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길에서 비를 만나다

2015. 2. 12. 08:00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

출발 때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는 제법 굵어집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특징이 우리와는 다르게 가을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하네요.

특히 북부인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서 늘 습도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끼가 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을 걷다 보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눈에 띄는 이상한 형태의 건축물이 자주 보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무슨 건물로 보이시나요?

다락방인가요?

아니면 일종의 장례 풍습은 아닐까요?

 

우리나라와 멀지 않은 중국 여행을 하며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장례풍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 의미는 죽은 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로 지역마다 모두 같지만,

그 모습은 무척 다양한 모습이었습니다.

세상 어디나 그 의미는 모두 같겠지만, 그 방법은 지역마다 다른 게 특이하지요.

 

같은 나라일지라도 중국은 어느 곳에서는 동굴 속에 죽은 자의 관을 안치한 곳도 있고 절벽에 매단 곳도 있습니다.

물론 천장이라고 해 죽은 자의 시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내어주는 곳도 있지요.

워낙 넓은 곳에 다양한 부족이 모여 살다 보니 부족마다 독특한 장례풍습이 있더군요.

몇 곳은 佳人의 중국 여행기에 그 모습을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보이는 것은 모두 비슷한 형태네요.

일단 땅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만들었고 지붕을 씌웠으며 통풍이 잘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미 눈치를 채셨지요?

이 지방이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지방이라 곡식을 말리고 저장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런 삶의 지혜인 곡식 건조대를 이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죽은 자를 위한 장례풍습과는 아무 관계도 없고 산 사람을 위한 구조물이었습니다.

무식하면 이렇게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나 보네요.

 

위의 집은 농사를 제법 많이 짓는가 봅니다.

다른 집에는 하나만 만들었는데 두 개나 있습니다.

이 구조물의 정확한 명칭은 오레오(Horreo)라 합니다.

쥐나 다른 가축으로부터 수확한 농작물을 보호하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 지방의 또 다른 특징은 돌을 쌓아 집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돌이 무척 흔한 곳인가 봅니다.

 

집뿐 아니라 담장도 돌로 쌓았고 밭도 이웃과의 경계를 돌로 쌓아 구분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습니다.

비는 내리지만, 길은 평탄하고 숲도 우거지고...

숲 사이로 걷는 일은 무척 즐겁습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정말 기분 좋게 까미노를 걸었을 겁니다.

정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나 봅니다.

걸어서만 가는 이런 까미노 길에서 맑은 날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은 가 봅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고 오늘처럼 비가 오시는 날도 있잖아요.

맑은 날은 무지개를 볼 수 없는걸요.

 

오늘의 목적지 메리데에 가까워지자 길가에 멋진 사내가 나와 웃으며 뭐라 합니다.

아주 잘 생긴 사내였습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 부부는 말은 모를지언정 그 의미조차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그 사내는 바르와 숙소인 오스탈을 운영하는 주인으로 호객행위를 하려고 나온 사내였습니다.

 

그 사내는 자기 집에 오면 욕실이 있는 방을 25유로에 제공하겠다 합니다.

한량처럼 생겼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한량이었습니다.

먼 길까지 나와 호객행위를 한 보람을 느껴보라고 그 집을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길에서 만난 작은 인연일지라도 그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우리는 비를 맞으며 시내에서 조금 외진 곳에 있는

그의 바르를 찾아갔지요.

 

그러니 바르나 숙소는 심심풀이 땅콩이고 그 사내의 본업은 악기를 다루고...

아코디언에 기타에..

물론 바르는 주로 부인이 관리하더군요.

노는 일에는 대단한 능력을 보유한 사내라고 짐작되더군요.

 

메리데...

메리데는 제법 큰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문어 요리로 아주 유명한 도시입니다.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기에 더는 걷지 않고 여기서 하루를 쉬었다 가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예쁜 다리도 보입니다.

워낙 돌이 많은 곳이라 모든 게 돌로 만들었습니다.

푸렐로스 강(Rio Furelos) 위에 만든 다리로 이름이 벨라 다리(Puente Velha)라고 부르는데

중세의 모습이 살짝 풍기죠?

 

아까 만났던 사내의 집을 찾아갑니다.

길거리 인연도 인연이 아니겠어요?

뛰어난 숙소는 아니라도 25유로에 뜨거운 물에 샤워도 할 수 있으니 만족할 만한 곳이 아닐까요?

까미노에서는 숙박비가 그리 비싸지 않네요.

 

12시 40분경에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네요.

마을 큰길로 접어드는 코너에 젊은 사람이 운영하는 문어 요리인 뿔뽀 집이 있습니다.

솜씨 자랑하려고 가위손이 저리 가라는 듯 문어 다리를 사정없이 자르고 그 위에 올리브를 듬뿍 들이붓습니다.

 

우리 부부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바라보니 우리를 쳐다보더니 바닥에 있는 종이를 들어 우리에게 건넵니다.

컥!!! 한글입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누가 알려주었을까요?

지방 방송에라도 나왔나요?

정말 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지나갔나 봅니다.

 

우선 그 젊은이에게 아까 길에서 받았던 우리가 묵을 숙소 명함을 보여주고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니

자세히 일러주네요.

숙소의 위치는 시내에서 조금 뒤편에 있네요.

숙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 마을의 명물 요리 뿔뽀라는 문어 요리에 도전합니다.

 

이 마을에는 뿔페리아라는 유명한 뿔뽀 요릿집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위에 보이는 에세키엘이라는 집으로 제일 오래된 족보가 있는 원조집이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먼저 보았던 마을로 들어오는 코너에 있는 집입니다.

조금 전 한글로 된 호객하는 글을 보여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또 다른 곳이 있는지는 찾아보지 못했으니 패스합니다.

 

많은 한국인이 추천하는 곳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바로 여기 원조집입니다.

이 집이 제일 먼저 생긴 식당이라 하네요.

우선 문어 요리에 도전해야지요?

 

나무 접시에 담아 나오는데 보통 접시 하나에 7유로입니다.

물론 접시가 크면 가격 또한 배로 올라가지요.

엔살라다도 하나 시켰습니다.

빵은 무료입니다.

 

식당 내부 모습입니다.

손님 대부분은 까미노 길을 걷는 순례자입니다.

식탁이 나무로 길게 만든 합숙소 식당처럼 생겼습니다.

이런 식탁과 의자가 뿔뽀 요릿집의 특징인가 봅니다.

 

그들의 가위질하는 솜씨는 가위손이 여기서 배워야 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문어가 저 가위에 잘렸겠습니까?

원조집이라 나이가 든 사람이 운영하기에 영어 소통이 어렵습니다.

 

이렇게 나무 접시에 담아 나옵니다.

어때요?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그런데 이쑤시개를 꽂아놓아 그것으로 찍어 먹으라는 말인가 봅니다.

바로 이 집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집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아까 젊은 사내가 하던 집의 맛을 또 봐야 공평하게 평가하지 않겠어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집이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문어 요릿집입니다.

우리 부부는 공정한 평가를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녁에는 홀아비 냄새 풀풀 나는 사내들이 운영하는 집으로 갑니다.

오늘은 문어 요리를 점심과 저녁 두 번이나 먹습니다.

사실, 우리 입맛에 맞기 때문에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역시 젊은 총각들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다양한 접시 크기로 가격을 알려 줍니다.

 

가격과 양은 두 집이 같습니다.

맛도 같습니다.

식당 분위기도 같습니다.

이 집에서는 고추 튀김도 한 접시를 시켜 먹었습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생겼네요.

 

두 집의 맛이나 양의 차이는 없습니다.

실내 탁자도 인테리어도 같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신 분은 어느 집으로 갈까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아무 집이나 들어가 드시면 됩니다.

그래도 佳人 입맛은 자유당 때 그대로이기에 틀림없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이기에 영어가 가능합니다.

오늘 여기서 끓는 물에 익은 문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마을은 문어 귀신이 돌아다닐 겁니다.

두 집에서 끓여내는 문어가 엄청나지 않겠어요?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니 아주 자세히 알려줍니다.

혹시 울 마눌님이 우리나라에 뿔뻬리아 분점이라도 차릴 건가 봅니다.

문어가 아주 부드럽습니다.

그 이유가 문어를 끓일 때 올리브유와 파프리카를 함께 넣어 끓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메리데 시내 지도입니다.

오늘은 문어 귀신 만난 이야기였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스페인에는 호텔이나 호스탈(Hostal)은 H로 표기하고 숙소 내 레스토랑이 없는 경우는 HR로 표기합니다.

그보다 아래인 펜시온은 P라고 표기하고 제일 아래 등급인 폰다는 F로 표기합니다.

다양한 숙소가 있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과 제공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관광 대국답게 어디나 숙소 구하기가 쉽고 미리 예약하지 않고 가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숙소 예약하는 앱을 휴대전화에 깔고 이동하면서 미리 예약할 수 있고 현지에 도착해 관광 안내소에

 내가 원하는 가격대를 이야기하면 그 가격에 맞는 숙소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