사내를 그리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불금은 얼어 죽을 무슨 불금이야!" 하며 마음속 저 깊이 꾹꾹 눌러두었던

한을 노래로 표현했지 싶네요.

그런데 같은 처지였던 스페인의 여자는 남편이 없어 환희의 찬가를 불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