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 곶,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다.

2015. 4. 14.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위의 사진은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라는 호카 곶(Cabo da Roca)에 서서

대서양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호카 곶은 그냥 육지가 끝나는 땅끝이며 동시에 대서양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바다와 인접한 세상의 모든 육지는 같은 땅끝이지만, 여기는 느낌이 다른 곳이기에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 생각되네요.

오늘 이야기는 호카 곶,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서서 서쪽을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Cabo da Roca라고 쓴 이곳을 영어로는 로카 곶이지만, 이곳 포르투갈 표기로는

호카 곶이라 해야 할까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로 카보라는 말은 끝이라는 의미일 것이고 호카라는 말은

돌이라는 말이라 했나요?

해변은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곳이네요.

수없는 해안선 중 한 곳이지만, 이곳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나 싶네요.

 

이 말은 구경거리는 별로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은 세상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트라에서 출발한 버스가 이제 우리가 내릴 곳에 거의 도착하네요.

길은 여기서 끊어지고 오직 유턴만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드디어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버스 정류장에 섰습니다.

이제 이 버스는 더 달리고 싶어도 더는 서쪽으로 달릴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참 생각이 많이 나는 그런 정류장입니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는 이곳이 종점이 아니라 뒤로 돌아 남쪽 해안도시인 카스카이스로 갑니다.

 

혹시 이곳 구경을 마친 후 카스카이스로 가실 분은 버스를 내린 정류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면 됩니다.

반대로 신트라로 가실 분은 카스카이스에서 오는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면 되지만,

두 버스가 같은 번호이기에 물어보고 타야 하겠지요?

여기가 신트라와 카스카이스간의 왕복 운행하는 버스의 중간 정류장이니까요.

 

투리스모 카보 다 호카라는 작은 건물이 버스 정류장에 있습니다.

신트라 지역의 관광에 대해 안내를 하는 관광안내소입니다.

나갈 때 버스 시간도 물어볼 수 있고 땅끝마을 확인서도 발급해주는데

발급비는 절대로 무료는 아니랍니다.

필요하신 분은 여기에서 서쪽 땅끝마을을 방문했다는 확인서를 받으시면 되겠네요.

 

이제 우리 부부와 함께 땅끝마을을 둘러보실까요?

멀리 십자가가 보입니다.

여기는 바람이 엄청나게 강하게 부네요.

이게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겠죠?

보세요.

주변에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고 풀만 보입니다.

나무조차 살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의미일까요?

 

여기가 땅끝이라는 의미로 십자가 하나를 세워두었습니다.

이게 땅끝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누구는 땅끝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에 서서 보느냐의 차이겠지요.

반대로 보면 땅끝이 아니라 시작이 아닌가요?

 

그 오른쪽 조금 높은 곳에는 등대가 보입니다.

이렇게 여기는 건물이라고는 관광안내소 건물과 등대 하나만 있습니다.

 

아 그리고 또 있습니다.

아까 멀리서 보았던 십자가 말입니다.

그 십자가에는 루이스 바스 드 까몽이스(Luis vaz de Camoes)라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적어 놓았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민족시인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관광안내소 안에 그의 시 한 구절을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적어놓았습니다.

뭐라고 적었을까요?

“땅이 끝나는 곳에, 다시 바다가 시작된다.

여기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축복의 땅 나의 조국이 아니겠느냐?”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의 무덤은 제로니무스 수도원(Jerónimos Monastery)에 안치했다는데...

포르투갈의 대서사 시인이며 민족시인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라 합니다.

그런 사람이기에 그의 시 한 줄을 여기에 새겨놓았을 겁니다.

나중에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들러 그의 무덤을 구경해야겠지요?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이곳에만 서면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그런 곳이죠.

그냥 환상의 세계에 빠지게 되고 막연한 동경을 하는 그런 장소 말입니다.

그러기에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그런 장소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어렵게 찾아와 이곳에 서면 현실은 그냥 바닷가라는 게 조금은 허전하기는 하더군요.

 

지금 보고 계신 곳은 유럽 대륙의 서쪽 땅끝마을 호카 곶입니다.

대륙이 끝나고 대서양의 시작이지요.

늘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그런 곳이지요.

 

누구나 이곳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러나 숫자로 표시하면 북위 37도 47분, 동경 9도 30분이라고 하는 지점입니다.

호카 곶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바로 그런 숫자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사실, 반대로 생각하면 대서양이 끝나고 유럽 대륙이 시작한다고 해도 되지 않겠어요?

어디를 향해 바라보느냐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왜 유럽 대륙입니까?

아시아와 유럽 대륙이 어디에 떨어진 곳이라도 있나요?

 

대한민국에서 걸어서 서쪽으로 온다면 바로 여기가 육지의 끝이 아닌가요?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소용도 없는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佳人입니다.

공연히 시비 한번 걸고 싶어 그랬습니다.

 

누구나 이런 곳에 서면 많은 생각이 들 겁니다.

사실 바닷가에 서면 어느 곳이나 같은 비슷한 풍경인데 말입니다.

이런 곳에 서면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냥 마음속으로 느끼면 되겠지요.

여기는 그냥 그렇게 느끼는 곳입니다.

 

사실 바닷가에만 가면 어느 곳이나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세상의 모든 해안가가 같은 곳이지만, 이곳만큼만은 어느 사람도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감정에 빠져드는 곳이지요.

그게 바로 호카 곶만이 지닌 마력이 아닐까요?

그래서 다른 할배는 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구 할배는 바람 때문에 무섭게 휘청이는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아니겠어요?

 

저편 언덕 위에는 하얀 등대가 보입니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뱃사람의 길을 밝혀주는 그런 일을 하겠지요.

 

이곳 관광안내소에는 여기에 도착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줍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요.

무려 5.10유로나 됩니다.

식사도 할 수 있는 식당도 함께 있습니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돈을 투자해 증명서를 받으시고 아니면 그냥 지나치면 되겠습니다.

이곳은 또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고 시간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차고 센 날은 관광안내소 안에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모두 돌아보는 데는 30분이 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

볼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죠.

이곳은 보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고 느끼기 위해 오는 곳이라는 말이겠죠?

왼쪽으로부터 이어진 도로는 여기서 더는 오른쪽인 서쪽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절벽 끝으로는 목책을 둘러 위험을 예방했지만, 사람은 여기도 예외 없이 목책을 넘어갑니다.

왜 꼭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한 발짝 더 멀리 서쪽에 섰다는 증명을 하고 싶은가요?

그러나 얼마 전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여행 온 부부가 실족사했다고 하지요.

 

이제 우리는 되돌아서야 합니다.

더는 걸어서 갈 수 없는 곳이니까요.

우리의 삶도 이렇게 종착역에 도착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왕복표가 있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여유롭지 않겠어요?

그러나 인생은 편도표 한 장 달랑 들고 하는 여행이지만,

여행은 왕복표를 들고 하는 여행이기에 행복합니다.

 

파도는 끊임없이 몰려와 대륙의 모퉁이를 때립니다.

그때마다 대륙의 살점은 부서지고 떨어져 나갑니다.

그 세월이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 때린 파도에 대륙의 살점이 모두 떨어져 나가면 지구는 어떻게 변할까요?

바다가 대륙을 모두 삼켜버릴까요?

아니면 대륙의 살점이 바다를 모두 메워버려 바다가 사라져 버릴까요?

이 문제를 왜 내가 고민해야 하지요?

 

이제 우리는 여기를 떠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직접 차를 가지고 왔지만, 우리는 버스 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서는 어느 사람도 아무리 예쁘고 성능 좋은 차를 타고 왔어도 대서양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여기 403번 버스 시간표가 있습니다.

위의 표는 여기 호카 곶에서 신트라로 가는 출발 시각이고

아래는 카스카이스로 출발하는 버스 시각표입니다.

도착해 다음 차편을 확인하고 난 후 돌아보시는 게 시간 활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하시면 시간 활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기서 카이카이스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이곳으로 올 때 방금 내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버스 배차시간이 한 시간에 한 대로 자주 다니지 않는다 합니다.

호카 곶을 돌아보는데 사진까지 찍으면 다닌다 해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내린 시각에서 한 시간 후에 오는 버스를 탄다는 생각을 하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