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국립 판테온(Panteão Nacional)

2015. 5. 27.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어제는 밤늦게까지 시내 야경을 구경했네요.

아침에 관광안내소에 들려 스페인 바다호스로 갈 우리 루트에 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내일 우리는 새벽에 리스보아에서 출발해 에보라로 갈 예정입니다.

 

그곳 에보라를 구경하고 포르투갈 국경도시인 엘바스로 이동해 스페인 땅인

바다호스로 넘어가는 일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보라에서 엘바스는 포르투갈이니 버스가 있을 것이고 국경을 넘는 엘바스에서

바다호스로 가는 버스 편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러 군데 전화를 해 알아봐도 알 수 없다고 하네요.

 

리스보아에서 바다호스로 직접 가는 버스는 이른 아침과 야간 버스가 있는데

엘바스에서는 확인되지 않네요.

마침 그곳 안내소에 근무하는 아가씨 하나가 몇 년 전 차편이 없어 바다호스에서

엘바스로 걸어 넘어온 경험이 있다고 하네요.

아가씨의 말은 우리에게 용기를 준 이야기가 아니고 오히려 공포를 준 셈입니다.

이 루트만 넘어가면 스페인의 중서부 지방인 바다호스, 카세레스, 트루히요 그리고 멋진

 작은 로마라는 메리다가 넝쿨째 굴러 들어와 중세로의 여행이 되리라는 꿈같은 생각에...

 

저녁에 민박 주인과 다시 상의해보아도 뾰족한 대안이 없네요,

그래서 일단 그곳에 가서 부딪혀보고 해결해봐야겠습니다.

버스가 있다면 타고 갈 것이고 없다면 택시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든가 아니면

히치하이크라도 해보고 그것도 어려우면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렵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보니 포르투갈 엘바스에서 스페인 바다호스까지 20km가 조금

안 되는 듯하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네요.

이미 우리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매일 20km 이상을 까미노를 걸었기 때문에...

이 루트가 어려우면 바로 교통편이 원활한 남부 방향인 세비야로 가려고 했지만,

워낙 스페인 중서부 지역인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이 보고 싶어 과감히 바로 동쪽으로

진행하는 루트를 감행합니다.

좌우지간, 결정을 하고 나니 속은 편합니다.

 

2014년 10월 17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어제 갔다가 시간이 늦어 문이 닫혔던 국립 판테온부터 찾아가렵니다.

아침 식사를 민박에서 한식으로 마치고 9시 30분 어제 밤늦게 다녀온 피게이라 광장 뒤

 문디알 호텔 부근에 있는 트램 종점에서 28번 트램을 탑니다.

 

국립 판테온은 어제 이미 다녀왔기에 내리는 곳도 알고 위치도 모두 알기에

우리 동네 마실가 듯 찾아갑니다.

우선 지도부터 보고 갑니다.

트램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눈앞에 상 비센테 수도원이 보입니다.

그 사이로 난 골목을 따라가면 국립 판테온이 보이고 그 언덕 위로

여자 도둑이라는 벼룩시장이 있습니다.

여기도 제법 구경거리가 모여 있기에 볼만 합니다.

 

트램에서 내리면 위의 사진처럼 상 비센테 수도원(Paróquia de São Vicente de Fora)이 있습니다.

어제는 문이 잠겨 내부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판테온의 개장시각이 10시로 아직 조금 시간이 남아 상 비센테 수도원 성당 안을 구경하렵니다.

 

이곳은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과 싸우다 전사한 병사와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병사들이 잠든 곳이랍니다.

정면의 파사드 장식은 10개나 되네요.

성당 내부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고전적인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현대적입니다.

 

내부의 8각형 큐폴라는 대지진 때 폭삭 무너져 다시 복원하는 데 100년이나 걸렸다 합니다.

수도원 전체에 보이는 벽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지만, 성서 내용을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은 그 의미를 모르기에 그냥 벽화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에 또 다른 정원이 있습니다.

판테온을 보기 전에 간단히 리허설을 한 셈입니다.

 

판테온 정문에 도착하니 아직 문이 잠겨있습니다.

정각 10시가 되자 인제야 직원이 나와 문을 열어줍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가 오늘 첫 방문자인 셈이 되었네요.

 

자 이제 메인 게임을 들어갑니다.

원래 이름은 산타 엥그라시아 성당이라고 합니다.

신전이라는 의미로 판테온이라고 지금은 불린다네요.

성당이라고 하지만, 예배를 보기 위한 신자들의 의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바닥에 앉아 예배를 올릴까요?

아니면 그냥 바닥에 누워서 예배를 볼까요.

 

천장의 돔의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사진으로는 현실감있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포르투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는 엔히크 왕자와 바스쿠 다 가마를 기리는

성당으로 거대한 돔 때문에 국립 판테온이라고도 부르는 곳입니다.

 

바스쿠 다 가마는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연 인물로 알려졌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석관의 주인공이 바로 바스쿠 다 가마입니다.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고 여러 지역으로 선단을 파견하며 수많은 식민지를 경영하며

포르투갈의 전성시대를 이끈 인물로 존경받고 있나 본데 그의 석관은 이미 제로니무스

수도원 성당에서 보았지만, 여기도 그를 모신다고 또 만들어 놓았습니다.

죽어서도 한 곳에 조용히 있지 못하고 영혼이 이렇게 바쁘게 다녀야 하겠네요.

 

왜 아니겠어요?

그때까지 금보다 더 비싼 향료를 낙타를 이용한 대상들에 의해 인도나 중국으로부터

유럽에 전해졌지만, 그 길목을 딱 버틴 나라가 있었잖아요.

꿈에서도 이를 갈았다는 이슬람인 오스만 튀르크 말입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바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목구멍 같은 곳인데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으니...

 

당시 유럽의 조미료는 소금 외에는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런 유럽인이 향료 맛을 보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특히 후추는 혁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합니다.

 

냉장고가 없어 금방 상하던 식품이 후추를 사용함으로 저장 기간을 늘릴 수 있고

그 특유한 맛은 유럽인의 입맛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을 겁니다.

이에 엔히크가 기획하고 바스쿠 다 가마가 실행에 옮긴 게

바로 인도 항로 개척이 아니겠어요?

 

지금까지 대상을 통해 오스만 튀르크의 눈치를 보며 병아리 눈물만큼 맛을 보던 향료가

대규모 선단에 의해 엄청난 양이 배를 통해 직접 들어오게 되었으니

유럽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무역의 거점이 오스만 튀르크에서 포르투갈로 넘어왔으니 리스보아에서는

노숙견도 황금을 물고 돌아다녔다는 전설이...

 

이런 인물 두 사람 바로 엔히크 왕자와 바스쿠 다 가마였으니

어찌 그런 사람을 추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판테온이 아니라 판테온 할배를 지어서 추모해도 모자랄 겁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석관의 주인공이 바로 엔히크 왕자의 석관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개척했던 항로와 식민지 경영은 오히려 많은 젊은이가 식민지를 관리하기 위해

병사로 참전하고 곳곳에서 일어난 독립의 열기로 많은 젊은이가 죽거나 다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며 포르투갈의 몰락을 가져오게 되었지요.

결국에는 카네이션 혁명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한때는 포르투갈을 살찌우는 일이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나라의 몰락을 재촉한 셈이네요.

 

대항해 시대의 영광은 이렇게 비극을 초래하며 그 끝은 슬픈 비극으로 끝나게 되었지요.

지금의 포르투갈은 유럽의 여러 나라 중 그리스와 더불어 경제적으로

가장 뒤처진 나라로 생각되고 있다고 합니다.

 

외부의 모습은 그냥 평범해 보입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감탄사가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옵니다.

단언컨대, 정말 리스보아에 가게 되면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할 곳 중

한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부의 웅장한 모습에 입이 벌어집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성당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그런 모습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건물을 짓는데 300년도 더 넘게 걸렸답니다.

이런 이유로 리스보아에서는 일이 더디게 진척될 때 산타 앵그라시아 같다고 한다네요.

당시의 건축기술로 이런 웅장한 건물을 쉽게 지을 수 없었을 것이고

건설에 필요한 자금 또한 조달문제가 어렵지 않았을까요?

덕분에 특이한 모습의 판테온을 볼 수 있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