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조화, 구엘 공원.

2014. 12. 23.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르셀로나(Barcelona)

구엘은 대단한 부자였나 봅니다.

이런 대공사에서 실패해도 부도가 나지 않았으니까요.

만약, 가우디가 구엘과 만나지 못했다면 과연 지금의 가우디가 있었을까요?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제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구경합니다.

우선 이곳 주택단지를 분양했을 때 유일하게 분양되었다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인

카사 비앙카인데 카사 비앙카는 우리 눈에는 아름답지만, 사실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여름철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요.

아직도 분양받았던 그 변호사의 후손이 사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갈 수 있고 그 위에 전망대를

설치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냥 아래로 내려갑니다.

아래에 구엘 공원이 있기 때문이죠.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그 아래가 언덕이기에

비탈진 경사도를 줄이기 위한 길입니다.

이렇게 빙글빙글 돌며 언덕을 오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자동차가 많이 없던 시절이기에 부자 대부분은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녔을 것이고 그 마차는 그야말로 1마력이나 2마력 정도로 경사도가

조금만 있어도 언덕을 오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싶네요.

그러다 보니 언덕에 주택을 건설하며 생긴 그대로 경사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런 길에도 가우디는 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난간이라는 게 인공구조물이 아니라 바로 도로를 닦으며

이곳에서 나온 돌을 모아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난간도 지금의 난간처럼 만든 게 아니라 예술을 가미해 꽃병처럼 만들고

그 위에 선인장을 심어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난간 기둥 사이로 또다시 돌로 벤치를 만들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위의 사진처럼 경사를 완만하게 만든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길 위에 잡상인이 무척 많습니다.

열쇠고리를 파는 데 한 개에 1유로라네요.

그 아래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네요.

바로 처음 분양된 세 채 중 한 채인 가우디의 집입니다.

분양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아니라 우기기도 그렇고...

지금은 가우디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곳입니다.

 

원래 있던 나무도 훼손하지 않고 생긴 그대로 두고 건축한 예가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기둥 사이의 나무입니다.

지금은 나무가 말라죽었지만, 가우디는 나무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하네요.

혹시... 공사가 중단되며 일하는 사람이 치우기 귀찮아서 그대로 둔 것은 아닐 겁니다.

 

언덕의 모습조차 생긴 그대로 두고 주택단지로 오르는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 도로 아래는 이런 회랑을 만들어 비나 햇볕을 피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고요.

 

그는 도로 아래 기둥도 직선으로 만들지 않고 사선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파도를 형상화한 것은 아닌지요?

 

이런 각도가 아래로 받는 힘을 분산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실험으로 알았다 합니다.

누가요?

가우디가 말입니다.

가우디는 정식으로 건축학을 배웠고 자격증까지 취득한 정통파였거든요.

 

언덕을 그대로 두고 도로를 만들며 그 도로에 사용된 돌은 바로 주변에서 구했고 그 돌을 이용한 육교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오늘도 가우디가 만든 도로 아래에서 거리 예술가들이 모여 연주합니다.

 

나무 숲처럼 보이게 돌을 쌓았고 또 그 돌 위에 화분을 만들어 식물을 심었습니다.

언덕에 조성한 주택단지였기에 언덕으로 오르는 길을 만들며 그마저도 예술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가우디는 여기에 또 다른 자연을 만든 겁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해 또 다른 자연 말입니다.

 

앗! 예술을 하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회랑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예술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佳人이 아는 예술은 돌리고 돌리는 예술뿐인데...

 

이번에는 회랑을 걷다가 천장을 흘낏 올려다봅니다.
좌우지간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을 위한 선이고 곡선은 신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으니

그의 건축물 모두가 곡선을 사용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천장의 돌은 자연석 그대로 이 길을 만들 때

바로 이 자리에 있던 것이라죠?

 

좌우지간 철학이 뚜렷한 건축가였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내일 구엘 공원을 더 보고 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투박해 보이면서 세련돼 보이기도 하고...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시대를 앞선 기분이 들기도 하고...

건축을 장난으로 한 듯하면서도 철학이 깃든 것으로도 느껴지고...

우매한 佳人은 가우디라는 사람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뭐... 입에 떠 넣어준다고 佳人이 가우디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