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조르주 성(Castle of S. Jorge)

2015. 5. 28.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국립 판테온을 구경하고 천천히 걸어서 대성당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국립 판테온은 입장료가 있지만, 일요일은 무료이며 리스보아 카드를 이용하면 언제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우리가 사용 중인 리스보아 카드는 1일권으로 어제부터 사용 중이나

카드에 첫 입장 시각을 마차 박물관에서 기재했기에 오후 1시 45분이라고 되어있어

오늘 그 시각 전까지는 사용 가능합니다.

 

트램을 타지 않고 트램길을 따라 걸어 내려갑니다.

트램길을 갑자기 좁아지기도 하고 아주 좁을 골목은 양방향을 통행할 수 없어

하나의 선로로 교차 운행하기도 합니다.

이미 어제 이 길을 한번 걸었기에 굳이 트램을 타고 내려갈 일이 없습니다.

 

길을 걷다가 벽에 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외치고 싶었나 봅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유럽 문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라피티라고 부르는 낙서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알파마 지구는 구시가지를 셋으로 나누는 곳 중 한 곳이지만, 주로 서민이 모여 사는 달동네로

보이는데 물론, 길을 따라 가게가 줄지어 섰지만, 그 골목 안을 들여다보면 이웃집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길이 더 정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이 어디 유명한 유적만 보고 멋진 풍경만 보고 다닌답니까?

 

잠시 걷다 보니 벌써 대성당에 왔네요.

어제는 대성당 앞으로 트램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지만, 오늘은 위의 사진을 찍고 있는

옆 골목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그 길로 가야만 오늘 구경할 상 조르주 성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렇게 대강의 방향만 잡고 무작정 걷다 보면 우리가 목적한 곳에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럽은 많은 길이 돌로 포장되었지요.

이런 포장은 일찍이 마차 문화가 발달했기에 흙길은 마차가 다니기에 부적합하여 포장했을

것이고 그중 도로를 포장한 포장재로 돌이 제일 구하기 쉽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자동차 문화이기에 돌로 된 포장은 차량 통행에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유럽의 자동차 문화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빨리 달리지 않기에

지금도 돌로 포장하여 사용하나 봅니다.

그리고 중세의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늘 새로 포장할 때도 아스팔트보다는 돌로 포장하겠지요.

 

길을 걷다가 아주머니 한분에게 상 조르주 성으로 가는 길이 맞느냐고 하니까

골목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라고 하네요.

나랏 말싸미 서로 사맛디 하니 했지만, 우리의 뜻이 정확히 통했나 봅니다.

골목길 안에는 막힌 길이고 ELEVADOR CASTELO라고 쓴 것으로 보아 성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라는 말인가 봅니다.

이렇게 순전히 눈치로 다닙니다.

 

엘리베이터 타는 입구에 큰 슈퍼가 보입니다.

슈퍼의 모습은 우리와 다른 게 없네요.

비록 외국일지라도 슈퍼 이용은 우리와 다르지 않기에 무척 친숙합니다.

 

그냥 두 발로 골목길로 걸어 올라가겠다고 하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힘이 들지 않는다 하며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불러 우리를 인계합니다.

언어가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답니까?

이번에는 그 사내가 우리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가서

버튼까지 눌러주는 친절을 베푸네요.

 

졸지에 힘들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왔네요.

리스보아는 이렇게 언덕이 많아 엘리베이터나 산악 트램을 운행합니다.

여행 초반에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을 가기 위해 골목길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마드리드 인근의 톨레도라는 아주 오래된 옛 도읍지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언덕 위에 있는 구시가지를 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렸습니다.

민초를 위한 이런 편의 시설이 무척 많은 곳인가 봅니다.

 

골목길을 잠시 빠져나오니 눈앞에 상 조르주 성이 보입니다.

이 성은 리스보아의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지은 성이라 그리하겠지요.

 

고성이지만, 역사적인 유물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대부분 성벽 터만 남은 그런 곳이라네요.

지금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리스보아를

내려다보는 전망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성벽을 따라 트레킹을 하던가...

 

그런데 들어가기 위해 표를 사려고 하니 줄이 장난 아니게 깁니다.

매표소부터 이어진 줄이 밖으로 나와 그 끝이 떼주 강까지 이어진 듯 깁니다.

기다려 표를 사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든가...

 

우리 부부는 과감히 입장을 포기하고 주변 알파마 지역의 골목 투어를 결정했습니다.

골목 투어야말로 우리 같은 서민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곳이 아니겠어요?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노숙인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개를 데리고 있습니다.

서로의 체온이 그리워 그럴까요?

 

그럼 그 개도 주인을 따라 노숙견이 되는 셈이지요.

이렇게 개와 함께하는 이유는 개가 있으면 함부로 쫓아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숙인인 쫓아낼 수 있지만, 개는 동물 학대라고 해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요.

위의 노숙인은 두 마리씩이나?

그 옛날 대항해 시대에는 포르투갈의 노숙견도 황금을 입에 물고 다녔다고 하는데...

요즈음 리스보아의 노숙견은 황금은커녕...

 

여기는 주변 모두를 조망할 수 있으니 천혜의 요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네요.

상 조르주 성(Castle of S. Jorge)은 알파마 지구 끝자리에 있는 아주 역사가 깊은 고성입니다.

아마도 리스보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이 먹은 곳이 바로 여기일 겁니다.

그 이유는 이 성터는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로마 시대 이전의 것이 분명하다고 하니까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인물이 바로 이 성의 이름인 상 조르주라고 하네요.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처음 이 성에 터를 닦은 사람은 페니키아인이라 합니다.

그 터도 제일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후 로마 제국이 성의 기초를 닦고 완성은 무어인이 했다고 합니다.

 

워낙 성으로서 입지적인 조건이 뛰어나기에 이곳을 지배하는 세력은 누구를

막론하고 여기다 성을 증축했을 겁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바라봐도 여기는 성을 짓기 위해 생긴 언덕으로 보입니다.

그 후 서고트, 이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독교 세력까지 말입니다.

 

1.500여 년 동안 이곳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성을 보수하고 증축하고...

처음에는 왕궁으로 사용했지만, 16세기 이후는 감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네요.

입장료 7.50유로 저녁에 오르면 일몰이 아주 멋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성벽을 따라 걷는 트레킹도 무척 좋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성은 군사적 이점이 있는 곳으로 요새로 이용하였다고 하네요. 

성문 안쪽 전망대 광장에는 1147년 10월 25일 무어인으로부터 이 성을 함락시킨

포르투갈 초대왕 아폰수 엔히크의 동상이 있고 북쪽에는 성 함락의 공로자

마르팀 모니스 장군의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슬람 왕이 사자를 길렀다는 석조건물 '사자의 집'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