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을 찾아서

2014. 12. 22.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르셀로나(Barcelona)

구엘과 가우디의 만남은 지음(知音)이라는 백아와 종자기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이어 가우디의 대표작으로 이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구엘 공원. 두 사람이 함께하며 이룬 최대의 공사였지만, 최대의 실패작이 아닐까요?

가우디에게는 아픈 상처로 남은 곳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오늘 그 아픈 상처 속으로 들어갑니다.

 

세상에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멍청한 짓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니 바보들의 합창이 천재와 그의 영원한 후원자가 만든

위대한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지금 많은 관광객이 이 공원을 보기 위해 개미떼처럼 모여들잖아요.

상처가 아니라 영광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처지에서 보면 반듯한 남향으로 앉은 언덕의 주택 터는

전망도 좋고 양지바른 환상의 집터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곳은 돌산이고 시내와도 거리가 있어 불편한 곳이었나 봅니다.

그게 시대와 주변 환경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 당시 차가 없고 부자들은 마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을까요?

말이 끄는 마차가 이런 언덕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오려면 보통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佳人이 쓸데없이 말 걱정까지 한다고요?

 

2014년 9월 28일 일요일의 이야기는 구엘 공원에 들렸던 이야기입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잔뜩 흐렸습니다.

이곳의 가을 날씨는 우리와는 다르게 우기로 접어드는 그런 곳이라네요.

 

결국, 구엘 공원에 들렸을 때 많은 비가 쏟아지는군요.

비가 와도 佳人의 여행을 계속되었고 그 이야기도 계속 이어집니다.

 

구엘 공원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하네요.

하나는 버스를 이용해 정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구엘 공원 뒤편으로

지하철을 이용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뒷산으로 올라가 천천히 내려오며 구엘 공원의

여러 출입문 중 한 곳으로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후자를 이용하기로 하고 지하철을 탑니다.

뭐 택시를 타고 바로 정문까지 오셔도 누가 뭐라지 않을 겁니다.

 

지하철은 숙소에서 나와 근처의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메트로 3호선 리세우 역을 이용해

발가락 역이 아니라 발카르카(Vallcarca) 역에서 하차합니다.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역 이름이죠?

어찌 쉽게 잊겠어요.

 

그곳에 내리면 진행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왼쪽에 위의 사진처럼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골목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하철역에서 나왔다고 바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골목길에 웬 에스컬레이터?

스페인에는 이런 풍경을 가끔 볼 수 있더군요.

마드리드에서 가까운 톨레도라는 고도를 들렸을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심 한가운데로 올라갔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찾지 못하면 어찌하느나고요?

그러나 걱정은 뚝~많은 사람이 가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세요.

표지판도 보입니다.

여행이 공부보다 훨씬 쉬워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골목길이 나오고 그 골목길을 따라 무조건 직진입니다.

나중에 또 에스컬레이터가 나옵니다.

돈 받는 곳이 아닌 에스컬레이터니 마음 놓고 타면 됩니다.

 

이 길로 올라가는 이유가 구엘 공원 정문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구엘 공원을 나와 전망대 쪽으로

걸어서 한참 올라와야 한다는 겁니다.

전망대는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십자가를 세운 돌무덤이 있는 곳이죠.

그러니 에스컬레이터를 여러 번 갈아타고 뒤로 올라가면 위에서 내려오면

쉽게 볼 수 있다는 잔머리의 이야기입니다.

 

위성 지도를 통해 보시면 왼쪽의 발카르카 역에서 내려 걷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십자가까지는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 언덕이 제법 가파르기에 골목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는 말입니다.

십자가가 있는 곳에 올라 전망을 구경하고 화살표를 따라 가우디의 유일한 분양주택이

있는 곳으로 간 후 가우디 박물관을 지나 입장료를 내야 들어가는 곳에 이릅니다.

 

그 돌무덤 위에 오르면 바르셀로나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늘은 날씨가 운무로 말미암아 청명하지 못합니다.

 

이 방향으로 접근하면 이렇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상 부근으로 올라가

그다음 천천히 즐기며 내려가면 되기 때문이죠.

물론, 십자가가 있는 곳에서 왼쪽에 보이는 더 높은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의 목표지점이 바로 눈 아래 보이는 구엘 공원이기에 공연히 힘 뺄 이유가 없잖아요?

 

바르셀로나에서 더 무슨 풍경이 필요할까요?

이 주택단지의 위치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곳이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조그만 도랑만 보여도 뷰 값이 얼마로 뛴다는데...

여기는 도심 전체는 물론 지중해까지 보이는 곳인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 별로입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뷰 값만 해도...

이걸 값으로 환산한다는 게 어리석은 일이지만,

사람들은 당시 왜 가우디의 그런 의도를 몰랐을까요?

지금도 십자가가 있는 돌무덤 위에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을 보기 위해 만원입니다.

 

여기에 오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보입니다.

왼쪽으로 탄생의 파사드가 오른쪽에 수난의 파사드가 보이고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북쪽일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보이지 않는 반대편이 남쪽으로 영광의 파사드가 진행 중인 곳이라죠?

 

이번에 보이는 게 아그바 타워입니다.

좌약처럼 생긴 건물 말입니다.

이 공원은 15ha의 넓은 부지에 구엘이 가우디에게 고급 주택단지를 만들자고

의뢰한 곳이라 합니다.

1900년부터 공사가 진행돼 전부 60채 정도 짓기로 했고 30채가량 지었을 때 분양에 나섰지만,

분양된 가구 수는 꼴랑 세 채.

정말 굴욕적인 숫자 아닌가요?

 

그러나 그 세 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관입니다.

그것도 가우디 자신과 구엘을 제외하고는 변호사인 트리아스라는 한 사람뿐이었다 합니다.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집이 유일하게 분양에 성공한 집이라네요.

그런데 그 변호사가 구엘의 변호사라네요.

지금 지음(知音)이라고 칭찬했던 사람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바보들의 합창이 되고 만 것 아닌가요?

 

결국, 구엘의 아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이 넓은 땅을 바르셀로나 시에서 매입해

공원으로 꾸며 무료로 개방했다지요?

그러나 작년 10월부터 일부 구간은 유료로 전환했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전체 분양된 집이 꼴랑 세 채라고요?

그것도 모두 집안 식구나 다름없는 사람이잖아요.

분양 실패는 가우디의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시대적으로 경제환경이 나빠서였을까요.

그래도 세 채뿐이라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