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나(Girona) 골목길 탐구생활

2014. 12. 18. 08:00스페인 여행기 2014/히로나

이 도시는 프랑스의 국경과 무척 가까운 도시입니다.

지중해에서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지중해란 중세까지의 유럽 역사에서 보면 서로 패권을 잡으려는 민족 간의 전쟁터였습니다.

지중해를 통한 무역이 나라 곳간을 튼튼하게 채웠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중해를 장악한 민족이 일류국가라는 생각을 했지 싶습니다.

로마와 카르타고처럼 국가의 존망을 걸고...

로마도 무너지고 지중해는 오스만 제국의 손안에 들어가며 오스만이 유럽까지 넘겨보게 되었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집은 최근인 1868년에 지었다는 말인가요?

 

그러나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그 유명한 무적함대를 만들어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 그때까지

지중해를 주름잡던 오스만 함대를 박살을 내며 지중해를 지배하게 되었다지요?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열며 시장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넓어졌고 국가 간 부침이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스페인도 1588년 영국과의 칼레 해전에서 무참히 패함으로 지지 않는 태양의 나라는

영국이 자동으로 승계하게 되었다네요.

지금의 영국은 또 그때의 모습이 아니네요.

천하의 기운은 이렇게 하나로 뭉쳐졌다 다시 흩어지려는 성질이 있나 봅니다.

 

그런 이유로 히로나는 지리적인 위치상 역사의 굴곡 또한 많았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도시에는 유대인의 흔적, 그리스인의 자취, 로마의 흔적, 이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일찍이 로마는 이곳을 차지하고 중요한 거점도시라 생각해 성벽을 쌓고

버텼을 것이기에 이제 그 모습을 하나씩 들춰보며 다니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울 마눌님이 역사를 들춰보기 전에 밥부터 먹자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노천카페에 앉아 메뉴 델 디아를 시켰습니다.

1인에 9.9유로로 후식까지 아주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왜 커피를 주문하면 식사도 하기 전에 먼저 가져다주는 겁니까?

그 나라 사람들은 주문받을 때 한꺼번에 모두 받고는 커피부터 먼저 주더군요.

커피는 식사를 마친 후에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나중에 주지 않길래 다시 달라고 했더니

그때야 잊어버렸다고 미안하다며 갖다 주어 커피까지 다 먹고 일어섰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듯이 포함된 음식은 모두 찾아먹고 일어서야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일어나 잠시 걷습니다.

광장이 보이길래 들어가 봅니다.

광장 이름이 독립광장이라는 곳이네요.

아주 요즈음 그들이 요구하는 독립과 잘 맞는 이름의 광장입니다.

 

스페인에는 광장이라는 곳이 어느 도시나 몇 개씩 있지만, 대부분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곳입니다.

물론,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곳이죠.

워낙 구도시라는 게 중세에 전쟁이 많아 방어 목적으로 집을 다닥다닥 붙여지었기에

숨 쉴 공간이 필요해 만든 게 광장 아닌가요?

우리에게는 그냥 동네 앞마당 정도지만 이곳에서는 무슨 플라사라고 하니 거창해 보입니다.

 

지금 카탈루냐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난리더군요.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저 깃발이 카탈루냐의 깃발입니다.

용의 피가 묻은 칼을 노란 천에 닦은 모습이라나 뭐라나...

 

이제 구도시로 들어갑니다.

구도시는 카테드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다고 합니다.

 

히로나는 돌로 포장한 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름답지만, 저런 길을 만약 캐리어를 끌고 가야 한다면 절대로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럼 이쪽 길은 어떤가요?

정말 히로나는 이렇게 돌로 포장한 길이 많습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자갈포장이라도 여기는 돌이 다르네요.

 

이런 길은 연인과 오붓하게 걸어야 제맛이 아니겠어요?

연인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도 좋고 오래된 우리 부부 같은 사람이 걸어도 좋습니다.

이런 길을 걷다 보면 애정도 우정도 점점 깊어지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우리 같은 오래된 부부는 아주 깊은 장맛도 나는 걸요.

 

길을 걷다가 문이라도 열어둔 곳은 잠시 기웃거려 봅니다.

가끔은 그 안에서 멋진 광경을 보기도 합니다.

 

히로나는 여러 민족이 스쳐 지나간 곳이기에 이슬람의 목욕탕을 구경할 수 있고

로마 시대에 쌓은 성벽 위를 걸어볼 수 있고

그리고 유대인이 모여 살았던 유대인 거리를 걸어볼 수 있습니다.

거리도 위의 사진처럼 두 사람이 겨우 비껴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도 많습니다.

얼마나 전쟁이 무서웠으면 이렇게 골목길을 만들고 살았을까요?

 

그리고 14세기에 통일 에스파냐가 처음으로 삽질을 시작해 300여 년 동안 건축한 카테드랄도

있으며 지금 우리는 유대인 거리라는 곳을 서성입니다.

이 거리는 제법 걸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 아니기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이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환상적인 곳이죠.

그러나 도심 규모가 크지 않기에 서너 시간이면 골목까지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아담한 곳입니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 천 년 이상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천 년의 시간을 불과 몇 시간에 구경한다고요?

여기는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내려 구도심까지 걷는데 약 20분 정도 걸리니 택시를 탈 필요도 없군요.

골목길 자체가 바로 관광지니까요.

또 중국처럼 마을 구경하는데 입장료도 없습니다.

 

히로나(Girona)는 인구가 9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로 바르셀로나의 북동쪽에 있습니다.

그 지역 사람은 이곳을 지로나라고 부르기도 하고 구글 지도에는 헤로나라고 표기하더군요.

스페인어를 기준으로 하면 히로나라고 해야 하겠지만, 이곳 카탈루냐에서 부르는

지로나가 정답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그냥 스페인어 표기를 따라 히로나라고 하겠습니다.

 

구도시는 중세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곳을 지배했던 민족에 따라 유적이

남아있고 이슬람의 지배 때 만들었던 아랍 목욕탕, 많은 유대인이 살았던 시대부터 형성된

유대인 마을 그리고 레콩키스타로 다시 국토를 회복한 가톨릭 세력이 만든

대성당인 카테드랄까지 아주 역사박물관인 셈인가요?

 

유다의 별을 의미하는 돌을 가지런히 바닥에 깔아놓았습니다.

울퉁불퉁한 모습에서 투박한 느낌이 나지만, 이 또한 이 도시만의 특징이 아닐는지요.

사실 여행이라는 게 유명 관광지만 볼거리는 아니잖아요?

이런 투박한 길이 더 운치 있고 느낌이 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히로나의 매력은 관광안내서에 나온 그런 곳보다 사실 이런 길을 따라 걸으며

골목 안도 힐끗 들여다보고 열린 대문 사이로 잠시 눈길 머물렀다 가는 게 더 좋습니다.

왜? 바로 우리 같은 민초의 사는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문 옆에 기대서서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佳人이 스페인어도 모르는데 어떻게 듣느냐고요?

그것은 여행자만이 느끼는 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곳에서는 꼭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 없지 싶습니다.

그냥 길을 따라 걷다가 열린 문 사이로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또 걷는 겁니다.

골목에는 우리 같은 민초의 삶이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죠.

권력에 대한 욕심도 다른 곳을 빼앗으려는 탐욕도 없었습니다.

그냥 가족 간에 늘 웃음이 그치지 않았고 행복한 미소만 넘쳤던 곳이기에

이런 골목길은 더 정이 가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