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의 도시 히로나(Girona)

2014. 12. 17. 08:00스페인 여행기 2014/히로나

9월 27일 토요일

오늘 이야기는 히로나(Girona)라는 곳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어제 몬세라트에서 모자를 잃어버렸다고 했죠?

이곳 날씨는 모자가 필수입니다.

날씨가 뜨거운 것도 문제지만, 워낙 강렬한 햇빛에 눈을 뜨기 어렵습니다.

선글라스도 필수입니다.

 

히로나를 가기 위해 지하철로 산츠역에 도착해 시간이 남기에 모자를 사려고 주변을 다니며

기웃거리다가 산 저렴한 모자입니다.

6.9유로 주었습니다.

이 모자로 여행 내내 쓰고 다니다 마지막 날 마드리드 공항에서 버리고 왔습니다.

 

오늘 히로나를 가기 위해 렌페를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했지요.

사실 히로나를 가려고 한 게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야간 렌페 침대 열차를

예약하려다 워낙 렌페 예약이 어려워 일주일 동안 고생했기에 간신히 되는 바람에 다시 한번

그 방법으로 히로나로 가는 표를 시도해 본다는 게 덜컥 예약되는 바람에 버스보다

몇 배나 비싼 기차를 타고 갑니다.

 

렌페 예약이 어려운 분은 제가 했던 방법으로 한번 시도해 보세요.

http://blog.daum.net/nhk2375/7165425

기차역 안에는 위의 사진처럼 자동 발매기가 무척 많습니다.

 

그러니 외국어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딱입니다.

우선 발매기 앞에 다가서서 영국 국기를 누릅니다.

그러면 꼬부랑글씨가 영어로 바뀝니다.

컥~ 여기도 한글은 없습니다.

 

사실 영어나 다른 나라 언어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영어가 마음이 편안하지요.

미리 한국에서 예매하신 분은 기차역 자동발매기를 이용해 직접 승차권을 출력할 수 있습니다.

이제 위의 빈칸에 예약 시 받은 예약 번호를 입력합니다.

 

예약 번호만 알면...

이렇게 쉽습니다.

이미 출발 전 예매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했기에 다시 신용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예약 번호만 입력하면 됩니다.

그러니 말도 통하지 않을 역무원과 이야기하며 예매표를 발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 아니겠어요?

 

예약 번호를 입력하면 미리 한국에서 예약한 내용이 위의 화면처럼 주르륵 나타납니다.

하나씩 내가 예약했던 일정과 맞는지 확인합니다.

맞으면 오른쪽 아래 Accept를 톡~하고 누릅니다.

 

얼라리요?

예약한 표가 인쇄 돼 저절로 나옵니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당신의 봉선화 연정이 아니고 표가 나옵니다.

 

오늘 히로나로 가기 위해 표를 출력하며 모레 밤에 마드리드로 갈

야간 침대표까지 미리 발매기에서 뽑아버렸습니다.

어때요?

참 쉽지요?

이제 누구나 우리 부부처럼 나이 든 사람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마음 편하게

스페인 기차 렌페를 예약하고 탈 수 있습니다.

 

히로나는 우리 같은 여행자가 바르셀로나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곳입니다.

바르셀로나 산츠(Sants) 역에서 열차를 타고 찾아갑니다.

한 시간에 1-2대가 출발하니 접근이 무척 좋네요.

 

버스도 북부터미널에서 있지만, 운행 스케줄이 하루에 몇 번 되지 않기에 기차가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탄 기차 요금은 왕복으로 50.80유로니 무척 비싼 편입니다.

물론 저렴한 기차 편도 있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렌페 예약을 다시 확인한다고 하다가

그만 비싼 열차를 예매했나 봅니다.

 

12시 44분 바르셀로나 산츠역을 출발하고 19시 03분에 히로나 역을 출발해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 왕복표입니다.

투리스타라고 조금 빠른 기차인가 봅니다.

히로나까지는 37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차를 탄 후 잠시 바깥 풍경 바라보다가 그만 내려야 합니다.

 

히로나의 위치는 위의 지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다녀온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의 북서쪽에 있고 히로나는 북동쪽에 있어

프랑스 국경과 멀지 않습니다.

 

히로나 역은 시골역처럼 아주 한적하고 조그마합니다. 

히로나 역에서 내려 구시가지를 찾아가는 방법은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길 잃을 염려 또한 없지요.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오냐르강이 도심을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왼쪽이 신도시고 오른쪽이 구도시입니다.

구경거리는 주로 구도시와 강을 끼고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좋았습니다.

그냥 강을 따라 북으로 주욱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주로 구경하는 구시가지는 기차역에서 멀지 않기에 걸어가도 되네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차 없는 거리라도 되나요?

 

길 가운데 이렇게 엄마와 아이들이 어울려 열심히 무엇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한적한 도시죠?

 

제일 먼저 들려야 할 곳이 바로 여행자 안내센터겠죠?

왜?

무료로 이곳 지도를 얻을 수 있고 또한 주요 구경거리도 찍어달라고 하면 콕~ 찍어 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후 2시가 되니 야박하게도 모두 내쫓아 버립니다.

이곳에서 무료 관광지도와 잠시 주요한 볼거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 주지만,

그냥 웃으며 고개만 끄덕거리면 됩니다.

나중에 나올 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꼭 묻습니다.

아마도 통계를 내기 위함이 아니겠어요?

 

노르테(Norte)냐 수르(Sur)냐고 묻기도 합니다.

북한이냐 남한이냐는 질문이겠죠?

모두 내쫓는 것은 오후 2시부터 쉬는 낮잠 자는 시간이라는 이야기겠죠?

 

이 사람들은 이 시간만큼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으로 생각하는지

여행 내내 확실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터미널에서 표도 팔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는 오냐르 강이라고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며 구도시와 신도시를 가르는 강이라죠?

 

잠시 식당을 찾기 위해 부근을 어슬렁거립니다.

시간이 애매하기에 점심을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여기서는 히로나도 식후경 아니겠어요?

 

지도를 참고하세요.

아래가 신도시고 강북이 구도시입니다.

렌페 역이나 버스 터미널은 지도상 오른쪽 아래입니다.

주요 볼거리는 강북의 왼편에 모여있습니다.

 

그 강 위로 여러 개의 다리가 있지만, 위에 보이는 다리가 제일 예쁘네요.

 

다리에 대한 설명인가 봅니다.

1877년에 만들었다는 말인가 봅니다.

그러니 137년이나 된 오래된 다리네요.

 

에펠탑을 만든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말인가요?

그 회사는 주로 쇠로만 만들었네요.

나중에 포르투갈에 가서도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다리도 쇠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에펠탑을 만든 해가 1889년이니 오잉!!! 이게 형님뻘이네요.

아니면 이것은 간단하니 며칠 만에 뚝딱 만들었단 말인가요?

어쨌든, 에펠 탑보다는 먼저 만든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구조물이라 생각합니다.

 

좌우지간, 이 다리는 그 모습이 조금 특이할 뿐 아니라 이 다리 부근에서 오냐르 강을 바라보며

잠시 즐기는 것은 어떨까요?

강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거나 집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도 좋습니다.

이렇게 집을 지으면 강을 끼고 자연적으로 성벽이 형성됩니다.

로마 시대에 이렇게 여기다 집을 이어지어 성벽으로 활용했지 싶습니다.

 

뭐 어쨌든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오냐르 강변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강변을 따라 지은 집을 여러 색으로 색칠해 예쁘게 치장했습니다.

도랑보다 조금 더 넓은 이곳은 개울사이드나 도랑사이드가 아니고 리버사이드라고 해야 하나요?

 

아닌가요?

조금 촌스럽게 색을 칠했나요?

마치 어린 학생이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듯...

칠하다 만 듯한 모습으로도 보이고요.

 

지금의 위치입니다.

 

이곳 역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가 강한 곳이기에 모든 표기를

스페인어 외에 카탈루냐어로 함께 적네요.

뭐 글을 읽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그게 그것이지만...

거리를 걷다 보니 볼 수 있는 것...

 

바로 이곳의 독립 열기.

카탈란은 카탈루냐 사람을 말하겠지요?

우리가 이곳에 들렸을 때가 주민 투표 전이니까 독립 찬성표를 던지자는 그런 의미가?

이들의 생각에 카탈루냐도 포르투갈과 같은 의미로 알고 있기에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며 바스크 지방도 같은 생각이고요.

그때는 포르투갈이나 바스크나 아라곤이나 카스티야처럼

독립된 왕국이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한마디로 히로나는 중세로의 여행입니다.

그렇다고 크게 볼거리는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빛바랜 옛날 사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라 할까요?

칠하다가 만 도화지의 그림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런 고즈넉한 여행지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딱입니다.

정말 딱이라니까요~